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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Jul 27. 2022

디자인하다

글자 쇼핑

오늘은 이곳에서 'ㄴ'을 구입하겠어. 그리고 보니 'ㅏ'도 필요하겠는걸? 어, 받침이 빠졌잖아. 'ㄴ'두 개 구입해. 아니, 아니. 하나는 온자 밑에 오는 받침자로 구입을 해야지. 음, 또 뭐가 필요하지? 'ㅎ'어때? 'ㅎ'두 개를 사라고? 그럼 웃는 모습이잖아. 단어를 만들려면 모음자도 구입해야지. 한글 모르니? 어라, 'ㅋ'만 세 개 사자고? 비웃는 거야? 일단 난 에세이를 쓰고 싶어. 아무거나 구입해 봐, 조합은 나중에 하자.


 


글을 쓴다는 것을 우리는 '작품을 쓴다'라고 표현한다.

의상 디자이너는 여러 가지 원단으로 의상을 만들고 역시 작품이라고 표현한다. 산업디자이너는 용도에 맞는 원, 부재료들로 샘플을 만들고 그들 역시 작품이라 말한다.

직업이 다를 뿐, 우리 역시 디자인을 한다.

이야기를 디자인한다.

그 재료는 오직 문자뿐.

자음 14자, 모음 10자를 이리저리 굴려 글자를 만들고 그 재료들을 잘 조합하여 문장을 만들어, 이야기를 디자인한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문장에 감정을 넣는다. 감정이 있지 않으면 이야기가 될 수 없다. 이야기와 문장은 다르다.

우린,

문장을 쓰는 사람이 아니고,

이야기를 디자인하는 작가다.

그리고

우리가 쓰는 모든 이야기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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