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6_작은 텃밭에는 농부도 자란다

식물잼뱅이의 농부 도전기

by 하루


2025.06.23

"저기, 이런 것도 자르는 건가요?"

건너편 텃밭에서 내가 방울토마토의 밑가지를 자른 걸 보시고는 물어 오셨다. 초보농부인 내가 감히 설명을 해드렸다. 방토는 꽃이 피고 그 위, 아래 가지에서 양분을 얻는다. 그러니 그 외에는 잘라도 되는데, 아직 키가 작으니 좀 더 크면 자르시는 게 좋겠다고... 공부를 하며 키우다 보니 나도 이렇게 도움을 드리는 날이 오는구나. 그런 내가 좀 낯설고 뿌듯했다.



또 다른 이웃밭의 아주머니도 관심을 주신다. 방울토마토가 엄청 잘 자랐다고.

"이건 수박이에요?" "모종을 어디 좋은 데서 사 오셨나 보다~"

확실히 좀 그렇긴 하다. 텃밭에 나가면 서로서로 이웃의 작물이 얼마나 자랐나, 여긴 뭘 키우나 둘러보는 재미가 있다. 그런데 우리 방울토마토는 주변에 비해 줄기가 나무처럼 굵고 키도 엄청 자랐다. 열매도 주렁주렁 달려서 이제 양질의 열매를 위해 계속 자라는 생장점을 잘라주었다.


토마토 가로.jpg


다시 쓰는 농사 지식

적당히 열매가 열린 뒤에 생장줄기를 잘라주면 이미 달려있는 열매들에게 양분이 집중되어 좋은 질의 열매를 얻을 수 있다.





잘라야 하는 어미줄기를 길게도 키웠다는 걸 알았을 때 뒤통수 맞은 듯 충격이었는데, 아들줄기가 열심히 자라 그새 동글동글 귀여운 수박이 달렸다. 수박은 암꽃이 수정되어야 수박 열매로 자라는데, 생장하는 줄기 끝 보송한 솜털을 뒤집어쓴 순한 잎들이 언제까지라도 나올 것처럼 길어지고 그 줄기 사이사이 동그란 암꽃들이 수박이 될 준비에 여념이 없다.


넝쿨손.jpg
암꽃사진.jpg





보통은 쌈채소와 야채가 많이 보이는 텃밭에서 수박이란 존재는 놀랍다. 동그란 수박이 달리니 주변의 반응이 뜨겁다.

"(⊙o⊙)헤에엑?? 수박이야? 저기 수박 있어!!"

"우와~ 아빠, 저기 수박이다~"

"어머! 그거 수박이에요?"

"아이고~ 농사를 잘 지시네~"


수박 세로.jpg


남녀노소, 옆을 지나가시는 분들마다 놓치지 않고 한 말씀씩 해주셨다. 멀리서 지나가는 '수박'이라는 말도 귀에 쏙쏙 다 들어오더라. 물론 기분이 좋아 또 신랑에게 잔뜩 자랑을 늘어놓았지만, 잘 익은 열매를 따는 순간까지 방심할 수는 없기에 넝쿨손 하나를 자를 때도 열매를 건드리지 않으려 조심했다.





아직 수박이 앙증한데 장마가 시작되었다. 쏟아지는 비에 걱정이 되었지만 그보다는 바람이 더 큰 일이었다. 세찬 바람에 빈약한 지지대가 기울어 45도쯤 누워있었다. 마치 마이클잭슨의 '반중력 춤'처럼. 이러다가 다 쓰러질 것 같아서 지지대를 더 가지고 나가 버팀대로 묶어주었다.

바닥에 떨어진 수박 줄기를 지지대에 다시 고정하는데 수시로 부는 강풍에 우산은 뒤집어지고 위태하게 흔들리는 지지대를 잡고 버티며 태풍 때 논밭에 나가 작물을 살피는 농부의 마음이 이런 것일까.. 발톱의 때만큼이라도 가늠해 보게 되었다.

늘 드는 생각은 '경험만 한 것이 없다'는 것. 실수를 줄이려 미리 공부를 해도 겪어보면 '아.. 처음부터 달리 했어야 했구나.' 내 예상과는 전혀 다른 체감을 하게 된다.



비가 그친 뒤 나가 텃밭을 정비했다. 꽃들이 여럿 떨어지긴 했지만 작은 열매들은 보다 강하게 버텨주었고 조금은 더 농부의 마음이 자란 것 같은 나도 지지대를 더 단단히 묶고, 열매들 아래로 안전망을 걸어주었다. 다시 비가 내리고 바람도 불고 태풍도 오겠지. 정말 쉽지 않구나.




달콤하게 익은 토마토와 수박을 입 안 가득 채우는 상상으로

오늘도 힘을 내어 밭으로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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