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들여 노력하여 어느 정도 궤도에 오르니, 치유까지.
저도 몰랐어요.
애써서 공들여서 좋은 결혼생활을 위해 노력했지만,
어쩌면 이는 성향에 가까운 것일 수도 있다 생각했어요.
뭐든지 잘 해내려고 하는 성향,
모범생 성향,
평화를 지향하는 성향.
어쩌면 나를 위해서가 아니라
가정을 위해서 나를 희생한다고만 생각하기도 했던 것 같아요.
그렇게 애쓰고 노력하고 공 들이며 살다가,
그 노력이 어느 정도 체화되어 그다지 어렵게 되지 않은 시점이 되자,
제 마음 속에 꽁꽁 묶여 있던 어떤 끈이 느슨해지는 느낌을 받았어요.
그건 어떤 결핍이었고, 상처였고,
배우자만 알고 있는 제 억울함이었는데,
어느 순간 그 팽팽했던 게 느슨해져서
제 마음 속에 편안하게 둥둥 떠다니고 있는 거에요.
이게, 안정적인 결혼생활이 제게 주는 치유였다는 것을 깨닫고
배우자에게 고마움을 표현했어요.
어느 순간 스르륵 옅어지고, 가벼워졌더라고요.
우리는 누구나 원가족에 대해 많은 감정과 상처를 갖고 있어요.
사소하다면 사소한 것일 수도 있고,
너무 커서 들여다보기 겁나는 것일 수도 있어요.
그리고 애쓰고 공들이고 있는 결혼생활이지만
객관적으로 보면 한쪽은 계속 희생하고 배려하고,
한쪽은 받기만 할 수도 있어요.
그런데 결혼생활은 딱 반반 되지 않더라고요.
내 결핍과 필요, 배우자의 결핍과 필요는
각각 너무나 달라서,
딱 잘라 계산할 수 없어요.
그런데 배우자가 내 결핍, 상처를 어느 순간 있는 그대로 인정해주고 보듬어주고,
그것을 뛰어넘는 온기를 보여주는 순간,
우리의 결혼생활에 ‘치유’라는 단어가 들어오고,
더욱 단단한 가정으로 나아가더라고요.
그러니,
지금 당장은 내 희생과 배려가 너무 많고,
그것이 당연시 되는 것 같아 빈정 상하더라도,
길게, 깊게 한번 들여다보시길 권해드려요.
사랑하는 사람끼리 결혼한 이상,
나의 애씀과 공듦을 배우자는 분명히 느낄 거고,
즉각적으로 내가 원하는 변화를 보이진 않더라도,
서서히 맞춰지는, 그러면서 나의 상처에 새살을 돋게 해주는 시점이 올 수 있어요.
결혼생활, 노력해볼 만 하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