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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준 May 07. 2024

후회를 남기지 않는 시간

노력도 꽤 괜찮은 재능이다

 전에도 이야기한 적이 있지만 학창시절 나는 그다지 경제적으로 자유로운 환경이 아니었다. 이것도 완곡하게 표현한 것이고, 사실은 강남이라는 지역을 감안하면 전교에서도 뒤에서 순위를 세어야하는 정도의 가정형편이었다. 그래서 나는 의과대학 진학을 준비할 때 이전에도 이야기한 어머니의 두가지 조건, '재수는 없다.'와 '전액 장학금을 받아야 한다.'라는 것을 계속 의식할 수밖에 없었다. 그게 현실이었으니까.


 지금도 마찬가지겠지만 의과대학은 내가 입시를 준비할 시기에도 이공계에서 가장 인기 있는, 가장 우수한 성적이 필요한 경쟁이 치열한 목표였다. 그런 곳에 한번에 그것도 장학금까지 받으며 합격해야한다는 것에 대한 압박감은 가진 게 '성실함' 밖에 없는 고3 수험생에게는 꽤나 가혹한 수준이었다. 하지만 내게는 선택지가 없었다.



 일본을 대표하는 소설가 무라카미 하루키는 매일 새벽 5시에 기상해 9시에 잠드는 규칙적인 습관으로도 유명하다. 그는 생선과 채소를 주로 먹는 식습관을 유지하며, 매일 아침 1-2시간의 달리기를 하고, 오전에는 소설을 집필하고 오후에는 음악을 듣거나 수필, 번역과 같은 취미를 겸하는 작업을 하는 패턴을 수십년째 유지하고 있다. 1979년 데뷔 이후 2020년대 현재에 이르기 까지 계속해서 대중적으로나 문학적으로 모두 성공적인 '장편' 소설을 써내고 있는 '천재'의 생활이라기엔 스콧 피츠제럴드 같은 작가들의 삶을 생각해보면 좀 특이해 보인다.


 무라카미 하루키는 이런 자신의 규칙적인 생활에 대해 스스로 "나는 머리로 사물을 생각하는 사람이 아니라 몸을 움직여 파악하는 사람"이라고 말한다. 자신은 천재가 아니기에 재능보다 규칙과 단련을 믿는다는 그는 어떤 의미에서는 '노력의 천재'인 것이 아닐까. 장편 소설을 쓴다는 것은 도구가 발달한 지금도 여전히 체력과 성실함이 기반이 되지 않으면 불가능한 일이니 말이다.




 그리고 다행히 나 역시 '노력의 천재'였다. 어떤 목표에 도전하는 일에 있어서 결과에 상관없이 단 한 톨의 후회도 남기지 않을 수 있을만큼의 노력은 '재능'의 영역이다. 사람들이 선택과 결과에 대해 후회하는 것은 그들이 어리석기 때문이 아니라 후회를 남기지 않는 것이 정말로 어려운 일이기 때문이다. 이것이 학력고사를 치르고 연세대학교 의과대학에 원서를 접수한 후에 내가 얻은 깨달음이었다.


 '의과대학 합격', '전액 장학금'이라는 목표를 위해 그만큼 나는 정말 입시에 실패하더라도 단 한 톨의 후회가 남지 않을만큼, 다시 똑같은 시간이 주어진다고 해도 더 노력할 수는 없을만큼 '성실하게', 나의 '노력'이라는 재능을 모두 쏟아부었다.



 내가 좋아하는 말들 중에서 '지금 뒤쳐져 있더라도 끝까지 완주하면 결승점을 통과할 수 있다.'라는 말이 있다. '리프팅'에 대해서, 혹은 '미용 성형수술'에 대해서 나는 어쩌면 손기술이나 순발력, 새로운 수술법에 대한 창의성 같은 재능으로는 1등이 아닐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어쩌면 내가 목표로 하는, 나의 꿈인 리프팅 수술법에 대한 새로운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드는 것에 1등으로 도착하지 못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내게는 '노력'이라는 재능이 있다.

 



 대부분의 스포츠들처럼 무조건 1등으로 가장 먼저 결승점에 도착해야만 성공할 수 있는 분야도 물론 있다. 경쟁자를 누르고 내가 앞서기 위해서는 당연히 뛰어난 재능을 갖춘 사람이 유리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흔히 마라톤에 비유하는 인생의 많은 부분에서, 그리고 내가 목표로 하는 리프팅의 '글로벌 스탠다드'가 되는 일에 있어서는 1등으로 도착하는 것보다 '노력'과 '성실함'을 통해 시간이 걸리더라도 목표까지 완주하는 것이 더 중요하다. 그래야 그 결과가 진짜 1등이 될 수 있으니까.



 고3 수험생 시절 의과대학 진학이 당연한 수준의 성적이 아니었던 내가, 사교육과 같은 경제적인 지원까지 충분히 받을 수 있는 '공부의 천재'들과의 경쟁에서 살아남고 입시에 성공할 수 있었던 이유는 내 목표가 '전교 1등'이 아니라 '의과대학 장학생'이었기 때문이었다. 1년내내 앞서나가야하는 '전교 1등'은 노력만으로 닿기 힘들지만 학력고사라는 마지막 결승점 앞에 도착하기 까지 주어진 1년을 '노력'으로 채운다면 마지막에는 이길 수 있다는 나만의 전략이 통한 것이다.


 그리고 그때와 같이 지금 나의 목표는 '전국 1등', '강남 1등' 성형외과 같은 게 아니다. 리프팅 수술의 '글로벌스탠다드'이다. 물론 나와 함께 하는 뛰어난 재능을 갖춘 리팅성형외과의 의료진들이 있기에 강남, 전국에서도 충분히 독보적인 포지션에 오를 수 있었지만, 나와 우리가 함께 이루고자 하는 목표는 결승점이 다르다. 그렇기에 나는 매일 '성실함'으로, '노력'할 수밖에 없다. 나는 '노력의 천재'니까. 그리고 내 꿈을 이루기에 '노력'은 꽤 괜찮은 재능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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