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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성준 May 13. 2024

훔칠 수 없는 것

발전하는 미래는 모방할 수 없다

"동양인, 한국인에 맞는 리프팅에 대해 함께 공부하고 연구하는 병원을 만들어보자."


 내가 처음 이 이야기를 꺼냈던 불과 3~4년 정도 전만 해도 '리프팅' 분야에 있어서는 '경쟁자'라고 불릴만한 병원이 거의 전무한 상황이었다. 병원이 아닌 '리프팅'에 대해 뭔가 일가견이 있고 노하우가 있다고 할 수 있는 '성형외과 전문의' 까지 모두 고려한다고 해도 겨우 한 두명의 의사가 전부인 상황이었다. '남들이 안하는데에는 이유가 있다.'라는 말도 있지만, 내가 '리프팅'에 집중하는 지금의 리팅 성형외과가 성공할 수 있을거라고 확신했던데에는 그런 '남들이 하지 않는' 영역이라는 점도 꽤 크게 작용했다.




 '의사', 특히 수술을 주로 하는 의사들은 매번 다른 환자를 수술하기에 계속해서 일반적으로 새로운 케이스를 마주하게 되는 것처럼 생각되기 마련이지만 사실은 이 '수술'이라고 하는 영역은 '루틴'이 생기기가 정말 쉬운 꽤나 반복적인 일이다. 환자는 매번 바뀌지만 케이스는 사실 어떤 분야이든 '전문의'에게는 거기서 거기처럼 느껴지는 경우가 대부분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런 '루틴'은 어떤 분야에서는 노하우가 될지도 모르지만 '리프팅'처럼 아직 연구하며 발전 시켜나가야 하는 분야에 있어서는 굉장히 위험한 일이 될 수도 있다. 한번 생긴 루틴은 절대 쉽게 바뀌지 않고, 그것이 반복되면 본인이 무조건 맞다는 편협한 확신에 찰 수 있기 때문이다. 다른 방법을 시도해봐야 지금 내가 하고 있는 것이 좋은지, 혹은 나쁜지를 판단할 수 있고 이것은 혼자나 둘이서는 어렵다.



 미국 FOX의 의학 드라마 <House M.D.>에서는 '진단의학과'라는 꽤 생소한 영역에서 최소 3명의 의사와 수장인 하우스 박사가 매번 새로운 케이스에 대해 함께 토론하고 분석하며 추리해 나가는 방식으로 환자의 질병을 진단하고 치료하는 에피소드들이 진행된다.


 신경과, 면역학 내과, 중증외상외과, 성형외과 등 각 분야의 전문의들이 단 한 명의 환자를 위해 그 케이스를 각자의 방식으로 접근해 풀어나가는 장면은 꽤 흥미롭기도 하지만, 사실 내게는 그들의 전공과는 관계 없이 하우스 박사가 어느 에피소드에서 급조된 팀을 만들며 말했던 것처럼 그의 의견에 '한 명은 무조건 반대하고, 한 명은 비윤리적이라고 외치고, 한 명은 무조건 찬성하는' 절대로 편협한 확신 같은 것이 생길 수 없는 팀의 구성이 더 흥미로웠다.




 그리고 이것은 나와 리팅 성형외과를 구성하고 있는 10분의 원장님들 역시 가장 기본에 두려고 하는 원칙이다.


 우리는 모두가 서로의 수술을 공개하고, 다함께 서로의 수술에 대해 평가하며, 서로의 경험을 통해 '리프팅' 수술에 대해 공부하고 연구해 나가는 구조를 가지고 일한다. 그래서 스스로에게 익숙하거나 무조건 옳다고 믿어왔던 방식이 좋지 않다면 과감히 버리고 새로운 방법을 받아들이기에 더 유리하다. 내가 무조건 옳다는 편협한 확신이 자리 잡기전에 이미 그것을 파훼하는 새로운 접근 방식에 대해 배울 수 있기 때문이다.



 일반적으로 병원, 특히 개원가에서는 대표 원장의 수술은 공개하지 않는 것이 보통이다. 그 이유는 당연히 대표 원장이 가지고 있는 경험과 노하우에서 나오는 '기술', 그리고 수술법에 대한 독보적인 접근 방식에 대해 수술을 참관한 의사가 배워서 그것을 기반으로 개원을 하는 것을 원하지 않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는 리팅 성형외과를 구성하는 10분의 원장님들에게만 수술 공개와 상호 평가를 요구하는 것이 아니라 나 역시 모든 수술을 공개하고 평가를 받는다. 그 이유는 2021년 리팅 성형외과를 개원하고 얼마 되지 않아 누군가 내게 '배워서 나가 똑같은 리프팅 전문 성형외과를 차리는 것'에 대한 우려에 대해 물었을 때와 같다.


"누군가 지금 나가서 개원한다면 그 분께는 오히려 진심으로 미안합니다. 그 분이 개원하셨을 때 저는 이미 2021년 지금의 제가 아닌 2022년의 저일 테니까요."




 2021년의 나를 지금의 시점에 평가하자면 '리프팅' 수술 분야에서 70점, 많이 쳐줘야 80점이었을 것이다. 물론 그때도 최선을 다했고 내가 가진 모든 것을 쏟아 수술에 임했지만 지금 바라보면 그렇다는 것이다. 그리고 지금의 나는 그동안의 경험과 연구, 토론을 통해 점차 99점에 가까워지고 있다. 80점에서 배워 스스로 발전 시킨다면 결국 최대가 90점을 넘지 못할 것이기에, 나는 그때 배워서 나간 원장님들에게 진심으로 미안하고 걱정되는 마음 뿐이다.



 '미용 성형'이라고 하면 흔히들 생각하게 되는 '코', '눈'과 관련된 수술은 그 수술법에 대해 오랜 기간 연구와 발전이 있어 왔고, 그것들이 이미 '스탠다드'를 만들어 냈기 때문에 특별히 다른 수술법이나 기술을 갖추는 것이 쉽지 않다. 다르게 말하면 이렇게 이미 충분한 발전을 이룬 수술들은 '루틴'을 가지고 수술하는 것이 오히려 더 보장된 결과를 낼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나 '리프팅'은 다르다. 리팅 성형외과를 통해 나와 함께 한 의료진들의 끝임없는 연구와 토론, 경험의 축적을 통해 분명 처음과는 비교할 수 없을만큼 발전했지만 여전히 '리프팅'은 '스탠다드'라고 할 수 있는 것이 없다. 그래서 나는, 그리고 리팅 성형외과의 의료진들은 오늘도 새로운 시도를 하며 발전하고 있다. 역설적이게도, 우리는 '누구나 따라해도 일정 수준 이상의 결과를 낼 수 있는' '글로벌 스탠다드'를 만들어내기 위해 노력함으로서 '누구도 모방할 수 없는' 발전하는 내일을 매일 만들어 내고 있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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