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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an 05. 2024

#_수평적 공간과 수직적 공간

나에게 영감을 주는 특별한 공간

저에겐 2군데의 특별한 공간이 있습니다.

한 곳은 도서관처럼 운영하는 <사이책방 클럽하우스>입니다.


대학로 근처 창경궁 힐스테이트 아파트 1층에 있으며, 3천여 권의 개인소장도서를 비치해 두고 아파트 입주민 분들과 일부 초대해 드리는 분들이 자유롭게 이용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곳은 저에게 수평적 공간입니다.


수평적 공간이란, 양적 확장의 공간입니다. 여러 책을 탐색할 수 있고, 지금 나에게 필요한 것을 발견할 수 있는 기회의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 저는 자유로움과 설렘을 느낍니다.



다른 한 곳은 마치 독서실처럼 사용하는 <인사이트브릿지 사무실>입니다.



논현역 근처 대로변 빌딩 12층에 있으며, 책상 앞으로 탁 트인 창이 있어서 신논현역 교보타워나 역삼역의 강남파이낸스센터도 보입니다. 이곳은 저의 수직적 공간입니다.


수직적 공간이란, 질적 향상의 공간입니다. 지금 내가 가장 중요한 생각과 일을 하는 집중의 공간입니다. 높은 곳에서 세상을 내려다보며 사색하고 공부하고 기획할 수 있는 공간입니다. 이 공간에서 저는 성장과 풍요로움을 느낍니다.



독서에도 수평적 독서와 수직적 독서가 있습니다.

양적 확장을 목표로 하고 빠르게 다양하고 많은 책을 탐색함으로써 나에게 필요한 책을 발견해 나가는 독서가 수평적 독서입니다. 대체로 빠른 독서(속독)를 통해 책을 접하며, 그렇게 발견한 책들을 추려서 수직적 독서를 하게 됩니다. 수직적 독서는 단순히 정보를 얻기 위한 독서가 아니라, 책의 내용을 통해 나의 사고 수준이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도록 만드는 도약의 과정입니다. 질적 향상을 목표로 하기 때문에 더 이상 '많이, 빨리'라는 단어는 필요 없습니다. 단 한 줄에서도 수백 권 이상의 책에서 만나지 못한 특별한 영감을 받을 수 있고, 나에게 정말 도움이 되는 한 권을 여러 번 다시 읽으면서 더 깊이 있는 생각의 토대를 만들 수 있는 독서입니다. 소리 내어 읽기도 하고, 손으로 필사하기도 하고, 내가 메모한 내용을 다시 보면서 읽고, 내가 이해하지 못하는 부분들을 일일이 인터넷에 검색하거나, 다른 책에서 찾아보는 식으로 참고하며 읽습니다.


사람들 눈에는 수평적 확장이 잘 보입니다. 예컨대 제가 올해 400권이 넘는 책을 샀다고 말씀드린 적이 있는데요. 그게 대표적인 수평적 독서입니다. 다 나름대로 필요하기 때문에 구입했지만, 모든 책이 저에게 같은 밀도로 중요하지 않습니다. 그중에 저에게 정말 큰 가치를 준 책은 10권도 되지 않습니다. 그 책들을 깊이 있게 파고드는 게 수직적 독서입니다. 겉으로는 잘 드러나지 않고 잘 보이지도 않습니다. 하지만 정말 중요한 건 거기에 있죠.

아마 이렇게 생각하실 수 있을 겁니다. 처음부터 그 10권만 사서 읽으면 되었던 거 아니냐고요. 굳이 그렇게 많은 책을 사서 보는 건 낭비가 아니냐고 생각하실 겁니다. 하지만 그건 불가능합니다. 수많은 책들을 탐색하고 나에게 필요한 것을 추려내는 과정을 거쳤기 때문에 그 10권이 발견되는 것이기 때문이죠.

또 여기까지 말씀드리면 그 10권을 궁금해하는 분들이 계실 겁니다. 저는 매일 낭독하고, 필사하고, 읽은 책을 공유하고 있으니, 함께 독서모임이나 단톡방에 계신 분들은 이미 어떤 책인지 아실 겁니다. 하지만 사실 그게 저한테 의미 있는 책일 뿐 모든 사람들에게 동일하게 좋은 책일 수 없습니다.

물론 검증된 책들도 많죠. 그래서 스테디셀러가 있고, 고전이 그렇습니다. 역사적으로 검증된 책이라는 뜻입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자연스럽게 그런 책들의 진가를 알아보게 됩니다. 하지만 결국 나와 운명적인 만남을 하는 책은 사람들이 잘 모르는 그리 유명하지 않은 책인 경우도 많습니다.

왜냐하면 좋은 책일수록 나 역시 그 책을 읽을만한 수준을 갖추어야 제대로 읽을 수 있기 때문입니다. 다시 말해 수직적 성장을 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초등학생에게 무작정 도덕경이나 사피엔스 같은 책을 읽으라고 하진 않겠지요. 글자를 읽을 수는 있겠지만, 그 글자가 의미하는 바가 무엇인지 알 수 없을 테니까요.


우리가 하는 독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수평적 독서와 수직적 독서가 병행되어야 하는 이유는 수평적 독서를 통해서 다양한 책을 접하고, 더 넓은 세상에 대한 시야를 가져야만 비로소 더 깊이 있는 안목도 가질 수 있기 때문입니다. 제가 제대로 된 느린 독서를 알려드리기 전에 속독부터 가르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변화에는 동기가 필요합니다. 그 동기는 시간, 공간, 인간 3가지로 압축됩니다.

저는 공간에 대해 무척 관심이 많고, 좋은 공간에 대한 욕심이 많습니다. 좋은 공간에 머물면 좋은 시간을 보낼 가능성이 훨씬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좋은 사람을 만나는 건 내 마음대로 쉽게 하기 어려울 거라 생각하시겠지만, 책만큼 좋은 사람을 쉽게 만날 수 있는 방법은 없습니다.

결국 좋은 책을 보다 좋은 공간에서 만날 수 있다면 그 시간만큼 가치 있는 시간도 드물 겁니다. 오롯이 나를 성장시키고 변화시켜 줄 밀도 높은 시간일 테니까요. 도서관이 기적의 장소인 이유도 그것 때문입니다. 역사상 위대한 인물들을 한 장소에서 다 만날 수 있는 공간이니까요. 제가 도서관 같은 수평적 공간을 운영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고요. 저 자신과 이웃을 위해서 가장 가치 있는 일이라고 믿기 때문입니다.


어제 독서모임에 대해 잠깐 소개해 드렸지만, 올해는 새벽 독서모임을 통해 매일 특정한 시간을 준비된 공간에서 보다 의미 있게 보내보려고 합니다. 그리고 그 시간이 단순히 저 혼자만의 성장의 시간이 아니라, 스스로 자신의 변화와 성장을 원하는 더 많은 분들의 성장을 돕는 시간이 되었으면 합니다.


올해 저만의 멋진 공간에서, 또 함께 만날 여러분들의 각자의 공간에서

어떤 성장과 도약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벌써부터 기대가 됩니다.


오늘 새벽은 흐렸는데, 지금은 햇살이 눈부시네요.

우리 삶도 저마다의 상황에 따라 흐릴 수도 비가 내리거나 바람이 세차게 불고 있을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아무리 흐린 날이라도 비행기를 타고 하늘높이 올라가면 언제나 태양이 밝게 떠있다는 사실을 기억하셨으면 합니다. 날씨가 아니라, 내가 머물러 있는 위치가 더 중요한 셈입니다.


현재 내가 상황이 아니라, 내가 머물러 있는 의식의 수준이 인생을 결정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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