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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Nov 08. 2022

2022년 10월 5일

화장실 끝 칸

회사 여자화장실 끝 칸에 들어 가 앉아 넋 놓고 있었다. 무기력하고 기분마저 가라앉았다. 건강의 적신호가 내게 주는 좌절감은 일상에서 불쑥, 예고 없이 찾아왔다. 인터넷을 수없이 검색하고 나와 같은 질병으로 수술을 받은 이들의 경험담을 글로 접하며 그들이 가졌을 상실감과 안도감을  동시에 느꼈다. 핸드폰 속 초록 검색창에 다른 단어를 검색하려는 찰나, 우르르 여직원들이 들어오는 소리가 들렸다. 그녀들은 한참 동안 사사로운 이야기로 왁자지껄 떠들다가 각자 볼일을 마치고 마지막 사람은 내 존재를 알지 못 한 채 불을 끄고 나갔다. 어두운 화장실 끝 칸에 앉아있으니 마음이 더 공허했다. 아무도 내 존재를 알지 못했다. 지금 이 공간에서만큼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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