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과 연인 되기, 책과 하나 되기!
- TMI: 이제는 문학에서 주인공이라는 용어를 쓰지 않는대요. 주인공이라는 표현은 모더니즘적 용어인 반면 포스트 모더니즘 시대로 접어들면서 문학에서 주인공 대신 모든 캐릭터의 서사를 중요시하면서 등장인물이라는 용어로 대체되었다고 해요. 그래서 저도 주인공에서 등장인물로 고쳐보았습니다.
저는 이번 숙제가 특히 궁금했어요. 우리 꿈쟁이들이 어떤 책을 읽고 어떤 소감을 써왔을지 너무 기대가 되었어요.
"으뜸이가 되어 하루 동안 동생을 놀렸더니 아주 즐거웠다."
- 이 숙제에서 제가 예상했던 것 중 하나인데 결국 벌어지고 말았네요. 그래도 평소에 [흔한 남매]의 '으뜸이'처럼 행동하지 않으니까 오늘 하루 으뜸이가 되어 보는 것은 눈 감아줄 수 있겠죠? 하하...
"레오나르도 다빈치에 대한 책을 읽었는데 화가의 인생을 따라 해보고 싶었지만 내가 따라 할 수 있는 부분이 없어서 따라 하지 못했다."
- 따라 하기가 어려워서 못했다는 것이 아쉽지만 그래도 책을 읽고 책의 내용을 설명할 수 있다는 것만으로도 이번 숙제는 성공이라고 엄지 척해주었습니다.
"학교에서 배운 '내겐 소리로 인사해 줘'를 떠올리고 요철이처럼 신중하고 조심성 많은 아이로 살아보기로 했다. 음료수 고를 때도 신중하게 생각하고 영화를 보는데도 신중해서 조금 성공한 것 같다."
- 5~6월에 함께 읽은 온작품의 등장인물을 생각하며 하루를 살아보려고 했다니 온작품 수업이 이렇게 또 아이들에게 영향을 준 것 같아 뿌듯합니다.
"'오싹오싹 재활용 대작전 쓰레기 귀신이 나타났다!'라는 책을 읽고 집에 있는 쓰레기들을 모아서 분리수거를 했다. 책에 나오는 현이가 다음에도 나처럼 분리수거를 잘했으면 좋겠다."
- 이렇게까지 할 줄 몰랐는데 이 친구의 성실함이 기대 이상이라 친구들도 칭찬을 해 주었습니다.
"나는 돼지책을 읽고 거기에 나오는 엄마역할을 했다. 설거지도 하고 빨래도 하고 요리도 했다. 지금까지 했던 주말숙제를 모두 합한 것 같다."
- 설거지와 요리는 엄마가 도와주셨대요. 이 친구는 참고로 축구하고 살 빠져서 슬프다는 바로 그 26kg의 남자아이랍니다. 4학년 아들내미가 설거지와 빨래와 요리를 한다고 하면 엄마로서 너무 기특할 것 같아요. 아들아, 뭐 하니? ^^;;
"청개구리 책의 주인공처럼 살아봤다. 아빠가 하는 말에 반대로 계속 말해서 아빠가 화가 나셨다가 숙제라고 했더니 아무 말이 없었다."
- 맨 앞의 으뜸이가 되었던 친구처럼 숙제를 이용해서 사심을 가득 채운 케이스죠? 하하, 제 눈에는 너무 사랑스러웠지만 아버님께서 아마도 속으로 '뭐 이런 숙제를 내주나.' 싶으셨을 거예요.
"마법 천자문을 읽었다. 손오공을 따라 해봤는데 '하늘 천이 예쁘구먼.'이라고 했다가 형한테 재미없다고 맞았다."
- 저는 이 소감에서 빵! 터졌어요. 무뚝뚝한 남자아이가 뜬금없이 하늘을 보고 이렇게 말하는 상황을 떠올리니 너무 재미있더라고요. 어른이라면 이런 소감이 나올 수 있을까요? 재치 있고 꾸밈없는 소감을 들려주는 꿈쟁이들 덕분에 오늘도 힐링합니다.
역시 이번에도 기대한 만큼 즐거운 주말 숙제였어요. 이렇게 책을 읽으면서 즐거운 경험들이 차곡차곡 쌓이면 독서에 대한 좋은 기억이 되어 평생독자로 가는 길에 다리가 되어줄 거예요.
지금까지 주말 숙제를 쭉~ 정리해 보니 조금 어려운 것도 있고, 신나는 것도 있고, 가족의 도움 없이는 할 수 없는 것들도 있었는데 한 학기 동안 꾸준히 주말 숙제를 성실히 해 낸 친구들이 참 대견해요. 그리고 꿈쟁이들이 숙제를 잘할 수 있도록 곁에서 도와주시고 함께 해 주신 보호자님들 덕분에 알차고 의미 있는 소감이 만들어졌어요.
그 소감을 하나씩 함께 읽으면서
웃고 격려하고 위로하고 칭찬하고 손뼉 쳐주는 시간들이
매주마다 쌓이고 쌓여서
끈끈한 우정과 연대가 만들어졌다고 느껴요.
거기에 우리 아이들의 글솜씨, 글에 대한 안목이 갈수록 높아져서 이젠 소감을 통한 글쓰기 지도를 하지 않아도 되겠어요. 그래서 2학기에는 좀 더 집중적으로 갈래별 글쓰기를 함께 연습하면서 내 생각과 감정을 독자에게 전달하는 방법을 안내하려고 계획 중입니다.
저는 웹툰을 무지 좋아하는데요. 근데 또 웹툰 후기 읽는 건 별로 안 좋아해요. 충성 독자는 아닌가 봐요. 그래서 주말 숙제 이야기도 후기가 너무 길면 지루할 것 같아요. 쓰는 저도 너무 글이 길어서 지루해지려고 해요.^^; 2학기에도 열심히 공부하면서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교실 이야기를 써보려고 하는데, 함께 해주시면 무척 감사하겠습니다!! ^0^ 건강한 여름 나세요~(꾸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