저는 당신의 호들갑을 지지합니다.
가끔 자신의 몸이나 루틴에 지나칠 만큼 철저한 사람들을 보게 됩니다. 한 잔쯤 마셔도 될 법한 자리인데, 가차 없이 거절합니다. 자기는 일찍 자야 한다며 다른 사람들보다 먼저 귀가합니다. 특별한 약속이 있는 것도 아닌데, 운동해야 한다고 일정을 미룹니다. 조금만 무리하거나 자신의 루틴에서 벗어났다 싶으면 즉각 원래대로 되돌리기 위해 일정을 조정합니다.
이런 사람들을 보면 어떤 마음이 드나요?
보는 사람에 따라 '좀 재수 없는 스타일'로 비칠 수도 있고, 굉장히 자기 관리에 철저한 사람으로 보일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그거 아시나요? 정작 그 사람들은 주변에서 뭐라고 생각하건 말건 크게 신경 쓰지 않고, 자기 기준에 맞게 산다는 겁니다. 왜냐고요? 자기 몸이고, 자기 인생이기 때문이지요. 그럼 관계는요? 그런 식으로 해서는 인간관계가 제대로 유지될 것 같지가 않다고요?
아마 그들은 반대로 생각할지 모릅니다.
자신이 정한 자기 기준에 따라 열심히 사는 삶을 존중하지 않는 관계는 맺고 싶지 않다고 말이죠.
저는 그렇게 철두철미하게 사는 사람은 아직 아니라서 그 마음을 충분히 공감한다고 말하긴 어렵지만, 그게 옳은 삶의 방식이라고 생각합니다.
정신과 전문의인 정혜신 작가의 책 <홀가분>에서는 이와 비슷한 이야기가 나옵니다. 자신의 지인 중에 지나칠 정도로 자기 몸을 사리는 사람들이 있다고 말합니다. 몸이 정직하다고 표현하고 있는데 평소보다 조금만 못 자도 그만큼 나중에 보충해줘야 한다거나 조금이라도 무리하고 나면 반드시 충분히 쉬어서 뒤탈이 없게 한다는 겁니다. 그 결과 그 지인은 늘 에너지가 넘친다고 하네요.
그런 호들갑스러운 건강관리를 하나의 실력이라고 말하는 것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자기 보호는 호들갑이 아니라 실력입니다.
내가 나를 챙기지 않으면 누가 챙겨주나요? 배우자나 가족들이 챙겨주신다면 정말로 행복한 사람입니다. 하지만 그렇기 때문에 오히려 스스로 챙기지 못하는 사람도 종종 있습니다. 멀리 갈 필요 없이 제가 그렇습니다. 누구보다 나를 먼저 챙길 줄 알아야 하고, 내 기준에 맞게 내 삶을 꾸려가야 하는데, 가족들의 일정에 맞추고, 타인의 시간에 맞추느라, 정작 그런 작고 사소한 무리함이 쌓여 혼자 하루 혹은 그 이상의 시간의 후폭풍을 맞을 때가 있습니다. 조금 더 호들갑을 떨었어야 했나 봅니다.
생각해 보면 자기 관리를 가장 잘하는 방법은 나 자신을 자녀와 동일시해서 관찰하고 관리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어린 자녀에게 먹이지 않을 음식이면, 나도 먹지 않고, 자녀들에게 이제 잘 시간이라고 말하는 시간에 나도 자고, 자녀들이 스스로 일어나서 준비했으면 하는 이상적인 모습을 내가 먼저 실천해 보는 거죠. 사람들은 자녀나 가족들은 그런 마음으로 챙기면서 자기 자신을 그렇게 챙기지 못하는 경우가 비일비재합니다.
건강관리뿐만 아니라, 여러 일상의 습관들을 실천할 때 다른 사람 기준에서 '호들갑' 떠는 것처럼 보이지 않는다면, 제대로 하고 있는 게 아닐 가능성이 높습니다.
우리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삶은 거의 대다수의 사람들이 원하고는 있지만 정작 실천하지 못하잖아요. 그 말은 평범한 사람의 시선으로 봤을 때 지극히 정상적인 범주의 행동이나 열심 등은 실제 내가 열망하는 삶으로 도달하기 위한 방법과는 많이 동떨어져 있다고 보는 게 맞습니다.
정혜신 작가의 문장에 깊이 공감합니다. 자기 보호는 호들갑이 아니라 실력이라고 받아들여야 합니다. 나의 평범함이 다른 이의 눈에는 마치 호들갑처럼 보여야 합니다. 그래야 성장하고 있다는 뜻일 테니까요.
혹시 여러분의 주위에는 뭔가 어떤 부분에서 조금 지나치다 싶을 정도로 호들갑 떨며 자기와의 약속을 지키는 사람이 있나요? 이제는 그런 사람들을 조금 다른 시선으로 보면 어떨까요?
저는 이제 제 자신을 보호하는 일을 마치 자녀에게 그러듯이 사랑하는 사람을 챙기듯 노력하고 있는데요. 나를 사랑하는 거 쉬워 보이지만, 참 어렵더군요. 나 자신이 얼마나 내 말을 안 듣는지 알게 되면서 얼마나 당황스럽고 기가 찼는지 모릅니다. 그럼에도 노력해 봐야겠죠. 저마다 우리의 삶은 말로 표현하기 힘들 만큼 소중하니까 말이죠.
혹시 여러분은 스스로 나 자신을 위해 유난 떨 만큼 다른 사람 눈치 따위 보지 않고, 철저히 지켜가고 싶은 모습이 있나요? 그것이 건전하고 바람직한 종류의 일이라면 저는 그것이 무엇이든 당신의 유별남을 지지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