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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변대원 Feb 16. 2024

#_내 삶은 어떤 문장일까?

당신이라는 놀라운 작품에 대하여

사전에는 훌륭한 시를 만들어낼 수 있는 오만 가지 단어들이 다 실려 있지만, 그 안에는 단 한 편의 시도 들어있지 않다. - 브루노 무나리 <판타지아>


오늘 아침에 읽은 <에디토리얼 씽킹>에서 만난 멋진 문장입니다.

우리가 살아가는 삶에 빗대어 생각해 봅니다.

세상에는 훌륭한 삶을 만들어낼 수 있는 오만가지 일들이 가득하지만, 내가 스스로 재료들을 가지고 와서 창조해 내지 않으면 편의 시도 완성할 없을 것입니다.


삶은 그저 사전 속에 나열된 하나의 단어에 불과할 수도 있고, 어떤 것으로도 대체하기 힘든 한 편의 시가 될 수 도 있을 것입니다.


그건 우리가 나 자신의 삶을 어떻게 바라보고 어떻게 규정짓느냐에 달려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오늘 하루는 어떤 문장일지 생각해 봅니다.

간절히 찾고 소중히 벼려낸 단어 하나하나를 엮어가듯이 내가 만든 하루라는 문장이 이어서 하나의 시가 되기도 하고, 한 편의 에세이가 되기도 하고, 대하소설이 되기도 할 겁니다.


아무리 좋은 책도 모든 문장이 다 특별하진 않습니다. 평범한 문장들이 이어지다가 중간중간 멋진 문장들이 나오는 것처럼 우리 인생도 비슷하지 않을까요? 살아가는 매일매일이 다 특별할 수는 없겠지만, 내가 어떤 삶을 추구하고, 어떤 하루를 만들어 가는지에 따라 분명 어느 순간 나만이 쓸 수 있는 멋진 문장을 쓸 수 있게 될 거라고 믿습니다.


세상과 더 깊이 연결되고, 더 많이 깨어있는 상태에 이르면, 분명 이전과는 다른 무언가를 발견할 수 있게 됩니다. 인식의 지평이 달라지고, 새로운 사고 회로가 생겨납니다. 세상을 보는 관점이 달라질 것이고, 똑같은 걸 보더라도 더 많은 디테일을 느낄 수 있을 것입니다.


삶은 디테일입니다. 디테일이 모여 하나의 장면(Scene)을 만들고, 그런 장면이 모여 하나의 시퀀스*를 만듭니다. 그런 시퀀스가 모여 한 편의 영화가 만들어집니다.

 

우리는 모두 특별합니다. 세상에 특별하지 않은 사람은 없습니다.

그 특별함을 발견하고 편집해서 하나의 시나 한 편의 영화로 만드는 사람이 있고,

그 특별함을 광산 속에 파묻혀있는 보석처럼 그냥 내버려 두어서 있는지도 모르고 사는 사람이 있을 뿐입니다.


어젠 비가 와서인지 오늘은 아침부터 날씨가 무척 화창합니다.

노트북 위로 쏟아지는 햇살이 오늘의 디테일입니다. 그런 햇살이 눈부시지 않게 살짝 비켜 키보드를 두드리는 제 두 손도 디테일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있는 당신의 두 눈도 디테일입니다. 스마트폰을 쥐고 있는 손의 감각도 디테일입니다. 그렇게 아무것도 아닌, 매 순간 우리가 다 인지하지도 못하고 지나가는 수많은 디테일이 모여 '나'를 만듭니다. 내 생각을 만들고, 내 삶을 만듭니다.


우리 삶은 아무것도 아닌 단어였다가 때론 누군가가 적어놓은 소설 속 한 단어였다가, 때론 누군가의 가슴을 따듯하게 만들어줄 한 편의 시였다가, 때론 함께 웃고 즐길 수 있는 한 편의 영화가 되기도 합니다.

그건 오직 내가 어떤 디테일(순간)들을 모아 어떤 장면(하루)을 만드는지에 달려있을 겁니다. 인생이라는 시나리오는 그 누구도 아닌 내가 써 내려가는 것이고, 인생이라는 영화는 내가 감독이니까 말이죠.

부디 당신과 나의 삶이 하나의 시가 될 수 있길 바랍니다.

한 편의 소설이 될 수 있길 바랍니다.

한 편의 영화가 될 수 있을 거라 믿습니다.

무엇보다 우리 삶은 저마다 가치 있는 작품이라 믿습니다.




*시퀀스 : 영화에서 하나의 이야기가 시작되고 끝나는 독립적인 구성단위를 뜻합니다.

*오늘 발췌한 문장은 브루노 무나리 <판타지아>의 문장이며, 최혜진 작가의 <에디토리얼 씽킹>에서 재인용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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