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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Nov 02. 2022

마지막 인사

9화

 “최선을 다했지만, 수술실 들어오기 전부터 맥은 없었습니다. 망자의 예의를 갖추시고 마지막 인사를 하시라고 불렀습니다. 들어가시겠습니까?”     


 나는 뭐라 말을 할 수 없이 내 몸 안의 모든 것이 녹아내리는 느낌을 받았다. 바다 깊숙이 빨려 들어가는 공포, 살아야 한다는 희망은 칠흑 같은 어둠의 심해에선 한낱 사치에 불과했다. 지금 이곳은 심해다. 그때 ‘으앙. 으아으으아으앙’ 수술실 어딘가에서 아기 울음소리가 들렸다. 멀리 들리는 메아리처럼 울려 수술실 전체를 에워싸고 있었다.      


 “아이는 다행히 건강합니다.”     


 의사의 안내를 받고 수술실로 들어갔다. 나를 안내했던 의사를 포함한 두 명은 고개를 숙이고 조용히 말이 없었다. 숨소리조차 낼 수 없는 적막한 분위기 속, 나는 그녀에게로 다가갔다. 그녀는 홀로 환하게 빛나고 있었다. 진통으로 고통스러워했던 모습은 어디에도 찾아볼 수 없었다. 어느 때보다 더 편안해 보였다. 집도의로 보이는 의사가 다가와 그녀의 사망일시를 알리고 그녀의 빛보다 환한 하얀 천을 덮기 시작했다. 그 하얀 천은 이승과 저승을 구분 짓는 경계점이었다. 이렇게 보낼 수는 없었다. 이렇게 보낼 수는 없다고 소리 내어 울고 싶었지만 난 여전히 그녀 앞에서 ‘꺼억꺼억’ 소리만 낼 뿐이었다. 나의 울부짖음조차 그녀에게 전달될 수 없었다. 그 슬픔마저 목젖 깊이 새겨 넣어야 하는 상실감이란 내게 최악의 고통이었다. 나는 미동도 없는 그녀를 마구 흔들어 깨웠다. 그녀의 한쪽 다리와 어깨는 이미 너덜너덜 피로 물들어 있었지만, 아직 온기가 남아있었다. 한 번만 더 시도해 봐 달라고, 아이도 있지 않냐고, 아이가 불쌍하지 않냐고 난 눈빛으로 간곡히 부탁하며 의사의 팔을 붙들고 애원했다. 의사가 낀 안경 안으로 눈물이 맺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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