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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Feb 11. 2024

#_'새해 다짐'이라는 함정

다짐이 많으면 다~ 짐만 된다

우리나라는 매년 2번 새해를 시작할 수 있어서 좋다고 생각합니다. 1월부터 뭔가 새로 시작하기로 다짐했던 일을 제대로 실천하지 못했어도 1월 말이나 2월 초에 구정을 기점으로 다시 결심할 수 있기 때문이죠.

저는 계획을 세우려고 노력하지만 계획형 인간과는 거리가 먼 즉흥적이고 반응적인 유형이라 뭔가 꾸준히 노력하고 실천하는 것이 늘 어려웠습니다. 흔히 말하는 '필(feel)이 꽂혔을 때'는 엄청나게 몰입하지만, 어느 순간 그 필이 사라지면 또 조용히 원래의 일상으로 돌아오는 반복이었습니다. 하지만 요즘은 조금 달라졌습니다.


꼭 필 받지 않아도 매일 해야 하는 일은 매일 하려고 합니다. 꼭 새해라고 다짐하기보다는 아무 날도 아닐 때 아무렇지도 않게 가볍게 시작하려 합니다.

계획을 실천하는 도중에 설령 예획대로 되지 않더라도, 상심하거나 나 자신을 비난하기보다는 그저 좀 더 잘할 수 있는 방법을 찾으려고 합니다.


돌아보니 새해 다짐에는 늘 함정이 도사리고 있었습니다.

새해 들어 새 마음 새 뜻으로 근사한 목표를 세웠고, 그 목표를 달성하면 너무 좋을 것 같은 기분 좋은 느낌으로 시작했는데, 막상 그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매일매일 해야 할 일들을 무거웠습니다. 그러다 의지가 부족해서든 피치 못할 사정이 생겨서든 제대로 못하는 날이 생기면, 왠지 다 망친 것 같은 기분이 들어 스스로를 자책했습니다. 이미 완벽한 계획에 흠이 생긴 것 같은 기분이 들고나면 나도 모르게 계획 전체를 바라보는 마음가짐이 달라지곤 했습니다. 그렇게 한 해동안 내내 처음 목표했던 거창한 목표는 고사하고 사소한 계획조차 꾸준히 실천하지 못한 결과만 남곤 했습니다. 늘 뭔가에 쫓기듯 바빴고, 여유는 없었습니다.


저는 뒤늦게야 그 이유를 알게 되었습니다. 저는 몇 가지 어리석은 실수를 했었던 건데요.


1. 특정한 시간(기간)에 나를 억지로 끼워 맞추려고 했다.

- 새해 다짐은 올해 1년이라는 시간제한형 목표인데, 우선 지금 나의 습관패턴으로는 기간이 너무 길다는 것을 몰랐습니다. 그러니 쉽게 지칠 수밖에 없고, 도중에 계획대로 되지 않을 가능성이 많을 뿐입니다.


→ 계획을 잡을 땐 시간에 나를 맞추지 말고, 나에게 시간을 맞추는 식으로 부담 없이 만들어야 합니다. 

예를 들어 매일 30분 독서하기로 했다면, 물론 아침에 일찍 일어나서 30분 독서하는 게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출퇴근 시간이나 내가 커피 한잔할 여유가 있는 시간에 10분씩 쪼개어서 3번 책을 펼침으로써 보다 효과적으로 목표를 쉽게 달성할 수 있다는 뜻입니다. 만약 아침독서에만 집착하면 아침에 책을 못 읽은 날은 이미 실패한 느낌이 들어서 하루를 망치기 쉽기 때문이죠.



2. 나 자신을 과대평가했다.

- 대체로 반복적으로 도전했다가 실패하는 계획이나 루틴의 원인은 나 자신의 능력을 잘못 이해하기 때문에 생기는 일입니다. 내가 원하는 나의 모습(목적지)과 현재 나의 수준(출발점)의 차이를 명확히 인식해야 길을 잃지 않는데, 출발점인 내 수준을 잘못짚고 무리한 계획을 세우니까 어려운 것입니다.


→ 늘 반복해서 말씀드리지만, 작고 쉽게 시작하면 됩니다. '에이~ 그걸 누가 못해'라고 할 정도로 쉽게 시작해야 합니다. 대신 꾸준히. 모든 변화의 핵심은 0에서 1로 바꾸는 일입니다. 안 하던 것은 하는 것으로 바꿔놓는 게 시작입니다. 일단 하는 상태로 바꿔놓으면 1이 5가 되고, 10이 되고 100이 되는 건 생각보다 쉽기 때문입니다. 이게 모든 변화의 성장의 핵심 원리입니다. 제로투원(0 to 1)을 꼭 기억하세요.

 


3. 나를 진정으로 존중하지 않았다.

아이들을 키워보면 아이들에게 관심을 가지고 인격적으로 존중할 때 아이들이 얼마나 많은 가능성과 잠재력을 가진 존재라는 걸 발견할 수 있는데요. 그건 내가 나를 대하는 태도에서도 동일하게 작용합니다.

1번, 2번의 행동의 뿌리에는 내가 나 자신을 스스로 존중하지 않고 있어서 생기는 일입니다.

나를 존중하면 특정 시간에 나를 무리하게 끼워 넣지 않을 것이고, 나를 평소에 주의 깊게 관찰하고 이해하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어떤 수준에서부터 시작해야 하는지 알고 있었을 테니까요. 


스스로를 이해하지 못하고 무리하게 목표만 크게 잡는 것과
나를 진정으로 존중함으로써 내가 어떤 목표든 달성할 수 있는 사람이라고 믿고 도전하는 것은 전혀 다른 것입니다.



다짐은 잘못하면 다 짐만 됩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건 실행하기 힘든 다짐을 반복하는 것이 아니라, 그 다짐의 방향으로 지금 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부터 하나씩 차근차근 찾아보고 실천하는 것입니다.


올해는 새해 다짐이라는 함정이 빠지지 말고, 

매 순간 더 나은 나로 성장시키는 사소한 실천의 한걸음 한걸음을 함께 쌓아가는 시간이 되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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