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을 보인다는 것, 공존한다는 것

온라인 화상수업 비디오-오디오 뮤트에 대한 단상

by 가이아

타임라인의 여러 선생님들께서 화상수업에서의 어려움을 말씀하고 계시다. 난 사뭇 상반된 경험을 갖고 있다.


한 학교는 100% 얼굴을 보여준다. (순전히 나의 부족함으로) 학생들과 아주 활발한 상호작용을 한다고 할 수는 없으나 얼굴을 보니 반응을 살펴가며 수업을 할 수 있다. 이야기도 꽤 많이 나눈다. 이에 비해 다른 학교는 약 80퍼센트가 비디오를 끈 상태로 수업을 한다. 소리까지 꺼놓고 있으니 사실 뭘 하는지 알 수가 없다. 답답하긴 하지만 그런가보다 할 수밖에 없다. 이야기가 오가긴 하지만 위에 말한 학교에 비해 소통의 빈도는 떨어진다. 사실 얼굴도 보여주지 않고 말소리도 뮤트시켜 놓은 학생들에게 말을 걸기가 쉽진 않다.


화면캡쳐로 인한 개인정보/사생활 침해 우려가 있다는 이야기를 접한 후 학생들에게 "얼굴이 거의 보이지 않아도 되고, 마스크를 써도 됩니다. 카메라를 꺼야겠다고 생각하신다면 끄셔도 됩니다. 다만 집중해서 참여해 주세요."라고 안내를 한다. 그런데 흥미로운 건 한 학교는 예외없이 화면을 켜고, 다른 한 학교는 대부분이 화면을 끈다는 것이다. 문화의 차이일까? 단언할 수는 없으나 학교 간 분위기의 차이가 분명 있는 것 같고, 연령별 차이도 있는 듯하다. (대학원의 경우 학부에 비해 카메라를 켜고 수업에 참여하는 일이 자연스럽게 받아들여지는 경우가 좀 더 많은 것 같다.)


chris-montgomery-smgTvepind4-unsplash.jpg Photo by Chris Montgomery on Unsplash


'카메라 끄기와 뮤트로 사라져버리는' 현상에 대해 엄기호 선생님과 이야기를 나눈 적이 있다. 선생님의 요지는 얼굴을 본다는 것, 혹은 얼굴을 보여준다는 것은 윤리적 주체로 자신을 드러내는 것을 의미한다는 것이었다. 예를 들어 문자메세지를 보낼 때에는 소파에 벌러덩 누워있어도 별 상관이 없다. 다리를 떨면서 슬픔을 표현하는 문자를 보낼 수도 있다. 전화를 통해 목소리를 듣게 되고 모종의 '연결'이 만들어지면 상황이 조금 달라진다. 서로간의 유대가 강해지면서 '자다가도 벌떡 일어나서 공손한 자세로' 전화를 받곤 하는 것이다. 화면을 통해 얼굴을 맞대면 사람 간의 엮임이 더욱 강해진다. 인간의 얼굴은 신체의 그 어느 부분보다 많은 정보를 전달하며 기쁨, 지루함, 흥미로움, 피곤함, 관심 등을 순식간에 알리기 때문이다. 교실이라는 공간을 함께 점유하게 되면 사람들의 유대는 더욱 강해진다. 눈치가 발동하고 분위기가 작동하며 개별주체의 움직임 하나하나가 집단의 동학(dynamics)에 기여한다. 스크린 위의 디지털 신호가 아닌 3차원 공간에 공존하며 공명하는 신체가 만들어내는 윤리적 풍경이 있는 것이다. (선생님은 이를 일종의 묶임(binding)으로 표현하셨던 것 같다.)


화면을 켜지 않는 학생들을 비난하고 싶지는 않다. 하지만 확실한 것은 얼굴을 보여주지 않는다는 사실이 그저 '편의'로만 환원될 수 없다는 것이다. 얼굴을 보인다는 것은 서로에게 좀 더 온전한 인간으로 선다는 것이며, 상대와 더 세밀한 감정을 공유하겠다는 것이며, 상대의 표정에 감응하는 자신을 내보이겠다는 것이다. 그것은 분명 취약함(vulnerability)을 감내하는 행위이자 함께있음을 선언하는 행위이기도 하다.


문제는 얼굴을 보이는/숨기는 행위에 대한 감각이 사람마다 사뭇 다르다는 것이다. 특히 교수자가 느끼는 바와 학생이 느끼는 바가 다르다. 솔직히 교수자가 이런저런 활동과 도구를 통해 소통의 질을 높이는 수밖에 뾰족한 수는 없는 것 같다. 하지만 학생들이 화면을 끄고 뮤트를 하기 전에 '나는 이 수업에서 어떤 주체로 존재할 것인가'를 한 번 쯤은 생각해 보았으면 좋겠다. 모두가 화면을 끄고 뮤트한다는 것이 어떤 교수자에게는 '함께 더 좋은 수업을 만들어가겠다는 의지가 0에 수렴함'으로 이해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인식할 수 있었으면 한다. 화면을 끄고 안 끄고는 자유이지만 교수자와 동료 수강생들과 공존하는 일은 수업의 일부이니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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