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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전 설 Nov 11. 2022

파괴의 시험

8화

 피터는 버드파커 전류의 이상성을 설명하고 임상 시험에 자신을 써달라고 부탁하고 있었다. 그러면서 로버트의 수명 연장을 약속했다. 로버트로서는 거절하기 힘든 제안이었다. 임상에 성공했다니, 놀랍지 않을 수 없었다. 그 시험에 문제가 있다면 피터 본인이 임상에 참여하겠다고 할 일이 없었다. 임상이 성공했다는 피터의 말에 힘들 실어주는 대목이다. 대신 피터의 제안에는 한 가지 조건이 있었다. 로버트도 임상에 참여해야 한다는 조건이었다. 그리고 로버트가 참여해야 하는 이유를 설명했다. 피터와 로버트에게 각각 같은 전류의 조건을 주고 전류들끼리 수명정보를 주고받는지 확인하기 위한 도전 같은 것이었다. 정말 정보를 주고받는다면 둘 중 한 명은 수명을 빼앗기고, 다른 한 명은 수명을 얻어가는 셈이다. 피터가 약속한다던 로버트의 수명 연장은 바로 이런 것이었다. 로버트는 피터의 말을 이해하고는 바로 언성을 높여 화를 냈다.


 “이 사람이 나를 어떻게 보고! 내가 그런 시험에 참여할 것 같은가!”

 “이게 최선입니다. 박사님도 알고 계시지 않습니까? 모두가 기대하고 있습니다. 생명이 필요한 사람에겐 수명을 연장하고, 필요한 수명 데이터를 구매하는 것입니다. 이건 수명 연장의 혁명입니다. 산업혁명도 같은 것 아닙니까. 얻어가는 것이 있다면 잃는 것도 있겠지요. 잃는 것이 있다면 그에 대한 보상도 있을 것이고요. 그것이 자본주의의 원천 아닙니까.”     


 피터는 끈질기게 로버트를 설득했다. 결국, 로버트는 화성으로의 여행을 미루고 시험에 함께 하기로 약속했다. 그리고 오랜 연구 끝에 피터의 남은 수명중, 6년은 로버트에게로 이식되었다. 이들의 논문은 같은 전류끼리 수명을 주고, 받는 신호가 있음을 삭제하고 수명 연장이 가능하며, 반대로 수명을 대상자 마음대로 반납할 수 있다는 거짓 논문을 발표했다. 해당 논문은 세계적인 이슈로 대두됐고, 부호들은 일제히 수명을 구매하였으며, 남은 삶에 의미가 없는 노숙자들이나, 후손에게 가난을 주고 싶지 않은 이들은 자신들의 수명을 팔아 그들의 재산을 불려주는 지경에 이르렀다. 일각에서는 인간의 존엄성을 가지고 부정적인 시선을 보냈지만 정작 수명을 얻어가고, 팔아넘기는 당사자들의 만족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세상엔 부자와 죽어가는 사람으로 이분법적이 되어 가고 있었다. 그리고 남은 건 스텔라, 피터, 로버트, 세 사람의 죄책감뿐이었다.     


 “어째서 저와 상의 한마디 없이 그런 무모한 시험을 하신 거예요!”

 “오랜 꿈이다. 내 꿈을 위해서 어쩔 수 없었음을 이해해다오.”

 “당장 아버지가 돌아가시는 일이에요. 어떻게 그걸 이해해요. 이건 인간적이지 못한 연구예요. 꿈이 이루어진 게 아니고 존엄성이 상실된 거예요. 아버지께서 원하신 게 이런 건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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