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전 설 Nov 10. 2022

피터의 제안

7화

 시간은 오전 8시를 갓 넘기고 있었다. 패트릭이 말한 그들이 오기로 한 시간까지는 3시간을 더 기다려야 했다. 에반은 2층에 있는 피터가 생전에 쓰던 서재를 안내해 줄 수 있겠냐고 물었고, 패트릭은 기꺼이 응했다. 방문을 열자, 삐걱대는 세월의 소리를 내며 한눈에 방안의 모든 것이 들어왔다. 그곳은 차라리 연구실이라고 해도 될 법할 정도로 수많은 책과 서류, 기자재들이 가득했다. 유전자 변이, 생명 연장, 꿈의 실현. 그것은 피터의 모든 것이었다. 에반은 피터의 영상을 다시 떠올렸다. 오랜 꿈을 위해 짓밟은 존엄성은 그에게 평생 남을 죄책감이었다. 그의 생전 인터뷰와 수많은 자서전을 떠올리면 퍼즐 조각 맞추듯 들어맞았다. 그의 인터뷰는 정확했지만 깊이 있지는 않았다. 모든 연구원의 인터뷰가 그러하듯, 핵심적인 기술은 노출하지 않기 때문이기도 했지만 에반의 생각에 피터는 다른 문제를 안고 있는 것 같은 그늘이 있었다. 이제, 그 이유가 명확하게 드러나게 될 차례다. 조용했던 아래층에 초인종 소리가 울리고, 에반은 시계를 봤다. 11시다. 에반은 서둘러 서재를 나와 1층으로 내려가 그들을 마중했다. 휠체어에 앉은 채 세월의 흐름을 잔뜩 머금은 로버트, 그의 뒤에서 휠체어를 끌어주던 여인은 스텔라였다.


 “오오, 반가워요. 참으로 오랜만이군요.”

 “기다리고 있었소. 당신도 우리를 기다리고 있었을 테지.”


    



 생명 연장에 실패한 로버트는 화성으로 여행을 실행하기 위해 채비를 마쳤다. 오래전부터 염원했던 우주여행이었다. 언젠가 모든 연구를 완벽하게 마무리하면 떠나려던 여행이었지만 오늘 그의 모습은 그때의 마음가짐과는 사뭇 다르다. 설렘과 아쉬움이 뒤죽박죽이다. 알 수 없는 감정을 억누르며 이제 막 나가려는데 1층에서 요란한 노크 소리가 들린다.     


 “알 로버트 박사님, 피터 클루니입니다. 안 계세요?”     


 피터는 생명 연장 연구를 함께 한 후배이자 동료였다. 버드파커를 함께 연구하고, 실패를 함께 경험한 전우와도 같은 관계였다. 하지만 연구를 중단한 후로는 서로 약속이라도 한 듯 연락 없이 지냈던 터다. 갑작스러운 피터의 방문에 로버트는 무언가 중요한 일이 생겼음을 직감할 수 있었다. 이를테면 연구 협력 같은 것 말이다. 하지만 로버트는 화성으로의 여행 일정이 잡혀있다. 마음을 추스르고 단번에 거절할 참으로 문을 열어 피터를 맞았다.     


 “이게 누구인가. 피터, 참으로 오랜만이고만”

 “거두절미하고 부탁 말씀드립니다. 제 논문에 힘을 실어주십시오.”

 “연구 협력 같은 걸 말하는 거라면 잘 못 찾아온 것 같네. 지금의 연구는 의미가 없어. 더욱이 생명 연장 연구라면 말이야. 난 모든 걸 접고 오늘 화성으로의 여행이 계획되어 있네. 이유가 어쨌든 내 여행을 망칠 수는 없네.”

 “생명 연장, 임상 성공했습니다. 다만.”

작가의 이전글 시를 쓰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