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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Nov 09. 2022

누구의 인생이던가

6화

 믿을 수 없는 결과에 모두 시험실을 빠져나가고 화면엔 단둘만 남았다. 피터와 스텔라였다.

 피터는 말없이 현미경을 관찰하고 있었다. 스텔라 역시 피터를 등지고 논문과 임상 시험 결과를 번갈아 가면서 훑어보고 있었다. 그때 피터가 소리쳤다.     

  

 “변이였어. 변이가 있었어!”

 “말도 안 되는 소리 마. 임상 시험 전에 동물실험도 했었고 유전자 변이는 없었어.”

 “전류에 문제가 있었던 것 같아. 자, 봐.”


 인간의 뇌는 미세전류가 흐른다. 음이온과 양이온의 움직임으로 사고하고 정보를 전달한다. 여기서 탈분극화와 재분극화를 거쳐 휴지막전위로 신경 신호들이 움직이는데 외부 전류가 이를 방해하면서 해당 전류를 받은 군집끼리 정보를 교류받은 것이다. 다시 말해, 연장 신호를 서로 주고받은 셈이다. 연장 신호를 받은 대상자는 더 오래 살고 연장 신호를 못 받고 탈락한 대상자는 오히려 예상보다 덜 살게 되는 아이러니한 결과가 나온 것이다.


 “잠깐, 이건 일단 우리만 알고 있는 것으로 하자.”

 “안돼. 지금 우리 영상이 돌아가고 있는 걸?”

 “정말?”     


 재생되던 영상은 다시 늙은 피터의 모습으로 돌아왔다.     


 “20년 전의 영상입니다. 그리고 생명 연장의 꿈은 실현되지 못하고 멈췄습니다. 연구는 더 진행되지 못했습니다. 시험연구를 할수록 결과는 같았고 생명이 연장된 누군가는 단축된 누군가의 생명을 대신해 살고 있다는 연구결과를 논문으로 쓸 수 없었습니다. 그래서 제가 논문을 조작했습니다. 논문 조작을 함께 도운 사람이 있습니다. 스텔라와 로버트입니다.”     


 로버트는 버드파커를 최초로 발견한 박사였다. 이후, 그의 생명 연장의 연구는 끊임없이 이어졌지만, 반복적으로 실패했고, 몇 년 동안 극심한 우울증과 대인기피증을 앓고 있었다. 그리고는 더 그의 소식을 아는 이는 없었다. 한때 우울증으로 자살했다는 괴소문도 돌기 시작했지만, 그마저도 서서히 잊혀 갔다. 그런 그가 버드파커 생명 연장 연구에 핵심적인 역할을 했다는 것을 에반은 믿을 수가 없었다. 영상은 끝이 났지만 에반은 넋을 잃고 있었다.     


 ‘그럼 난 누구의 인생을 훔쳐 살고 있다는 말인가.’     


 에반은 그날 잠들지 못했다. 뜬눈으로 밤을 새운 그는 새벽 동이 트자마자 패트릭에게 달려갔다. 그는 무엇인가 알고 있을 것만 같았다. 패트릭은 에반이 찾아올 걸 예상이라도 한 듯, 편안한 표정으로 그를 맞았다. 작은 거실에 소박한 라탄 의자가 분위기를 깔끔하게 정리해 주고 있었고, 가끔 울리는 중력 구슬의 마찰 소리는 초침처럼 시간의 흐름을 일러주었다. 잠깐의 정적이 흐른 후, 패트릭은 찻잔 두 개를 가져오며 침묵을 깼다.


 “당신이 올 것을 알고 있었습니다. 기다릴 것 같아서 미리 부탁을 드렸습니다.”

 “혹시..?”

 “오늘 여기로 스텔라와 로버트가 올 것입니다.”

 “로버트가 살아 있었다는 게 사실이로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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