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사랑예찬 Sep 12. 2024

명절이 코앞인데, 식세기 고장

식기세척기 없는 명절, 어떨까.

집안일을 수월하게 해 줘서

‘이모님’이라고도 불리는

식기세척기.


명절 직전인 이번 주,

갑자기 식기세척기에 에러코드가 뜨며

작동을 멈췄어요.


누수라고 하는데,

제가 손볼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 같고,

전원코드를 뽑았다 꽂는 걸로도

해결되는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이런 일은 늘 갑작스러워요.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러운데,

게다가 시기적으로도

설거지할 일이 많은

명절을 앞두고 있다보니

더 황당해요.


오전 9시, 시간을 맞추어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요.


통화량이 많대요.

상담을 하려면 오래 걸린대요.

홈페이지에서 출장신청을 하래요.


그런데 시간이 부족해요.

핸드폰으로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운전을 해야 하는 시간대이거든요.




아주 큰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도 아닌 것은 아닌 일에

마음은 오르락내리락해요.


짜증이 날 것만 같아요.

날씨도 아직 덥고,

왜 하필 이 시기인지

대상도 없는데

화를 내고 싶어져요.


심호흡을 해요.

한 번, 두 번, 세 번.

후…..





마음을 가라앉히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기 시작해요.


할 수 없는 일은

식기세척기를 당장 고치는 것,

서비스센터와 대기 없이 전화연결이 되는 것,

명절 전에 고치는 것.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빠른 출장일정을 잡는 것,

고치기 전까지 식기세척기 없이 사는 것.




그러다,

식기세척기 고장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는

스스로가 보였어요.


썩, 마음에 들지 않아요.


어떻게 마음을 먹으면

좀 나아질까 생각해 보아요.


그러다,

‘언제부터 식기세척기 갖고 살았다구.

그 전엔 없이도 잘 살았는걸.

이번에 식세기 없이 살아보고

그래도 괜찮으면 이참에 아예

식기세척기 없애고

그 공간을 활용해도 되겠네.‘라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이제 진짜 마음이 편해졌어요.


어차피 마음 끓여봤자

명절 전에 식세기는 못 고쳐요.


그러니 내 마음을 고쳐 먹어요.


이번 명절,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되어요.


식기세척기 없는 명절이라니,

있다가 없으면

어떨지 기대 되어요.


역시 식세기는 있어야 된다는 결론일지,

없어도 된다는 결론일지,

다음주까지 지내봐야겠어요.






매거진의 이전글 오늘은 헬스장 회원권 종료일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