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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Sep 03. 2019

#_인내의 기준

무작정 참으면 답답한 사람, 아무것도 참지 못하면 경박한 사람이 된다

나는 보기보다 참을성이 없는 편이다.

내가 하고 싶은 건 해야 직성이 풀리고, 하기 싫은 건 참 안 하는 성격이다. 어쩌면 인내심이 없는 것인지도.


언젠가 <마시멜로 이야기>란 책을 읽은 적이 있다. 

아이들에게 마시멜로를 하나씩 나누어주고, 15분 동안 안 먹고 참으면 하나 더 준다는 테스트였다. 어떤 아이들은 15분을 견디지 못하고 마시멜로를 먹어버렸고, 어떤 아이들은 15분을 참고 마시멜로를 하나 더 받았다는 이야기였다. 그리고 이 테스트 이후 그 아이들을 관찰한 결과 15분을 참고 마시멜로를 하나 더 먹은 아이들이 훨씬 학업성적이 우수하다는 결론으로 훈훈하게 마무리되었다.


처음에는 “역시 인내란 정말 중요한 거야”라는 교훈을 얻었다. 그런데 세월이 지나고 보니 꼭 그렇게 인내해야만 무언가를 얻을 수 있는 것인지 반문하게 된다. 

저건 의미 없는 참을성 테스트가 아닐까? 과연 인내심이라는 것 자체가 하나의 개인이 개발해야 하는 특성일까? 너무 많은 사람들이 불확실한 미래를 위해 현재 누릴 수 있는 너무 많은 가치와 행복을 희생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렇게 조금 더 나이가 들고 최근에는 <GRIT>이라는 책을 읽게 되었다. 근성, 끈기, 집념, 끝까지 포기하지 않는 열정을 그릿이라고 부르는데 재능보다 이 그릿이 더 중요한 성공요소라는 내용이었다. 이 책의 앞부분을 읽다가 불현듯 인내에 대해서 내가 오해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깨달은 것은 인내해야 성공하는 것이 아니라, 인내할 수 있는 어떤 동기를 스스로 발견해야 인내할 수 있게 된다는 사실이었다. 즉, 인내 자체가 성공을 위한 필요 요소가 아니라, 자신의 삶에서 무언가 강력한 삶의 가치를 발견한 사람만이 의미 있는 “인내”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참는 자에게 복이 오기도 하지만, 참지 않고 우는 아이에게 떡 하나 더 주기도 하지 않는가?


자신에게 가장 중요한 인생의 가치를 발견한다면 그 가치를 꽃피우기 위해 많은 것들을 인내해야 한다. 꽃 한 송이가 피기 위해서도 그렇게 많은 비와 바람, 땡볕과 추위를 견디지 않던가? 다만 그 꽃이 인내할 수 있는 이유는 자신이 무슨 꽃이고 언제 어떻게 피어야 하는지 스스로 잘 알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만약 자신의 존재에 대한 고민과 확신도 없는 채로 무작정 자신에게 주어진 상황을 변화시키지 않고 인내하면서 버텨나간다고 성공이 올까? 함부로 단정 지을 수는 없지만, 현명한 방법처럼 느껴지진 않는다.


<중판출래(重版出来)>라는 일본 드라마가 있다. 유도 유망주였던 주인공이 부상으로 인해 유도의 꿈을 포기하고, 만화 잡지사에 취직하여 벌어지는 일상을 엮은 만화 원작의 드라마다. 그 드라마에서 잊지 못할 장면과 대사가 있다.

주인공이 취직한 출판사의 대표가 막살던 시절 우연히 어떤 노승을 만나 조언을 듣고 어떻게 자신의 삶이 변하였는지 이야기해주는 장면이었다. 그 노승의 조언은 이랬다.


“운을 아껴라. 운을 의미 없는 일에 허비해서는 안 된다. 운을 아끼고 아껴서 평생 반드시 이루고 싶은 하나의 꿈에 그 운이 쓰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그 말을 들은 출판사 대표는 크게 충격을 받았다. 내키는 대로 의미 없이 살던 하루살이 같은 삶을 정리하고, 정말 일생에 이루고 싶은 일 하나에 매진하게 되었다. 그때부터 운을 모으기 위해 아주 작고 사소한 일에도 정성을 다하는 한편 쓸데없는 일에 운이 낭비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했다. 그리고 자신이 정말 운 좋게 발견한 무명작가의 책을 발간하는데 그 책이 엄청난 베스트셀러가 되면서부터 성공의 길이 열리기 시작했다는 스토리였다.


시간이 걸리더라도 내가 정말 중요하게 생각하는 삶의 가치가 무엇인가를 깨닫는 것이 무척 중요하다. 그것을 알게 되었다면, 그때부터 진정한 인내와 성장, 축적의 시간이 만들어지는 게 아닐까?


우리는 때로 굳이 참을 필요 없는 일에는 인내하다가 정말 참고 견뎌내야 하는 일에는 인내심을 잃고 무너져 버리곤 한다.

무작정 참기만 하는 사람은 답답한 사람이 되고, 아무것도 참지 못하는 사람은 경박한 사람이 되는 이유를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인내에도 기준이 필요한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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