체온만큼의 태도
이제는 이모티콘 없이 대화하는 일상이 그려지지 않습니다. 이모티콘을 많이 쓰게 되는 이유는 같은 말이라도 그 속에 조금 더 다채로운 표정과 체온을 전해주기 위해서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예전에도 그런 글을 적은 적이 있지만, 저는 남자치고는 하트♡를 많이 쓰는 편입니다. 처음에는 조금 어색하고 부끄럽기도 했는데, 글에 마음(heart)을 담아 보낼 수 있다면 하트가 아니라, 하트 할아버지라도 보내야겠지요.
이처럼 우리는 일상에서 서로의 말뿐만 아니라, 말과 표정, 눈빛 속에 담겨있는 체온을 주고받습니다.
왜 연애할 때 남자들이 답장으로 'ㅇㅇ'라고 보내는 거 여자분들이 무척 싫어한다는 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는데요. 엄밀히 따지면 MBTI 성향에서 F성향이 강한 여성분들이지 않을까 싶어요. 저희 아내는 T성향이 강해서인지, 제가 하트를 날려도 'ㅇㅇ' 혹은 '오냐' 등의 건조한 답변을 하곤 하거든요. ㅋㅋ
진심은 태도라는 그릇에 담지 않으면 전할 수 없습니다.
진심을 담기 위한 한 가지 방법 중에 하나가 체온을 더하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사소한 말에도, 짧은 글에도, 일상적인 행동이나 배려에 체온정도의 따뜻함을 담아보려 노력합니다. 물론 제 마음의 체온이 떨어진 날은 먼저 나 자신부터 안아줘야겠지만요.
저는 대체로 진심으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그렇다고 항상 그 진심을 전해지지는 않았을 겁니다.
저는 대체로 사람들을 따뜻하고 상냥하게 대하려고 노력하지만, 마침 제가 무언가에 집중해서 내 속으로 파고들어 갈 때 나를 만난 사람들은 무척 차가운 사람이라고 느꼈을지도 모릅니다. 그런 오해를 받더라도 딱히 걱정하지는 않습니다. 상대방을 믿기 때문입니다. 한번 보고 말 사람이라면 나를 어떻게 봐도 상관없을 것이고, 여러 번 보게 될 사람이라면 그게 오해였다는 걸 자연스레 알게 될 테니까요. 설령 오해가 반복되어 계속 차가운 사람으로 느껴진다고 해서 문제 될 게 있을까요? 누군가에게는 그런 이미지(차갑고 냉철한 대원씨)로 비치는 것도 재미있는 일이 될 것 같네요.
사람들에게 어떤 사람으로 비춰질지를 자꾸 들여다보면 나의 정체성을 잃기 쉽습니다. 사람들의 반응에 휘둘리게 되거든요. 반대로 내가 삶을 살아가는 방식과 사람들을 대하는 태도가 일관적이면, 설령 그게 그들에게 충분히 만족스럽지 않더라도 결국 이해하게 될 겁니다. 그래서 결국 체온만큼의 태도가 중요한 것입니다.
내 체온보다 뜨거운 걸 전하려 하면 내가 쉽게 지치게 되고, 내 체온만큼도 전하지 않으면 상대와의 소통은 이어지기 어렵기 때문입니다.
강아지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이유도 바로 그 때문이다. 강아지는 우리를 보면 무척 반가워하면서 껑충껑충 뛴다. 그래서 자연히 우리도 개를 보면 반가운 마음이 들게 된다. 아기가 짓는 미소에도 이와 같은 효과가 있다.
당신에게 가장 따뜻한 말과 표정, 눈빛을 보내주는 사람은 누구인가요? 그 사람을 한번 떠올려 보세요.
만약 막상 떠오르는 사람이 없다면 내가 먼저 누군가에게 딱 내 체온만큼의 따뜻함을 담아 소통하면 어떨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