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화는 늘 '사이'에서 일어납니다.
사람들은 더 나은 삶으로 변화하길 바랍니다.
단순히 달라지기만 하는 게 아니라, '더 나은 상태'로 변화하는 것을 다른 말로 '성장'이라고 합니다.
그러므로 의미 있는 삶의 목표나 꿈을 가진 사람들은 다 성장하고자 합니다.
이처럼 변화와 성장은 부득이 두 단어로 풀어서 설명하지만 결국에는 연결되어 있습니다. 마치 독서와 글쓰기가 연결되어 있는 것과 비슷합니다.
저는 언젠가부터 왜 학교에서는 스스로 성장하는 방법을 가르쳐주지 않을까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나답게 사는 방법이라거나 삶의 진정한 행복을 추구하는 방법이라거나, 올바른 삶의 태도 등은 배우지 못했으니까요.
결국 그런 모든 것들은 살아가면서 경험을 통해 직접 배우거나 책을 읽음으로써 간접적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런 고민들을 하면서 늘 "사람"이 화두였습니다. 책을 읽으면서 내가 더 나은 사람이 될 수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나아가 내가 성장함으로써 다른 사람들의 삶도 변화하고 성장할 수 있도록 도울 수 있다는 것을 깨달았습니다. 제가 책이라는 것은 제 삶에 가장 중요한 키워드로 정하게 된 계기이기도 했습니다.
학창 시절부터 성인이 되고, 결혼을 하고 부모가 되고 중년이 되는 제법 긴 시간 동안 가장 의미 있는 변화는 결국 이렇게 짧게 정리되는 것 같습니다. 책을 읽고, 다양한 시도들을 하면서 어떻게 더 나은 사람이 될까 공부하기 시작했습니다. 그리고 변화를 만드는 가장 핵심적인 요소는 결국 3가지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시간'과 '공간' 그리고 '사람'입니다.
실제로는 조금 다르겠지만, 언어로 소통하기 위해서 우선 우리가 익히 알고 있는 개념에서 출발해야 합니다.
누구나 특정한 시간과 공간 속에서 존재합니다. 이것을 다른 말로 "차원"이라고 말할 수 있습니다.
우리가 쉽게 이해할 수 있는 3차원까지의 세상을 유클리드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입체의 단면은 면이다. 면의 단면은 선이다. 선의 단면은 점이다.
입체의 공간을 잘라내면 하나의 면이 생길 것이고, 그 면을 다시 달라내면 하나의 선이, 그 선을 잘라내면 하나의 점이 나오겠죠. 이와 비슷하게 우리가 무언가를 학습하는 과정도 비슷합니다. 저는 수업 시간에 그런 과정을 아래와 같은 이미지로 설명드리곤 하는데요.
이전에는 의미 없었던 어떤 정보나 지식을 반복적으로 "인식"하면서 우리는 "사고"를 하게 됩니다. 그저 하나의 점이었던 지식이 이어져 하나의 선과 같은 생각이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런 생각(사고)이 이어지고, 교차하게 되면서 하나의 면이 생기게 되는데 그런 순간을 "통찰"이라고 합니다. 통찰은 일반적인 생각이 나에게 의미 있는 생각으로 전환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나아가 그런 통찰이 반복되면 나와 세상을 보는 "안목"이 생기게 되는데, 이때부터는 지식에 부피와 밀도가 생기게 됩니다. 그전에는 내가 무엇을 알고 무엇을 모르는지 알지 못하지만, 안목이 생기는 때부터는 스스로의 부피와 밀도를 이해하는 감각이 생기게 되는 것이죠. 이걸 다른 말로 메타인지라고도 합니다.
이처럼 단순히 "안다"는 행위도 여러 차원을 거치는 것처럼, 우리 자신이 변화하는 것 역시 그런 차원이 바뀌는 일입니다. 다시 말해 시간과 공간과 인간이 바뀐다는 뜻이지요.
그러므로 변화하고 싶다면 내가 보내는 시간을 바꿔야 합니다. 우리가 모두 똑같이 매일 같은 시간을 살지만 그 시간을 보내는 방식에 따라 결과적으로 다른 삶을 살고 있잖아요. 시간이 바뀌어야 하고, 바뀐 시간이 축적되어야 합니다. 단순한 예로 집에서 TV를 보며 소파에 반쯤 누워서 야식을 먹고 있는 시간이 건강히 운동하고, 충분히 자는 시간으로 바뀐다면, 그 사람의 몸도 변화하겠지요. 주어진 시간을 무엇으로 채우느냐가 관건일 겁니다.
여기서 문제는 단순히 시간만 바꾸려고 하면 잘 안된다는 것입니다. 왜냐하면 시간과 공간은 연결되어 있기 때문입니다. 늘 누워서 TV를 보던 소파에서 갑자기 책을 읽으려고 해도 잘 안 되는 게 그런 이유입니다. 그래서 시간을 바꾸기 위해서는 공간도 같이 바꿔줘야 합니다. 내가 원하는 생각과 행동을 더 잘할 수 있게 도와주는 공간을 적극적으로 찾아야 합니다. 학생들이 집이 아닌 도서관이나 스터디카페에서 공부하는 이유가 그런 원리인 셈입니다. 운동하기 위해 헬스장에 가는 것도 마찬가지고요.
이렇게 시공간을 같이 바꿔야 진정한 변화가 시작됩니다. 나라는 사람은 똑같은데, 어떤 공간에서 어떤 사람들과 어떤 시간을 보내느냐에 따라 전혀 다른 삶이 되는 것을 경험해 본 적 있을 겁니다. 인정해야 합니다. 단순히 의지의 문제가 아니기 때문이죠.
자, 여기까지는 이해했는데 그럼 사람은 어떻게 바꿔야 하는지 궁금하실 겁니다. 다니던 직장을 갑자기 바꿀 수도 없고, 가족은 더더욱 바꿀 수 없죠. 그나마 친구는 가려서 만날 수 있으니 조금 낫습니다만, 사람을 바꾼다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지요. 하지만 여러분이 잘 알고 있는 쉬운 방법이 있습니다. 맞아요. 바로 독서입니다. 독서는 책이라는 지적인격체를 만나는 일이거든요. 내 주변사람을 갑자기 바꾸는 건 할 수 없지만, 내가 보는 책을 바꾸고, 책과 더 많은 시간을 보내는 건 얼마든지 할 수 있죠. 결국 책을 더 많이, 더 깊이 읽는 시간과 공간을 만드는 것이 핵심인 것입니다. 제가 독서를 강의하면서 제일 첫 단계를 연애로 설명(연애독서법)하고, 두 번째 단계에서 시간과 공간에 대해 이야기(시공간 독서법)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사이책방>을 만든 것도 같은 맥락입니다. 눈치채셨겠지만, 사이라는 단어는 "시간, 공간, 인간"에라는 세 단어에 공통적으로 들어간 사이 간(間) 자에서 착안한 이름이기 때문이죠. 모든 변화와 성장은 "사이"에서 만들어진다고 믿기 때문입니다.
당신이 꿈꾸는 미래의 자신을 상상해 보세요.
나는 어떤 공간에서 어떤 모습으로 어떤 시간을 보내고 있나요?
지금 "내가 상상하는 그 모습의 나"와 "지금의 나" 사이를 무엇으로 채울 수 있을까요?
인생이란 결국 그 사이를 채워가는 과정 아닐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