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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Nov 08. 2022

메시지

5화

 늦은 밤, 집으로 돌아온 에반은 오후에 패트릭에게 받은 칩을 들고 서재로 들어왔다. 사람의 평균 온도가 감지되면 자동으로 형광등이 켜지고 편의를 위해 손등에 이식한 리모컨은 터치하지 않아도 고해상도 아크릴 익스플로러 화면을 띄운다. 인간의 심장박동과 뇌파에 따라 재생되는 음악이 다르고, 음악은 곧 인간의 심신을 마사지한다. 에반은 책상 위의 버튼을 누르고 반사적으로 올라온 허브에 칩을 삽입했다. 잠시 후 생전의 피터가 방안을 가득 메운다. 어두운 모습의 피터, 연구 진행 상황을 개인 캠코더로 저장을 준비하고 있다.     


 “내 이름은 피터. 버드파커의 전류 변형 유전자공학을 연구 중이다. 아마도 이 녹화분이 누군가에게 공개가 되었다면 내 실험은 실패했다는 방증일 것이다. 지금부터 내가 보여주는 것은 놀랍지만 사실이다.”     

 

 피터 스스로가 쓴 논문을 캠코더 가까이 가져와 확대했다. 그리고 화면은 과거 연구 장면으로 파노라마처럼 번졌다. 바뀐 화면에서는 총 6명의 연구원이 하얀 원형 테이블에 둘러앉아 있었다. 하나같이 얼굴은 어두웠고 분위기도 그에 못지않았다.     

  

 “세상에, 이건 말이 안 돼요. A군집은 임상 전 검사에서 평균 예상 수명 87세였고, B군집 역시 84세, C군집.. F군집까지 평균 수명은 80을 웃돌았어요.”

 “그런데 왜 같은 전류를 받은 군집들끼리 이런 현상이 일어난 거지?”

 “이건 유전자 과학으로는 설명이 불가해요.”

 “A군집의 임상 대상자들에게 xxdsco 전류를 사용했습니다. 해당 전류를 사용하여 버드파커가 확장된 대상자들은 예상대로라면 모두 100세를 넘겨야 하는데. 어떤 사람은 107세 사망, 어떤 사람은 66세 사망 이런 식으로 우리가 유도한 버드파커의 변형이 가져다주는 생명이 연장되는 변화는 없었어요. 그런데 특이점은. 임상 전에 실시한 검사에서 각 군집의 평균 수명만큼만 살았다는 사실입니다. 즉, 버드파커의 변형은 아무런 효과가 없다는 거죠.”

 “그렇지 않아, 존. E군집 대상자 중엔 말기 암 환자도 있었어. 그 말기 암 환자는 예상 수명이 당시 두 달 뿐이었는데, 21년을 더 살았어.”

 “맞아. F군집에서도 그런 현상이 발견됐어.”

 “그럼 뭐지?. 같은 전류로 버드파커가 변형된 군집에 대해서는 자기들끼리 수명을 뺏기고, 빼앗는 거야?”

 “.......”

 “불가능이야. 말도 안 되는 일이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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