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물잼뱅이의 농부 도전기
2025.05.21
5월이 되며 해가 강해지고 비가 오는 날도 잦아졌다. 그렇게 해와 비가 반복되며 식물들은 하루가 다르게 쑥쑥 자라더라.
여행을 다녀와 며칠 만에 본 텃밭에는 가장자리에만 있던 잡초가 밭 전체로 고루 퍼져있었다.
와, 어쩜 '내가 이런 것도 키웠었나..' 하는 착각마저 든다. 어디서 생겼는지 클로버도 잔뜩이다. 처음 밭을 일굴 때 검정 비닐을 씌우는 '멀칭'을 했어야 됐는데, 그것까지 하기엔 일이 너무 많아서..라는 건 핑계고, 다 게을러서 그렇다. 그 게으름이 일을 더 만들었다. 며칠 거르면 밭을 덮어버리는 1등 생명력이기에 이것은 끝없는 제초작업의 시작이었던 것이다.
다시 쓰는 농사 지식
멀칭을 하면 땅이 마르는 것을 막고, 보온효과도 있어 모종을 심었을 때 뿌리의 활착을 돕는다. 또한 잡초의 성장을 억제할 수 있으니 무한 잡초제거를 원치 않는다면 꼭 해야만 한다.
때를 놓쳐 또 후회하는 것은 방울토마토의 지지대다. 개수가 부족해서 남겨뒀던 방울토마토 모종 하나가 옆으로 누운 채 줄기가 꺾여있었다. 악, 생장점이 있는 원줄기가 부러져버렸다. 아.. 지지대가 이렇게 또 중요한 것이었다. 성장하는 때에 맞춰 필요한 걸 해주지 않으면 치명적인 결과로 돌아온다. 소 잃고 외양간 고치는 격이지만 꺾인 줄기를 떼어 내고 지지대를 세웠다. 다른 줄기가 또 자랄 수 있지 않을까 하는 미련으로.
다행인 건 그 외 작물들이 잘 자라주고 있다는 것. 지지대를 해줬던 다른 방울토마토는 첫 꽃도 따주고(처음 꽃을 따줘야 거기에 머무르지 않고 더 많은 열매를 맺는다), 줄기 사이에서 나오는 곁순도 제거해 줬었는데 그 후로 키도 많이 자랐고 새로운 꽃도 피었다. 부직포 이불을 덮어줬던 수박이 들도 냉해를 입지 않고 건강히 자라고 있다. 덮어놔서 그런지 키가 좀 작았는데 이제 햇볕을 많이 받으라고 부직포를 걷어주고, 타고 올라갈 수 있도록 그물망도 설치해 주니 제법 텃밭의 모양이 난다.
빠른 소확(소소한 수확)을 기대하며 느지막이 심었던 쌈채소 중 적겨자가 많이 자라 이번 텃밭의 첫 수확을 했다. 이것도 적당한 크기에서 며칠 더 지나니 잎이 부채처럼 커져서 먹기에 부담스러운 정도였다. 정말 하나의 보탬도 없이 배춧잎처럼 커진다. 깻잎은 잎이 작아 더 기다려야겠다.
아들이 학교에서 키운 상추를 따왔다.
"엄마, 상춘데 미역처럼 구불구불하게 생겼어요."
아이의 말처럼 정말 미역이 생각나는 그것의 이름은 '청오크'. 늘 보던 청상추도 함께였는데, 반찬이 좀 부족해도 이 풀잎들은 몇 장만으로도 식탁을 넉넉하게 만든다. 고기가 없어도 계란에 참치 넣고 부쳐내어 쌈장만 찍으면 초록잎을 안 먹는 아이들도 볼이 빵빵해진다. 이 맛에 텃밭을 하는 것 같다. 편식하던 아이들이 조막손으로 잡초를 뽑고, 씨를 뿌리고, 물을 주며 제 손으로 따 낸 걸 식탁에 올리니 그렇게도 뿌듯하고 입맛이 나나보다.
작년에는 학교에서 형아들이 나눠 준 수박을 먹었다고 했다. 학년마다 키우는 작물이 다른가 본데, 고학년들이 키운 수박을 다른 학년에도 나눈 모양이다. 아이들 하교 때 보면 튼실한 무를 한 개씩 안고 가는 아이들도 있었다. 무는 몇 학년이 키우는지.. 좀 탐이 나더라.
여름작물의 수확이 끝나면 뿌리채소를 심어 볼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