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잼뱅이의 농부 도전기
2025.07.05
씨가 있는 무얼 먹고 나면 그 씨를 버리기가 왜 이리 아까운지, "엄마, 이거 심어볼까?"
"안돼~ 복숭아는 나무란 말이야~"
심는 시기와 장소는 생각지도 않고 자꾸 '심어볼까?' 하는 욕심이 생긴다. 부동(不動)한 작은 씨앗이 생명력 가득한 초록이 되는 걸 보는 즐거움을 알아서인 듯하다.
그 재미로 또다시 참외씨를 불렸더랬다. 참외를 먹고 남은 무수한 씨를 그냥 버리기 아까워서 그저 물만 자작하게 담아 뚜껑을 덮어놓았다. 물에 둥둥 뜨는 것들은 그대로 흘려버리고 진득하게 가라앉은 씨만 남겼다. 며칠 후 튼튼하게 나온 싹만 골라서 플라스틱 과일팩에 흙을 담고 얹어 놓듯 심어 텃밭 구석에 두었다. 잘 자라지 못하더라도 '씨가 아까우니 그냥 심어나 보자.' 하는 마음이었는데, 그렇게 툭툭 놓아둔 씨가 가볍게 잘도 자랐다. 이윽고 작은 밭의 끝자락에 한 자리를 차지했다.
또 모기에 물렸다. 꽁꽁 싸맸는데, 긴팔 소매도 장갑 속으로 넣었는데, 작업을 하다가 올라간 소매 끝으로 나온 손목을 놓치지 않고 까만 모기가 입을 꽂고 있었다. 보자마자 내쳤는데, 금세 간질간질 또도록 붓더니 며칠을 괴롭혔다. 어쩜 그리 관절을 골라서 무는지 띵띵 부으면 굽혀지지 않을 정도로 뻐근하고 아팠다. 손목을 물렸는데 팔과의 경계 없이 몽둥이처럼 부었다. 마치 독에 쏘인 듯 붉게 번져 밤새 끙끙대며 냉찜질을 해야 했다.
반복되는 물림에 너무 힘들어 병원을 찾았는데, 두드러기처럼 알레르기 반응이라고 했다. 알고 보니 '스키터 증후군'이란 게 있더라. 드문 경우이기는 하지만, 모기에 물린 자리가 심하게 부어오르고 물집이 잡히고 발열을 동반하기도 한다는 것. 텃밭이 마음에 걸려 창 밖으로 내다보며 '나가봐야 하는데... 누가(신랑이) 잡초라도 뽑아주면 좋으련만..' 속으로 생각했지만, 말하면 입 아프지.. 부기가 빨리 가라앉기를 바랐다.
다시 쓰는 농사 지식
애플수박은 암꽃이 수정된 후 30~35일 후에 수확하는 것이 가장 적절하다고 한다.
해서 첫 번째 수정된 수박의 크기가 제법 커졌음에도 '적어도 30일은 기다려보자'며 애타는 마음을 다독이고 있었다. 새순이 길쭉길쭉 나오더니 이제는 느릿느릿 열매를 여물게 하는 데에 뜨거운 여름을 쓰는 중이다.
신랑이 "저거 따야 되는 거 아냐?" 하며 손가락으로 통통 튕겨봐도 "안돼.. 아직 속이 안 익었을 거야.." 나 역시 확신할 수 없는 마음이었다.
손목이 나아지고 밭에 나갔는데 2번 수박(두 번째 수정된)이 안 보인다. '어? 뭐지?' 가까이 가보니 땅에 떨어져 있는... 아이고.... 크기는 배만큼이나 꽤 커졌는데 어쩌다 떨어졌을까 ㅠㅠ
집에 와 잘라보니 역시나 속이 많이 하얗다. 수박냄새가 조금 나려다가 박냄새에서 그쳤다..
꽃은 많이 피었는데 자연 수정되도록 뒀더니 수정되지 않고 말라서 떨어지는 꽃도 있고 생각보다 많이 열리지 않는다. 3번 수박까지 나왔는데 하나는 떨어졌으니 주변에 나누어 주기는커녕 아이들에게 제대로 된 수박 맛을 보여줄 수나 있을까 싶다.
며칠 못 본 사이 참외도 무럭 무럭이다. 밭의 끝에 심어뒀더니 바깥으로 줄기가 뻗어 나와 지나가는 사람 발목이라도 잡을 기세다. 사람도 무던한 노력으로 어느 날 눈에 띄는 모습이 있을 때 감화되듯이 이렇게 힘써 커주는 열심에 감동하여 부족한 지지대와 그물망을 추가 주문했다. 시기는 좀 늦었어도 한번 키워보지 뭐. 점점 욕심이 차오르겠지만 시작처럼 가벼웠던 마음을 기억해 보기로 했다.
토마토는 생장점을 잘라 준 후 열매가 예쁘게 물들기 시작해 익은 것만 몇 개 땄다. 알도 굵고 맛도 좋았다. 익는 속도가 제각각이라 갈 때마다 두어 개씩 따 먹는 재미도 쏠쏠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