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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Sep 26. 2022

세월은 약이 아니다

아프다

약 5년 전 산부인과에서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라는 진단을 받았다. 처음 월경을 시작했을 때부터 줄곧 28일이라는 주기를 잘 지켜주었기 때문에 자궁건강만큼은 자신했다. 그랬던 내가 30대 후반이 되자 대사가 무너지면서 여기저기 아프기 시작했다. 당시엔 둘째를 계획하고 있었기 때문에 다낭성 난소증후군이라는 진단명 자체가 너무 속상했다. 그리고 그 해에 국가 건강검진에서 HVP(인유두종 바이러스) 고위험군이 검출되었다. 가장 위험한 고위험군이 두 가지인데, 그 두 가지가 모두 검출되었단다. 그때부터 난 6개월에 한 번씩 암 검사를 해야 했다. 한 번은 조직 검사까지 했다. 그때만 해도 크게 염려하지는 않았다. 그런데 최근 검사 결과는 달랐다. 의사의 표정이 심상치 않다.


"그동안은 더 진행되는 것이 없었는데 이번엔 진행이 조금 됐어요. 큰 병원으로 가셔서 조직검사를 해보시는 게 좋을 것 같아요. 전에 했던 조직 검사는 간단한 거였고.. 종양 잘 보는 병원 주변에 몇 군데 있거든요. 소견서를 써 드릴 테니까 최대한 빨리 내원해보시는 게 좋겠어요."


최근엔 공황장애 증상도 심해져서 계속 병원을 다니면서 약을 바꿔주고 있었는데, 산부인과 전문의 입에서 '종양'이라는 말이 나오니 나도 겁이 나는 건 어쩔 수 없었다. 얼마 전엔 갑작스러운 어지러움에 병원에 갔다가 철분제를 2팩이나 맞고 왔다. 무조건 3개월 동안 철분제 복용하고 주기적으로 피검사를 하란다. 최근 한 두 달 사이에 내 몸이 종합병원이 된 듯하다. 소화기내과, 신경정신과, 산부인과.. 병원에 다니는 것도 시간이 부족하다. 일하면서, 공부도 하고, 육아에, 책도 읽고, 글도 쓰고, 병원도 다녀야 하니. 심리적인 스트레스가 몸으로 표현하나 보다. 세월이 약이라는 말이 있다. 세월이 지나면서 슬픔은 지워지기 마련이지만 세월과 나이는 다른가보다. 겉으로의 나는 괜찮은데 속의 '나'가 자꾸 아프단다. 겉의 행복과 속의 건강이 함께 하는 나로 늙어갔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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