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기세척기 없는 명절, 어떨까.
집안일을 수월하게 해 줘서
‘이모님’이라고도 불리는
식기세척기.
명절 직전인 이번 주,
갑자기 식기세척기에 에러코드가 뜨며
작동을 멈췄어요.
누수라고 하는데,
제가 손볼 정도의 수준은 아닌 것 같고,
전원코드를 뽑았다 꽂는 걸로도
해결되는 수준은 아닌 것 같아요.
이런 일은 늘 갑작스러워요.
갑작스러워서 당황스러운데,
게다가 시기적으로도
설거지할 일이 많은
명절을 앞두고 있다보니
더 황당해요.
오전 9시, 시간을 맞추어
서비스센터에 전화를 걸어요.
통화량이 많대요.
상담을 하려면 오래 걸린대요.
홈페이지에서 출장신청을 하래요.
그런데 시간이 부족해요.
핸드폰으로도 할 수 있다고 하지만
운전을 해야 하는 시간대이거든요.
아주 큰 일은 아니지만,
그렇다고 아무 일도 아닌 것은 아닌 일에
마음은 오르락내리락해요.
짜증이 날 것만 같아요.
날씨도 아직 덥고,
왜 하필 이 시기인지
대상도 없는데
화를 내고 싶어져요.
심호흡을 해요.
한 번, 두 번, 세 번.
후…..
마음을 가라앉히고
할 수 있는 일과
할 수 없는 일을
구분하기 시작해요.
할 수 없는 일은
식기세척기를 당장 고치는 것,
서비스센터와 대기 없이 전화연결이 되는 것,
명절 전에 고치는 것.
할 수 있는 일은
최대한 빠른 출장일정을 잡는 것,
고치기 전까지 식기세척기 없이 사는 것.
그러다,
식기세척기 고장 때문에
시간과 에너지를 많이 쓰고 있는
스스로가 보였어요.
썩, 마음에 들지 않아요.
어떻게 마음을 먹으면
좀 나아질까 생각해 보아요.
그러다,
‘언제부터 식기세척기 갖고 살았다구.
그 전엔 없이도 잘 살았는걸.
이번에 식세기 없이 살아보고
그래도 괜찮으면 이참에 아예
식기세척기 없애고
그 공간을 활용해도 되겠네.‘라는
생각에 이르렀어요.
이제 진짜 마음이 편해졌어요.
어차피 마음 끓여봤자
명절 전에 식세기는 못 고쳐요.
그러니 내 마음을 고쳐 먹어요.
이번 명절,
긴장도 되고, 기대도 되어요.
식기세척기 없는 명절이라니,
있다가 없으면
어떨지 기대 되어요.
역시 식세기는 있어야 된다는 결론일지,
없어도 된다는 결론일지,
다음주까지 지내봐야겠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