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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Jan 31. 2024

#_굳이 200m 떨어진 커피숍을 갑니다

메가커피 사장님에게 배우는 인생의 지혜

저는 커피를 좋아합니다. 스타벅스와 커피빈, 투썸도 좋아하고 자주 가는 카페였지만, 요즘 가장 많이 애용하는 곳은 메가커피입니다. 저는 아메리카노만 마시는 편인데, 아시다시피 메가커피가 가격이 착하기도 하고, 비슷한 저가 커피 브랜드(더벤티, 컴포즈커피, 빽다방)에 비해 커피맛이 제 입맛에 가장 잘 맞습니다. 

물론 아무리 입맛에 맞다고 해도 가까이 있어야 자주 이용할 텐데, 요즘 사무실 근처에 두 곳이나 생겨서 아주 좋습니다. 사무실 내려가서 건널목만 건너면 한 군데가 있고(50m 거리), 사무실에서 집에 가는 길에서 조금만 올라가면 한 군데가 또 있습니다.(200m 거리)


재미있는 건 제가 훨씬 멀리 있는 메가커피를 더 자주 애용한다는 점입니다.

'아~ 운동삼아 걸어가려는 거구나' 생각하실 수 있지만 아닙니다.

물론 그런 생각도 하긴 하지만, 그건 부수적인 생각이고, 직접적인 원인은 카페 사장님 때문입니다.


바로 앞 메가커피는 사장님인지 알바분인지 알 수는 없지만, 뭔가 불친절한 것까진 아니지만, 다분히 기계적인 응대만 받아서 특별한 기억이 없었는데요.

200m 거리의 메가커피 사장님은 일단 그분이 사장님이라는 걸 확실히 알 수 있을 만큼 카페 분위기를 장악하고 있고, 기본적으로 손님을 응대하는 태도에서 상냥함과 따뜻함을 느끼게 됩니다. 그래서인지 지하철역에서 이어지는 대로변이 아닌 한 블록 안쪽에 매장이 있음에도 늘 손님이 많습니다. 


저는 대체로 텀블러를 들고 오전에 9시가 좀 지난 후에 방문하는 편인데, 몇 번 갔더니 저를 알아보고 인사를 해주셨습니다. 그날은 텀블러를 놓고 와서 그냥 테이크아웃을 해갔더니, '오늘은 텀블러 안 가져오셨네요?'라고 말씀해 주시더군요. 어떻게 나를 알아보지? 생각하기도 했지만, 늘 마스크를 착용하고 있으면서도 미소 띤 얼굴이 보이는 착각이 들 정도로 손님들에게 친절하게 응대하는 모습에 조금 감동했던 것 같습니다.


오늘 읽은 책에 이런 문장이 있더군요.


거래보다는 관계가 먼저다.


그 말을 실천하시는 것 같았습니다. 심지어 저는 주말에도 늘 사무실에 출근하니까 커피를 사러 가는 경우가 많은데, 제가 간 날 중 단 한 번도 부재중인 경우가 없었습니다. 제가 관여할 바는 아니지만 좀 쉬는 날도 있어야 하는 거 아닐까 걱정이 될 정도로 성실한 타입이신 것 같았습니다.


요즘은 커피를 대부분 키오스크로 주문하니 실제로 마주칠 일은 주문한 커피를 받아갈 때의 짧은 순간 밖에 없는데, 그 짧은 순간에 고객들과 보이지 않는 관계를 만들어가는 그 사장님에게 사업의 자세를 배우는 느낌입니다.


바쁜 와중에도 '오늘도 좋은 하루 보내세요~'라며 밝게 인사하는 모습이 어딘가 대단하게 느껴집니다.


사람은 누구나 몸에 베인 말과 행동을 무의식 중에 하게 됩니다.

그리고 그렇게 무의식 중에 하는 말과 행동이 나의 관계를 만드는 단초가 됩니다.

특히 저는 저만의 생각이나 일에 몰입하면 주변을 잘 인식하지 못하는 경우가 많아서 특히 가족들에게 왜 몇 번을 불러도 못 듣냐고는 불만을 들을 때가 많다 보니 아마도 다른 모임이나 지인들에게도 그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하게 됩니다. 아마 그런 행동이 어떤 사람에게는 오해의 소지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사업을 하면서도 비슷합니다. 일적으로 결과를 내는 것에 몰입하다 보면 자칫 관계적으로 소통하는 부분이 소홀해질 때가 있습니다. 최근에 프로젝트를 하면서도 그런 일이 있었는데, 대화하는 과정에서 다행히 발견해서 잘 넘어가긴 했지만, 스스로에 대해 반성할 수 있는 좋은 계기였습니다.


생각해 보면 우리는 더 싸고 좋은 제품을 찾지만, 결국엔 가장 믿을 수 있는 제품을 구입합니다.

관계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그게 개인적인 관계든 일적인 관계든 결국은 오래 지속되는 관계는 당장의 이로움을 넘어 오랫동안 신뢰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닐까 생각해 보게 됩니다.


글을 쓰다 보니 어느덧 커피를 사러 갈 시간이군요. ㅎㅎ

오늘은 사장님 덕분에 글 한편 썼다고 감사인사라도 드려야겠습니다. 



*오늘 인용한 문장은 이승민의 <마케팅 때문에 고민입니다>에서 발췌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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