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제쯤 흐릿해질까. 암과의 첫 만남.
“여보, 나 내일 진료보러 오래요.
암인 것 같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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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직도 생생해요.
오후 3시 21분.
오전에는 수원가정법원에
소년사건 열람등사하러 갔다가,
오후에는 역삼동 사무실에 회의가 있던 날.
남편은 주1회 재택근무였는데,
재택근무하던 월요일이었어요.
저희 사무실은 회의 때 종종
생일축하를 하기도 하는데,
이 날 회의 때에는
저와 동료변호사님이 함께 생일축하를 받으며
즐거워했었어요.
그렇게 회의를 마치고 집으로 가던 길,
운전 중에 전화가 왔어요.
느낌이 이상했지요.
일주일 전 건강검진을 하며
용종같은 게 있다고 들었기 때문이었어요.
블루투스로 받았어요.
왜 바로 말을 안 하지?
연결이 잘못 된 건가, 두어번 부르니,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하던 그 날의 통화.
차 안에 온통 ‘암’이라는 단어가
둥둥 떠다니는 것 같았어요.
그게, 첫 대면이었어요.
‘암’이 인생에 들어왔어요.
초대한 적은 없지만,
누구나, 언제라도
만날 수 있는 ‘암’이요.
하늘은 파랗고,
공기는 11월의 차가움이
그나마 대낮의 온기로 살짝 덮였고,
매일 다니던 길이기에
새로울 것 하나 없던 그 길, 그 지점에서
들은 ‘암인 것 같대요’.
거기서부터 집까지
어떻게 운전해서 간 건지
기억이 없어요.
간호사인 친정언니가 떠올랐어요.
그러나, 언니도 회사에 있어요.
긴장되는 마음이지만
마음을 부여잡고
집까지 갔어요.
남편은 심란한지,
밖을 서성이고 있었어요.
주차하고 단지를 한바퀴 같이 걸으며
둘이 아무 말을 주고 받았어요.
곧 아이들은 하원해야 하고,
일단 오늘 밤을 지나야 해요.
둘째는 이제 10개월,
당장 내일 무슨 일이 일어날지
알 수 없었던 첫 만남은
1년이 지난 지금도 생생해요.
퇴근한 친정언니에게 메시지를 남겨 놓으니,
일단 내일 바로 입원할 수도 있으니
금식하고 외래진료를 받으라는 조언을
해줘요.
아이들을 재우고
검색하다
‘아름다운 동행’ 카페에 가입해요.
이런저런 생각에 잠을 못 이뤄요.
그 전 건강검진은 건강검진센터에서 받았는데,
이 때는 가까운 대학병원에서 받았어요.
대학병원에서 건강검진을 받으니
이상이 있을 때 외래진료가 바로 연결이 되었어요.
생각해보니 이것 또한
감사한 일이라 여겨져요.
재택근무 중이었기에
남편이 회사에서 이 소식을 들은 게 아닌 것도
감사한 일이라 생각되었어요.
둘째가 10개월이지만,
태어나 있는 상태인 것 또한
감사했어요.
2년 전 건강검진 때 암을 만났다면
둘째를 만날 수 없었을 테니까요.
긴장과 당황,
두려움과 감사함이
휘몰아치던 그 날, 그 밤을
1년이 지나도 생생히 기억해요.
그렇게 암 보호자의 첫 날이
흘러갔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