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_심플한 삶은 단순하지 않다

심플은 수많은 복잡함을 이겨낸 자만이 얻는 승리의 전리품이다

by 변대원

나는 심플한 삶이 좋다.

그렇다고 대단히 심플하게 살고 있냐고 물어보면 솔직히 자신은 없다. 심플의 기준은 저마다 다르겠지만, 나에게는 삶의 방향이 얼마나 명확한지가 심플함의 기준이다.


지금 내가 쓰는 책상에는 컴퓨터와 키보드, 마우스 외에 4개의 연필꽂이, 31권의 책이 쌓여있다. 그 주변으로 책장이 둘러 쌓여있는데, 대략 2천여 권 되는 것 같다. 누가 봐도 심플하게 정돈된 환경은 아니다. 하지만 내 입장에서는 제법 심플하다고 생각한다. 적어도 이 환경이 내가 원하는 삶으로 가는 방향과 일치하기 때문이다. 내가 관심 있는 책들이 내가 앉아있는 책상에서 고개만 돌리거나, 의자만 돌려도 발견할 수 있게 만들고 싶었다. 지금은 부득이 책이 쌓여가면서 책꽂이 한 칸에 책이 2줄을 들어가면서 보이지 않는 책이 많이 생긴 게 가장 큰 아쉬움이지만, 이것 역시 내 공간에 대한 편집과 선택의 결과물일 수밖에 없다. 나는 스스로에게 이런 질문을 던져본다.


'그저 내 삶의 불필요한 것들을 다 걷어내기만 하면 심플해질까? '


그렇지 않다. 애당초 내가 가지고 있는 것, 만나고 있는 사람, 지금의 환경 모두가 어떤 식으로든 내 필요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그 대부분을 버리고 정리하기도 쉽지 않을 테고, 설령 한다고 해도 심플해지기보다는 심심해질 가능성이 더 크다.


애플의 디자인을 심플한 디자인의 대명사로 여긴다. 그건 심플한 디자인 속에 모든 복잡함을 해결할 수 있도록 정리했기 때문이다. 심플함은 결코 간단하지 않다. 복잡함과의 끊임없는 싸움이다. 심플은 수많은 복잡함을 이겨낸 자만이 얻는 승리의 전리품이다. 분명 그 작은 기기 하나에 수많은 기능들을 탑재하기 위해, 그것을 보다 직관적이고 단순하게 사용할 수 있는 UI(user interface : 사용자가 편리하게 조작할 수 있게 만드는 설계 혹은 소통방식)를 만들어 내기 위해 수많은 사람들의 노력이 담겨 있을 테다.


우리 삶도 비슷하지 않을까? 심플한 삶을 살아가는 사람을 볼 때 심플함과 거리가 먼 사람일수록 대단치 않게 여긴다. 그러나 조금이라도 심플한 삶을 제대로 추구해본 사람이라면 안다. 내 삶의 수많은 복잡함을 심플하게 해결할 수 있게 만드는 과정이 얼마나 어려운지를.

심플한 삶은 단순하지 않다. 그걸 단순하게 여기고 접근하는 사람에겐 그저 심심한 삶이 남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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