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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Sep 14. 2022

아들의 독립

화장실 따라 가 주기

정확히 2주 전, 큰 아이가 안방으로부터 독립했다. 초등학교 3학년이나 된 아들과 계속 한 방에서 잘 수는 없었다. 이젠 볼에 뽀뽀하는 것조차 허락하지 않는 녀석에게 "내 방에서 나가."라 하니, 대뜸 "침대 놔줘." 하는 바람에 급히 침대를 주문하고 방을 만들어줬다. 안방과 거실에 설치된 CCTV를 보더니 자기 방엔 왜 없냐며 완벽함을 추구하는 아들은 카메라까지 설치가 되어서야 새로 만들어진 자기 방에서 홀로 자기 시작했다. 처음 2~3일은 무섭다며 안방으로 돌아오더니, 그다음은 자다 깨면 돌아온다. 그러더니 급기야 어제는.


<나 화장실 가고 싶어.>


문자를 한다. 자기 방에서 불과 2미터 남짓 떨어진 곳에 위치한 거실 화장실. 그 복도의 캄캄한 고요가 공포를 주나 보다. 난 침대 위에서 벌떡 일어나 화장실 불을 켜 주고 나올 땐 혼자 나오게끔 했다. 그리고 한 20여분 후,


<나 화장실>


넓지도 않은 집에서 작은 방에 있는 아들에게 오는 문자와 전화는 가끔 나를 피식 웃게 한다. 그렇지만 해도 너무 했다. 자고 있는데 갑자기 전화가 울린다. 시간은 1시 38분.


"엄마, 나 화장실 가고 싶어."


며칠은 계속될 것 같지만 너그러운 마음으로 짜증 내지 않고 화장실로 인도해주련다. 이 마저도 그리울 때가 있을 거란 걸 알기에.. 아들의 사춘기는 무섭다던데. 녀석이 나한테 기댈 때 잘해줘야지.


아들, 오늘도 사랑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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