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th&15th 우리가 만드는 주말숙제 2
자러 갈 때 아빠에게 메롱을 했다.
한 달여간 몸이 좋지 않아 연재를 쉬게 되었습니다. 어느덧 한 학기가 끝나고 1학기 꿈뜰의 주말 숙제 이야기를 마무리를 할 시점이네요. 유종의 미를 위해 두 번에 걸쳐 주말 숙제 뒷이야기를 정리해보려 합니다.
꿈뜰의 특별한 주말 숙제
14th. 가족과 함께 운동하기
15th. 온 가족이 모여(침대에 누워) 게임하기
16th. 다양한 나뭇잎 관찰하고 그리기
17th. 책을 읽고 ( 주인공처럼 생활해 본) 소감 쓰기
*( ) 내용은 꿈쟁이들의 사심이 담긴 선택사항입니다
14~17번째 주말숙제는 꿈쟁이들이 스스로 여러 번 심사숙고하며 고른 것들입니다. 그래서 좀 더 의미 있고 재미있는 소감을 기대했는데 사실 학기말이라 제가 정신이 없다 보니 아이들도 소감 쓰기에 덜 신경을 쓴 것 같습니다. 역시 아이들은 교사가 지도하기 나름입니다. 그래도 숙제를 끝까지 열심히 한 친구들도 많이 있습니다. 오늘은 그 아이들의 이야기 중에서 반 친구들의 반응이 빵빵 터졌던 한 문장을 모아 소개해 보겠습니다.
14th. 가족과 함께 운동하기
"나는 아빠랑 축구를 했는데 하고 나니 28kg에서 26kg로 내려왔다. 살이 빠져서 슬프다."
- 이 아이는 너무 마른 게 고민인 남자아이예요. 그런데 축구를 하고 살이 더 빠진 것 같아서 너무 슬프다는 소감을 써서 친구들에게 걱정반 웃음반으로 위로를 받았습니다.
"엄마 아빠랑 2년 만에 배드민턴을 쳤다. 서브도 잘 못하다가 좀 치니까 재미있어졌지만 내기에서 10대 2로 졌다."
- 다음에는 아버님께서 좀 봐주면서 하시길...^^;
"나는 엄청 아쉬운데 엄마 아빠는 많이 지쳐서 빨리 가고 싶은 눈치다."
- 아이들 체력은 성인 2명이 번갈아가며 놀아도 못 따라갑니다. 우리 에너자이져들!!ㅎㅎ
15th. 온 가족이 모여(침대에 누워) 게임하기
"동생들과 닌텐도를 했는데 ez하게 동생들을 발라서 기분이가 좋았다."
- 동생 이기고 그렇게 기분이 좋냐며 친구들의 아우성을 들었지만 그래도 기분이 좋다는 철없는 형, 역시 형제간의 우애는 이렇게 서로 깔아뭉개면서 피어나는...
"자러 들어갈 때 아빠에게 메롱을 하고 들어갔다."
- 아빠랑 오목과 알까기 시합에서 계속 지다가 막판에 이긴 딸내미가 아빠를 놀리는 장면입니다. 저 메롱을 보고 있는 아빠는 딸이 얼마나 사랑스러울까요?
"엄마와 내기에서 져서 설거지를 했다. 손이 저리다."
- 이 숙제를 하기 전에 아이들이 저에게 걱정스럽게 질문을 했습니다.
"부모님이 게임 안 하신다고 하면 어떻게 해요?"
그래서 제가 뭐라고 했게요?
"그럼 부모님이랑 내기를 해. 부모님이 원하는 걸 걸고 내기를 하자고 하면 아마 거의 성공할걸?"
진짜 요 방법을 써서 숙제에는 성공했는데 내기에 져서 결국 설거지를 하게 된 범생이 친구의 사연입니다. ^^
이렇게 15번째 주말 이야기를 공유하다 보니 우리 친구들은 이제 글자체만 보아도, 문체만 보고도 누구네 가족 이야기인지 맞추기 시작했습니다. 친구네 형제자매들도 이름이 익숙해지면서 소감에 등장하는 가족들이 남처럼 느껴지지 않는 것 같습니다. 주말숙제를 통해 비슷한 고민과 경험을 공유하면서 친밀감이 쌓이나 봅니다.
그래서인지 갈수록 교실은 더 즐겁고 화기애애합니다. 보통의 교실은 학기말로 갈수록 서로 가까워지고 자주 부딪히다 보니 잦은 다툼과 갈등으로 교사가 지치기 쉬운데 올해는 큰 싸움 한 번 없이 잔잔합니다. 유난히 마음결 고운 꿈쟁이들이라 그런 걸까요? 특별한 주말 숙제가 조금은 영향이 있지 않을까 생각해 봅니다.
우리 4학년 마지막날까지 평화롭게 지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