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딩 아들이 사 준 커피

뜨개 육아

by 하루


큰 아이가 초등학교에 들어가고 성장의 의미를 두며 지갑을 선물했다. 용돈을 받고 스스로 관리하며 외출할 때 얼마씩 넣어 다닐 지갑이 필요해 보여서였다. 이제 마냥 어리지만은 않은 초딩이다.



하교 시간이 되면 학교 정문 앞에 학부모들이 모여든다. 까치발을 들어 올리며 우르르 나오는 아이들 중 행여 내 아이를 놓칠세라 눈 깜빡일 틈 없이 두리번 거린다. 아이가 커가며 학교도 학원도 혼자 보내야 하는 때가 오는데, 나는 좀 더 함께 다니고 싶다. 초등학생이 됐다고 씩씩하게 홀로 등교하는 아이들도 있지만 사춘기가 되면 어련히 밖으로 돌텐데, 굳이 그 시간을 당기고 싶지 않다. 이제 날아야 할 때라며 부모가 커다란 날개 한 짝씩 척 척 붙여주는 게 아닌 아이 스스로 깃털 하나씩 천천히 내어 단단한 날개를 펼칠 때 비로소 제 힘으로 날아 세상을 즐길 수 있으리라.


아이에게 맞는 적당한 때에, 적당한 방법으로.

그것이 아직은 아이와 더 함께하고 싶은 나에게도 적당한 핑계가 되어준다.





결혼 전에는 엄마와 많은 시간을 함께 했다. 마트를 가거나 병원을 가거나 가까운 곳에 잠깐 나갈 때도 바람이나 쐬고 오자며 엄마와 함께 나갔다. 재미있는 영화가 나오면 엄마와 함께 보고, 아빠는 안 드시지만 우리끼리는 즐기던 스파게티도 먹고 들어왔다. 또래에 비해 엄마와 많은 시간을 함께 한다고 생각했는데, 지나고 보니 모든 게 아쉬울 뿐이다.


결혼 후에도 시간이 있을 줄 알았는데 그렇게 뚝, 기회가 없을 줄은 그때의 나로서는 짐작도 못했다. 멀지 않더라도 '분가'라는 것은 그 사이 강이 놓인 듯 지척에 보여도 쉬이 갈 수 없게 되어 일상이었던 엄마와의 시간들을 먼 옛이야기로 만들었다.



아이와의 시간이 그렇다. 매일매일 똑같고 너무나 소란스러울 땐 혼자 고요하고 싶은 마음이 간절한데, 아이가 이만큼 큰 걸 보면 지난 시간이 쏜살같다. 나이에 맞는 성장을 이루며 잘 커가는 모습은 부모의 기쁨이지만, 그와 동시에 아이는 내 곁에서 점점 멀어진다. 한 걸음 한 걸음.



세상에 태어난 아이는 결국은 독립을 향해 간다. 나의 역할은 아이가 스스로 날 수 있도록 힘을 길러주는 것 일 텐데, 엄마와의 시간이 그리운 만큼 비워질 아이와의 시간이 벌써부터 허전해 지금을 더 붙잡고 싶은 마음이다. 평소에는 무척이나 T인데, 아이들의 빈자리에 대해서는 생각만으로도 눈물이 올라온다.


가장 어려운 것이 내려놓는 마음인 것 같다.

아이에 대한 마음을 내려놓는 것.





엄마가 만들어 준 것이라면 뭐든 신뢰하는 아들은 지갑도 만족스러워했다. 용돈 받은 봉투에 모아 둔 재산의 일부를 지갑에 소중히 넣고 가족 모두 외식을 하러 나갔다. 기분 좋게 밥을 먹고 아들은 엄마에 커피를 사줬다. 식사를 마치길 기다렸다는 듯이.


"엄마, 커피 제가 사드릴게요."

"커피? 엄마 커피를 사주겠다고??"

"네."

"그러려고 용돈 가지고 나왔어?"

"네." (뿌듯한 듯 웃어 보인다)



커피가 정말 맛있었다.

초딩 아들이 사 준 커피라니.. 아들 생일이 아니라 어버이날인가 싶었다.

지갑을 선물했더니 그 안에 용돈을 담아 엄마를 위해 쓰는 기특하고 따듯한 아들. 너무 고맙다.

엄마는 이런 시간들을 붙잡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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