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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Sep 06. 2023

#_인생 후반전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노후는 준비의 대상이 아니라, 성장의 대상이다.

혹자는 마흔이 넘었을 때, 또 누군가는 쉰 살이 넘었을 때 인생의 후반전이 시작되었다는 말을 하곤 합니다.

이제 100세 시대가 성큼 다가왔고, 앞으로는 120세 정도는 말할 것도 없고, 150세까지도 무난히 살 수 있을 거라고 말하고 있습니다. 2050년엔 기대수명이 120세가 된다는 이야기인데, 불과 27년 뒤의 일입니다. 지금 60세를 지나 은퇴를 하셨거나 준비하는 분들 역시 80대가 되었을 때 기대수명은 120세로 늘어나 있을 테니, 60대가 되어서야 인생전반전이 끝났고, 후반전이 시작된다고 해야 할지도 모르겠습니다.


65세 이상의 인구 비중이 7%가 넘으면 '고령화 사회', 14%가 넘으면 '고령 사회'라고 합니다. 그리고 우리나라는 2023년 현재 18.3%를 넘어서면서 최소 2년 뒤면 65세 이상 인구 비중이 20%가 넘는 '초고령 사회'로 진입합니다. 더군다나 우리나라는 OECD 기준 노인 빈곤율이 가장 높은 나라이기도합니다.


수명은 점점 늘어나고 있지만, 오래 산다고 해서 다 반가운 일인 것만은 아닙니다. 기대수명이 늘어난 것이지 노화가 늦춰진 게 아닐 뿐 아니라, 준비되지 않은 노후는 안락한 미래가 아닌 두려움의 대상이기 때문입니다.


이 노후를 대비하기 위한 가장 중요한 이야기를 함께 나눌까 합니다.

하버드와 스탠퍼드, 컬럼비아 대학교 등에서 심리학 교수로 재직했던 캐럴 드웩 박사는 그의 책 <마인드셋>에서 그 유명한 '고정 마인드셋'과 '성장 마인드셋'의 차이를 설명합니다. 


고정된 자질이라는 세계에서 성공이란 '자신이 똑똑하거나 재능이 있다는 것을 증명하는 일'입니다. 즉 자신을 입증해야지만 하는 것이죠. 반면 변화하는 자질의 세계에서 성공은 '새로운 무언가를 익히는데 최선을 다하는 일'을 뜻합니다. 즉 자신을 발전시키는 것이지요. 성장 마인드셋의 소유자는 단지 도전을 추구하는데 그치지 않고 도전을 통해 성장하는 모습을 보입니다.


우리가 가진 일반적인 상식을 뒤흔드는 말입니다. 고정 마인드셋이란 더 이상 내가 성장할 수 있는 존재라는 사실을 인정하지 못하고 현재의 상태로 고정되어 있다고 믿는 마음상태를 말합니다. 그런 사람들에게는 실제로 '성장하는 것'보다 '잘 보이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쉽게 말해서 제품의 성능이 더 높이려고 하지 않고, 현재 제품을 더 비싸게만 팔려고만 하는 것과 비슷합니다. 성장 마인드셋은 자신이 변화하고 성장하는 존재라고 인식합니다. 지금 조금 부족하더라도 배우고 노력하다 보면 더 나아진다는 사실을 체험적으로 알고 있습니다. 그러므로 지금 단순히 '잘 보이는 것'보다는 실제로 '성장하는 것'에 무게중심을 둡니다. 이런 마인드의 차이는 시간이 지날수록 극명하게 드러납니다.


자, 이제 우리가 생각해 볼 차례입니다.

캐럴 드웩 박사가 한 이야기를 처음 들은 분도 있고, 이미 알고 있는 분도 있겠지만, 결과적으로 한 가지 공통점은 우리의 무의식 속에는 여전히 '고정 마인드셋'이 작동하고 있다는 사실입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아, 다행이다. 나는 그래도 성장 마인드셋을 가지고 있구나'라고 생각하고 안도했습니다. 그런데 머리로만 그렇게 생각할 뿐, 실제 삶에서 수많은 부분들은 여전히 '고정된' 상태를 유지한 채 성장하지 못하고 있었습니다.

왜냐하면, 이 이론은 머리로 이해하면 바로 실천할 수 있는 의식적인 행동이 아니라, 무의식적으로 나와 타인을 인식하고 있는 습관이었기 때문입니다. 나와 타인에 대한 이런 고정된 시선을 뜯어고치는 데는 상당히 많은 노력이 필요합니다.

우리는 너무나 쉽게 나는 '뭘 잘 못하니까' '난 이걸 잘하니까'라는 식으로 아주 오랜 전 경험을 바탕으로 만들어진 낡은 인식을 업데이트하지 못하고 있음을 기억해야 합니다.


다시 인생의 후반전 이야기로 돌아와 보겠습니다.

우리 인생의 전반전은 대체로 나의 의지나 노력보다는 내가 태어난 국가, 나의 가족(부모님), 나의 고향(지역) 등에 의해 스코어를 얻는 경우가 더 많습니다. 물론 공부를 열심히 해서 좋은 대학교와 좋은 직장을 간 건 전적으로 내 노력 같지만 그마저도 그런 노력이 가능한 환경에서 태어났기 때문에 가능한 성취라는 걸 기억해야 합니다. 그마저도 열악한 환경에서 스스로 자신의 삶을 개척해서 4,50대가 되었을 때 충분히 만족스러운 삶을 살고 있다면, 당신은 정말 대단한 사람임에 분명합니다.


전반전을 돌아봅시다. 어떤 경기가 펼쳐졌나요? 나는 몇 골을 넣었고, 또 몇 골을 먹었나요?

한참 스코어가 뒤진 상태로 후반전을 맞이했나요? 그럼 어떤 후반전을 보내야 할까요?

답은 외외로 간단할 겁니다. 내가 이미 이기고 있든, 몇 골차로 지고 있든 후반전에 골을 더 많이 넣어야겠지요. 전반전에서 지고 있다고 해서 경기를 포기할 필요도 없고, 포기해서도 안됩니다. 승부가 후반전에 날지, 연장전에 날지, 승부차기에서 날지 여전히 알 수 없기 때문입니다.

하물며 축구경기조차 그럴진대, 인생은 말할 것도 없겠지요. 심지어 앞서 설명한 대로 우리는 계속 성장할 수 있고, 인생의 후반전은 45분이 아니라, 45년이기 때문입니다. 축구경기를 하는 동안에는 연습하고 성장할 틈이 없지만, 우리는 1년~2년 만에도 얼마든지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습니다. 


저는 독서를 가르치고, 글쓰기 수업을 하지만, 책을 잘 읽고, 글을 잘 쓰게 하려고 수업을 하는 게 아닙니다.

책과 글을 통해 각자의 삶에서 더 나은 길을 발견하고 그 길을 통해 각자가 꿈꾸던 행복과 자유를 만끽하는 삶을 살 수 있도록 돕는 일을 합니다. 그럴 가능성은 거의 없지만, 책을 안 읽는 쪽이 훨씬 더 행복과 자유로 빨리 갈 수 있는 지름길이라면 언제든 책은 내려놓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중요한 건 책이나 글 자체가 아니라, 그것을 통해 성장하고, 만나고, 느끼게 될 각자의 삶이니까요.


지난 3월 1일부터 매일 브런치에 한 편의 글을 올리기 시작한 이후에 오늘로 딱 190일째가 되는군요. 9월에 접어들고 보니 '아, 벌써 반이나 지났구나. 전반전 끝나고 후반전이 시작되는구나.' 이런 생각을 하면서 쓰게 된 글이었는데요. 이야기를 하다 보니 축구를 비유로 든 인생의 전후반전 이야기가 되어 버렸네요. 인생도 그렇습니다. 처음 시작은 대단한 게 아니었는데, 계속해 나가다 보면 처음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큰 무언가를 만나게 되기도 합니다. 물론 반대의 경우도 많고요.


여러분의 나이는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제 후반전이 시작했을 뿐입니다. 스스로 성장할 수 있다고 믿고 실천한다면 오늘 여러분의 모습은 몇 년 후 '나도 그런 철없던 때가 있었지'라고 회상하게 될 마지막 모습이 될 겁니다. 성장하는 사람은 멈춰있는 법이 없으니까요.


동네축구 경기에서 설령 5:0으로 지고 있는 상황이라도, 후반전에 메시 한 명만 영입해 와도 5:10으로 역전할 수 있습니다. (실제로 메시는 미국 프로리그(MLS)로 건너가서 마법을 부리고 있죠.) 지금 파리 생제르망 FC에서 세계 최정상급 기량을 보여주고 있는 이강인 선수도 18년 전에는 TV 예능에 나오던 꼬마 슛돌이였다는 사실을요. 그들이 천재라서 세계정상이 된 것이 아니라, 세계정상이 될 때까지 성장했기 때문에 그 위치에 있는 것입니다. 부디 당신의 무한한 잠재력과 성장 가능성을 낭비하지 마시길.


분명 당신의 노후는 죽는 날까지 성장하고 도전하는 최고로 멋진 경기로 기억될 겁니다.

진정한 노후는 미리 준비하는 것이 아니라, 변함없이 성장하는 것입니다.



* 매일 책 속의 좋은 문장을 나눕니다.

* 오늘 문장은 캐럴 드웩의 <마인드셋>에서 발췌하였습니다.

* 표지사진 출처 : 소믈리에 타임즈(사진작가 : 강태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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