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3_'초보'를 인정하는 건

식물잼뱅이의 농부 도전기

by 하루


2025.05.01

'초보 농부'

초보인걸 인정하고 처음부터 쉬운 길을 택해야 했다. 나의 부족함을 인정하는 건 왜 이리 더딘 걸까.



운전을 시작할 때는 초보라고 보란 듯이 내세운다. 자랑스럽다기보단 나의 부족함을 명백히 알기에 나도 내가 무섭고, 그러니 좀 그러려니.. 이해해 주십사 내거는 알림판 내지는 경고문 같은 것이리라.

다시 도전하는 포부는 좋았지만 여전히 부족함을 기억해야 했다. 텃밭 앞에 '초보 농부'라고 써 붙이고 매번 초심을 되새겨야 할까 보다.



씨앗의 싹을 틔워서 모종을 키워내겠다는 욕심은 초보인 나에겐 과한 것이었다. 작은 푸딩 컵에 담았던 그 욕심은 역시나 싹을 내지 못했고 흙 속에 섞여있던 잡초만 또 강인하게 솟아났다.

아이가 씨를 뿌렸던 깻잎, 적겨자, 청상추도 싹이 나지 않았다. 여기저기 삐죽삐죽 잡초뿐이다. 작은 텃밭이지만 심어놓은 게 별로 없으니 널널한데, 엄마가 보시고는 "땅 놀리지 말고 이거 저거 심어”

계획적이고 큰 목표를 잡았다 생각했는데 '땅을 놀린다’는 말이 나의 자신 없고 게으른 마음을 훤히 비췄다.



'더 늦기 전에 모종을 사 오자.'

이미 이웃 텃밭에는 쌈채소가 지천이지만 이제라도 모종을 심어 보기로 했다. 말라버린 애플수박 모종을 대신해

잘 자란 모종을 다시 샀고, 파프리카와 깻잎, 적겨자 모종을 샀다. 아쉽지만 달달한 과일밭에 추가하려던 참외는 모종이 없어서 사지 못했다. 싹도 내지 못하고, 모종도 없으니 참외는 물 건너갔다.






헐렁한 텃밭에 귀여운 모종들을 심기 위해 밭을 정비했다. 마른 흙을 고르고, 둑을 만드는데 건너편 밭의 아주머니께서 아는 체를 해주신다. 처음 뵙는 분이지만, 아줌마가 되고 보니 여기저기서 우린 쉽게 오지랖이 생긴다. '같이 잘 되면 더 좋으니까' 내가 아는 건 알려줘야 한다.

모종의 종류를 금방 알아보시고는 "이게 넝쿨로 올라가니까 같은 거끼리 요 끝에 심고, 지지대도 세워줘야 돼요."



나는 이미 심긴 모종을 옮기면 작물도 스트레스를 받아서 잘 안 크지 않을까.. 걱정했는데 흙을 넓게 파서 뿌리가 다치지 않게 하면 괜찮다고 알려주셔서 모종들을 종류대로 모아 다시 심었다. 그리고 애플수박이 다시 냉해를 입지 않도록 '텃밭용 보온 부직포'를 사서 삼각으로 지지대를 세우고 '수박이'에게 얇은 부직포 이불을 덮어주었다. 아침, 저녁으로 쌀쌀한 날씨와 뜨거운 볕을 피해 잘 자라기를 바라며.



초보 농부, 모종으로 다시 시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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