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에게서 선생님을 빼앗아 간 이 세계를, 도대체 나는 어떤 얼굴로 받아들여야 하는 걸까.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계절이 바뀌고 바람이 불고, 사람들은 웃고 떠들며 하루를 살아간다. 그 모든 흐름 속에 나 역시 아무렇지 않게 섞여 들어가야 한다는 사실이, 견딜 수 없을 만큼 낯설고 모욕적으로 느껴진다.
이 세계는 너무도 태연하다. 누군가를 앗아간 직후에도, 아무런 균열도 없다는 듯 매끄럽게 이어진다. 마치 애초에 그런 사람은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혹은 있어도 아무런 상관이 없다는 듯, 시간은 조금의 망설임도 없이 흘러간다. 나는 그 흐름의 한가운데에 서서, 도무지 발을 내딛을 수가 없다.
어떻게 이걸 ‘수용’하라는 걸까.
어떻게 이걸 ‘음미’하라는 걸까.
그 말들은 너무 쉽게 입 밖으로 나오는 것 같아서, 오히려 더 잔인하게 들린다. 마치 상처 위에 얇은 종이를 덮어두고는 괜찮다고 말하는 것처럼. 나는 아직도 그 자리에 서 있는데, 세상은 이미 한참을 앞서 나가버렸다.
가끔은 숨이 막힌다.
분노가 목 안쪽까지 차올라서, 아무 말도 할 수 없을 것처럼.
왜 하필 선생님이어야 했는지, 왜 하필 우리가 이런 방식으로 남겨져야 하는지, 그 질문들은 갈 곳을 찾지 못한 채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돈다. 답이 없다는 걸 알면서도 멈추지 않는다. 아니, 멈출 수가 없다.
유유자적이라니.
그 말은 지금의 나에게 너무 멀고, 너무 가벼워서 오히려 날카롭게 느껴진다.
나는 아직 그곳에 도달하지 못했다.
아니, 어쩌면 도달하고 싶지 않은지도 모른다.
왜냐하면, 이렇게 화가 나는 지금 이 상태야말로, 내가 선생님을 잊지 않고 있다는 가장 분명한 증거처럼 느껴지기 때문이다.
그래서 나는 묻는다.
이 분노를 내려놓는 순간, 나는 과연 무엇을 잃게 되는 걸까.
그리고 그 질문 앞에서, 나는 여전히 멈춰 서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