쓸 수 있을지 장담할 수 없었던 이야기를 시작해봅니다.
이 이야기를 써야겠다 마음 먹은 이유는
하나였어요.
암이라는 큰 일을 만나고 나니,
보이는 것도 다르고,
생각하는 것도 달라지더라고요.
삶을 대하는 태도도 물론이고요.
남편이 암을 만난지 만 1년이 되었어요.
그 기간 동안,
암 관련 카페에서,
블로그에서,
또 어느 게시판에서
많은 글들을 보았고,
큰 위로가 되었어요.
함께 무언가를 겪었다,
나보다 먼저 겪은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이런 것들이 주는 힘과 위로를
새삼 알게 되었고,
제 글도 누군가에게
그런 온기를 전할 수 있게 된다면
누군가가 단 한 명이더라도
남겨놓는 게 좋겠다,
훗날 아이들이 볼 수 있도록
남겨놔도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지요.
그래도 시작하는 건 쉽지 않았어요.
끝날 때까지 끝나는 게 아닌 것이 암이고,
이 과정이 어떻게 흘러갈지 알 수 없었기에
주저하는 마음도 작지 않았어요.
그래서 남편과 상의했어요.
만 1년 검사에서 '괜찮다'는 소견 나오면
써보자는 결론이 나왔어요.
그렇게, 암을 만난지 만 1년이 되는
2024년 11월,
일단 '괜찮다'는 소견을 들었기에
마음 먹었던대로
암 보호자의 이야기를
시작해 보려고 합니다.
40대 중반까지 살아오면서,
'좋기만 한 것도,
나쁘기만 한 것도 없다.'고 생각했는데,
암도 그랬어요.
나쁘기만 한 것 같았던 암이지만,
돌아보니 가족은 단단해졌고,
식습관도 돌아보게 되었고,
사회와 이웃에게 더 관대해졌고,
주어진 삶에서 본질이란 무엇인지
깊게 생각해 보는 계기가 되었어요.
이 또한 지나가면 잊겠지요.
덜 잊기 위해 남깁니다.
비극적인 영화인 줄 알았는데,
생각보다 코믹한 장면도 있고,
따뜻한 장면도 있어요.
'암'이라는 영화에
조연으로 출연하였지만,
어디에서도 마음 놓고 할 수 없었던
암 보호자의 이야기.
그려볼게요.
너무 슬프진 않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