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5_초로록 여름, 초능력 한 마디

식물잼뱅이의 농부 도전기

by 하루


2025.06.03

한 번 따먹기 시작한 잎은 성장 속도가 매우 빠르다. 어제 큰 깻잎들을 땄는데, 오늘 보면 어중간한 잎들이 또 금세 큰 잎으로 자라 있다. 약을 치지 않았더니 여기저기 구멍이 송송이지만 적겨자도 깻잎도 향이 진하고 맛나다.

두 아이가 학교와 유치원에서 번갈아 상추를 따오니 오늘은 무얼 넣고 싸 먹을지 행복한 고민이다. 쌈채소는 큰 열매를 기다리며 얻는 소확(소소한 수확)이라 생각했지만 가장 먼저 만족감을 주고, 매일 부지런히 커서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는 넉넉한 수확이었다.


쌈채소.jpg




텃밭에 나가며 발목이 짧은 바지에 샌들을 신었다가 모기에 물렸다. 물린 자리가 작아서 '센 모기가 아닌가 보다' 하고 약도 안 발랐는데, 딱 하루가 지나니 점점 부어올라 코끼리 발목이 되었다. '작은 모기 방심 말고, 긴팔 긴바지, 운동화를 챙겨 신자'




설상가상 우리 텃밭에 개미가 집을 지었다. 잡초를 뽑으며 흙을 들추니 개미들이 난리가 나 우글우글 거린다. 기다란 지지대 사이에는 거미가 제법 모양을 갖춰 집을 지어놨다. 웬만하면 친환경 무농약으로 먹고 싶은데 이제 열매도 달렸으니 병해충을 막기 위한 방제도 준비를 해야겠다.



그렇다. 우리 텃밭에도 이파리 아닌 열매가 드디어 달렸다. 방울토마토 꽃이 떨어진 자리에 동글동글 예쁘게도 줄줄이. 원줄기가 부러졌던 방토는 다행히 곁가지가 자라 키가 커졌지만, 꽃을 내지 않고 있었는데, 새로 자라난 줄기에 꽃이 피었다. 기특한 것! 그 나름으로는 생존을 위한 사투였겠지. 부러진 부분도 아까워서 심어놨었는데 그것 또한 뿌리를 내리고 살아났다. 죽음과 같은 시련을 견디고 더욱 굵은 줄기와 더 단단한 뿌리를 내는 이 초록이 나보다는 강한 것 같다.





열심히 한다고 하고 있는데, 애플수박과 방울토마토의 영상을 헷갈렸나 보다.

다시 쓰는 농사 지식

애플수박은 원줄기에서 갈라져 나오는 아들줄기를 키운다. 아들줄기가 5~6개 정도 나오면 거기서 튼실한 줄기를 2~3개 골라 키운다. 그 아들줄기가 나올 때 원줄기인 어미줄기를 잘라(적심) 아들줄기에게 양분이 집중되도록 한다.



이러한데 나는 원줄기를 키우는 방울토마토와 헷갈려 아들줄기를 키워야 하는 수박의 원줄기를 쭉쭉 키우고 있었다. 너무 잘 자라서 아이 키만큼 자랐는데, 이제 와서 이걸 자르려니 '이게 맞나..' 몇 번을 생각하고 '그냥 원줄기를 키울까..' 가위를 들었다 놨다 하며 한참을 바라봤다. 너무 아깝지만 더 나은 결실을 위해 굳은 마음을 먹고 어미줄기를 잘라냈다. 싹둑!





파프리카에도 열매가 달렸다.

다시 쓰는 농사 지식

파프리카는 원줄기에서 세 갈래로 나뉘는 방아다리에서 각 줄기마다 꽃이 피고 열매가 달린다. 그 줄기 하나하나에서 두 갈래로 자라고, 또 줄기마다 두 갈래로 자라기 때문에 그 마디마다 열매가 모두 달리면 줄기 사이에 끼이거나 양분이 부족해 잘 크지 못한다. 그래서 두 갈래로 갈라질 때마다 한쪽은 떼 내고 쭉쭉 한 줄기로 키운다.



그렇게 공부한 데로 파프리카 줄기를 치고 있는데, 언제 오셨는지 아저씨 한 분이 "전문가시네요~" 하신다.

으캬캬 이런 칭찬 너무 감사하다. 누구에게 보여주려고 텃밭을 하는 건 아니지만 칭찬은 사람을 공중부양 시키는 에너지가 있지 않은가. 생각지 못한 칭찬에 기분이 좋고 의욕이 팡팡 생겼다. 나는 이 말의 힘을 안다. 사람을 들었다 놨다, 가벼운 듯 무겁고, 따뜻한 듯 매서운 변화무쌍한 초능력. 그 힘을 알기에 나도 기회가 보이면 그 능력을 쓰고 싶어 입이 근질거린다.



자주 가는 약국인데, 늘 친절하게 모든 약의 효능을 설명해 주시고, 아이의 빠른 호전을 바라주시는 약사님께. 은행은 늘 어렵지만, 상품에 대한 설명이 자세히 붙어있어도 결국은 무슨 말인지 모르겠어서 도움을 청했는데, 귀찮은 기색 없이 살갑게 설명해 주신 직원분께. 그 친절함과 마음이 감사하다고, 내가 그 마음을 받았다고 꼭 답을 해주고 싶다.


그럼 그 사람도 나처럼 몸이 살짝 뜬 듯하고 밥 맛도 좋을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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