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잼뱅이의 농부 도전기
2025.04.23
두 평 남짓 되는 아파트 작은 텃밭이지만 이번에야말로 잘 키워보겠다고 야심 찼는데,
작은 씨에서 싹을 내는 것부터가 쉽지 않은 일이었다.
참외 씨를 젖은 휴지로 덮어놓고 마르지 않도록 자주 물을 더했는데, 밀봉을 해야 됐던 건지 수시로 본다고 해도 씨가 다 말라버렸다. 싹을 틔워서 모종을 만들려는 계획은 실패다.
푸딩을 먹고 남은 플라스틱 용기가 적당해 보여 거기에 흙을 담아 씨를 올리고, 작은 씨앗이 흙도 무거울까 봐 살살 거의 덮는 시늉만 했다. '이틀이면 싹이 나겠지' 했던 무지함을 반성하며, 며칠이든 싹이 올라오기만을 기다리는 마음이 되었다.
안타까운 것은 내 야무진 꿈의 반쪽이 시들어버렸다.
다시 농부님들의 가르침을 찾아보니 모종을 심은 시작부터가 잘못이었다.
바람기가 차지 않은 따듯한 날씨에 심어야 하는데 내가 모종을 심은 다음 날 비가 많이 왔고, 며칠 사이로 패딩을 다시 꺼내야 하나 싶도록 날이 추워졌다. 심고 나서 비가 오면 물을 안 줘도 되고 좋은 건 줄 알았는데.. 너무 추운 날씨에 냉해를 입은 것이다. 그래도 아직 줄기 끝자락에 작은 초록이 남아 영차영차 응원하는 중인데 괜히 입춘 지났다고 얇은 옷 입혀 내 보낸 아이처럼 미안한 마음이 든다.
다시 쓰는 농사 지식
모종을 밭에 심는(정식) 시기는 참고만 할 뿐, 매년 기후변화로 인해 절기와 날씨가 달라진다. 작물이 냉해를 입지 않도록 향후 날씨를 잘 살펴 정식하도록 하자.
다른 작물도 더 심었다.
깻잎, 적겨자, 청상추. 더디게 자라는 열매류들은 나름으로 지켜보고 빠르게 소확(소소한 수확) 할 수 있는 쌈채소들이 필요하기는 했다. 많이도 아니고 텃밭 한 켠, 한 줄을 할애해 아이의 손으로 쫑쫑쫑 씨앗을 심었다.
야채를 잘 안 먹는 아이지만 작년에도 유치원에서 키웠다며 상추 다섯 닢을 뜯어와서는 자신이 가져온 걸로 가족을 먹인다는 뿌듯함이었을까.. 쌈을 싸서 야무지게 먹었었다. 아이의 먹방은 언제나 옳지. 쌈채소 몇 장으로 푸짐해지는 식탁을 그리며 다시 또 잡초를 제거했다.
비가 온 후 무엇보다 먼저 쑥쑥 올라오는 그들의 생명력에 감탄하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