결국, 함께 만들어 가는 것
4월 중순, 출판사 등록을 하고 2권의 책을 출간했습니다.
매년 몇만 권의 책이 쏟아지는 출간시장에서 책을 내는 일이 과연 의미가 있는 일인가 되묻곤 합니다.
하지만 그건 어리석은 질문입니다.
책이란 작가 입장에서 혼자 쓰는 것 같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기획 및 발행인의 입장에서도 책을 혼자 만드는 것 같은 착각이 들 때도 있지만, 사실이 아니죠.
결국 한 권의 책은 작가와 기획자, 디자이너, 편집자, 인쇄소, 그리고 무엇보다 독자가 함께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어제는 첫 번째 책인 <산골에서의 사계>와 두 번째 책인 <작은 시작, 변화를 만나다>의 작가님들을 모시고, 함께 출간기념회를 했습니다. 출간기념회를 여러 번 진행해 보았지만, 출판사 대표(발행인)의 입장에서 주최하는 건 처음이라 생각보다 신경 쓸 게 많았습니다. 행사 공지를 하고, 신청을 받고, 작가님들을 응원하는 메시지를 수집하고, 행사순서와 계획을 잡고, 주차 관련 협조를 구하고, 현수막을 제작하고, 손님들께 드릴 음료와 다과를 준비하고, 공간을 꾸밀 소품들을 사서 세팅하고, 오시는 분들 안내하고...
하나하나는 사소한 일이지만, 작가님들과 개별적으로 소통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혼자 고민해야 하는 부분도 있고, 도와줄 사람도 필요하고.... 일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간단한 일도 결코 쉽지만은 않은 법입니다.
그럼에도 많은 분들이 참여해 주셨고, 축하해 주시고, 서로 배려하고 도와주셔서 한결 수월하게 마칠 수 있었습니다.
삶이란 그런 것 같아요.
혼자 사는 것 같지만, 사실은 수많은 사람들이 보이지 않는 어깨동무를 한 채 살아가고 있다는 것.
강의를 할 때도 비슷합니다.
강사가 혼자 하는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아요. 정말 그렇다면 청중이 어떤 사람이건 결과는 다 동일해야 하는 거잖아요. 하지만 그렇지 않습니다.
강의할 공간을 제공해 주는 곳이 있고, 강사를 섭외하고 운영하는 사람이 있고, 그 강의를 듣는 사람들이 있죠. 그 모든 것이 어우러져 하나의 강의가 진행될 수 있는 것임을 압니다.
강의 내용과 무관하게 강의장이 환기가 안되어서 답답하거나, 에어컨이 안돼서 덥다면, 강의 내용이 아무리 좋아도 그걸 제대로 전달할 수가 없게 됩니다.
반대로 강사 입장에서 크게 특별한 내용이 없다고 생각했는데, 참여하시는 분들이 충분히 공감하고 만족한다면 그건 그거대로 새로운 인사이트가 되어 더 깊이 있는 연구와 사색으로 이어지고, 그다음 강의에는 더 완성도 높은 콘텐츠가 나오기도 합니다.
최근에 진행하는 강의에서는 사실 이전보다 인원이 배이상으로 많아져서 소통의 문제, 집중의 문제 등에 대해 걱정을 했었습니다. 하지만 막상 시작하고 보니 기대이상으로 참여하신 분들의 수준이 높고, 강사가 전달하고자 하는 것 이상으로 각자 자신의 삶에 필요한 것들을 생각하고 연결하면서 의미를 찾는 모습에 제가 더 크게 감동받게 되었습니다. 그런 느낌은 결국 다시 수강생분들께 어떻게 해야 더 도움이 될 수 있을까를 고민하게 만들고, 그런 관심과 노력은 분명 더 좋은 결과로 이어지게 됩니다.
서로가 서로에게 영향을 주고받는 것이죠.
비단 책과 강의뿐 아니라, 인간관계의 기본공식일 겁니다.
혼자 한다고 생각이 들 때 기억해야 합니다. 혼자 하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혼자 한다고 착각하면, 마치 나 혼자 바쁘고, 나만 억울하고, 나만 손해 보고 있다는 감정을 느끼게 되거든요.
그게 아주 위험합니다. 마음을 각박하게 만들기 때문입니다.
가정에서도, 직장에서도, 친구관계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실제로는 정말 많은 사람들 덕분에 지금의 내가 있는 것임에도, 그런 감사함은 쏙 뺀 채 내가 마땅히 받아야 하는 것들만 계산기를 두드리게 됩니다. 그런 마음을 가지고서 행복한 삶을 사는 사람은 한 명도 없습니다.
늘 세상에 화가 나있죠. 주변 사람들에게도 민폐지만, 무엇보다 자기 자신에게 가장 못할 짓입니다.
지금의 나를 만든 감사한 일들에 집중해 볼 수 있어야 합니다.
부모님이나 가족들, 선생님들과 나를 아껴주는 친구들처럼 마땅히 감사해야 하는 존재들뿐만 아니라, 어린 시절 나에게 무섭게 굴었던 선배나 나를 무시했던 친구, 나에게 말도 안 되는 일을 던져주는 직장 상사, 나의 자존감을 떨어뜨리는 인스타 속 사진들조차 깊이 생각해 보면 감사할 수 있습니다. 그런 일들을 통해 나의 한계를 시험할 수 있었고, 때론 지기도 하고, 때론 이겨내면서 보다 단단한 내면을 만들게 해 주었기 때문입니다.
나아가 그런 생각을 마음껏 할 수 있는 자유, 마음만 먹으면 무언가를 배울 수 있는 사회 인프라, 전쟁이나 기근 등의 걱정 없이 살 수 있는 국가 등 보이지 않지만, 전 세계로 시야를 확장해 보면 사실은 내가 가진 것들이 얼마나 감사한 것들인지 체감할 수 있게 됩니다.
누군가는 평생 막연한 대박과 행운만 쫓으며 살고, 또 누군가는 이미 자신이 가진 것이 얼마나 대박이고, 행운인지를 알고, 그걸 감사하게 느끼고 더 성장하고, 보답하며 살아갑니다.
저도 이 글을 적고 있지만, 사실 알면서도 알지 못합니다.
너무 자주 잊어버리기 때문입니다. 그 글은 제 자신에게 하는 말이기도 합니다.
까먹지 말라고. 너 혼자 바쁜 게 아니고, 너 혼자 애쓰고 있는 게 아니라는 사실을.
내가 투정 부릴 만큼 내가 가진 것들이 부족하지 않다고.
오히려 깊이 들여다볼수록 넘치도록 감사하고 고마운 일들만 보이게 될 거라고.
오늘은 제 삶의 감사함을 어떻게 다시 세상에 보답할지 잠깐이라도 고민하는 시간을 가져야겠습니다.
무엇보다 이 글을 함께 읽고 있는 당신에게도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