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8_야무진 꿈을 따서 귀하게

식물잼뱅이의 농부 도전기

by 하루


2025.07.15

'꿈도 야무지게 애플수박을 심었다.'

작고 작은 구슬만 한 수박이 달리고 30일이 지났다. 그 날들 동안 나의 첫 수박은 초록을 키우고, 검정 띠도 두르고, 빨갛게 속을 채우고, 씨도 단단하게 박아 넣고, 달달함을 야금야금 품어가고 있었다.

여물기를 기다리는 시간이 너무나 더디게 느껴졌지만, 어리게 떨어졌던 속이 하얀 수박을 생각하며 꾸역꾸역 30일을 채워갔다. 크기도 모양도 그럴싸한 첫 수박을 드디어 싹둑 줄기에서 떼어내어 무겁게 손에 들었다. 2킬로그램의 묵직함이었다.

수박을 꿈꾼 건 아이들을 위해서였지만, 수박이 자라고 익어가며 점점 엄마 생각이 많이 났다. 잘 익은 첫 열매는 엄마께 드리고 싶었다. 그래서 아이들과 함께 귀한 첫 수박을 안고 친정으로 가 엄마, 아빠께 드렸다.

아이들이 "할머니, 선물이에요~"하며 드렸는데, 텃밭에서 키운 수박이라고 하니,

"옴마야~ 너무 신기하다~"

"이거 아까워서 어떻게 자르니~"


엄마는 아까워하셨지만, 또 내리사랑인지라 손주들 먹이려고 이내 수박을 자르셨다. 얼마나 잘 익었는지 칼을 데자마자 쩍 갈라지며 빨간 속을 드러냈다. (우와 다행이다.) 마트에서 산 수박이었다면 빨간 속을 보고는 '으음, 잘 익었네.' 정도였을 텐데, 내가 키운 거라고 잘 익은 빨간 속이 얼마나 다행이고 반갑던지..

껍질은 얇고 수박씨도 작도 부드러웠다. 향긋하고 달콤한 영락없는 수박이었다. 먹거리에 대한 평가가 냉정한 아빠도 '딱 적절하게 잘 땄다.'라고 하시며 몇 조각을 드셨고, 수박을 좋아하는 우리 엄마는 안 그래도 마트에서 수박을 살까 말까 고민하셨다는데, 마트 수박에 비하면 1∕10 도 안 되는 크기이지만, 딸내미가 키운 작은 수박이 반가우셨나 보다.



처음 키워 처음 딴 귀한 수박을 엄마께 드리고 싶었다.

가장 좋은 걸. 드리고 싶었다. 엄마가 내게도 늘 그러하시듯.

아이들에게도 이런 시간이 좋으리라.

가장 귀한 걸 할머니, 할아버지께 먼저 드리고 함께 나눈 기억이 너희들에게 든든한 힘이 되겠지.

내게도 그러했듯이.



부모님과 아이들, 신랑과 나도 충분히 맛볼 정도로 양도 꽤 됐다. 정말 뿌듯하고 다행스러웠다.

'수박을 키워보겠다고 야심 차게 벌려놨으니 잘 키워내서 맛이라도 보게 해줘야 하는데.. 잘 자라려나.. 맛이 있으려나..' 기대를 채우기 위한 걱정이 많았었다. 그 모든 걸 작고 빨간 수박이 가득 채워주었다. 작아서인지 더 기특하고 귀한 수박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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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먼저 텃밭의 맛을 알려 준 적겨자는 줄기가 길게 올라오더니 꽃이 피었다. 그 후로는 잎이 얇고 길쭉해져 더 이상 먹지 못할 것 같아 뿌리를 뽑았다. 적겨자가 나간 자리에 새롭게 지지대를 세우고 참외의 세가 커졌다. 왜 이리 굵고 튼실하게 자라는 거니? 줄기가 굵직하고 솜털 같은 가시가 빼곡해 장갑을 꼈어도 바늘처럼 따갑다. 벌써 문어발처럼 자라난 아들줄기를 골라 지지대 위로 올려주었다.


다시 쓰는 농사 지식

어미줄기에서 아들줄기가 나고 아들줄기에서 손자줄기가 난다. 참외는 손자줄기에서 열매를 얻기 때문에 시기에 맞게 어미줄기와 아들줄기를 적심(생장점을 자름)해서 손자줄기에게 영양분이 가도록 해야 한다.





춤추는 참외 줄기를 수습하고 있는데 이웃분이 나오셨다. 옆집 텃밭에는 당근이 심겨있는데, 아이가 저만큼이나 작은 아기당근을 들고 나를 보며 '차매'를 찾고 있었다.

"아직 참외가 안 열었어~ 아직 없어요~" 아이는 손에 쥔 당근을 흔들어 보였다.


텃밭을 보면 집집마다 특성이 보인다. 어린아이가 있는 집은 아이가 좋아하는 과일과 아이에게 먹이고 싶어 부모가 선택한 야채들이 있다. 그리고 자연관찰처럼 아이에게 보여주고 싶어 예쁜 꽃도 심고, 꽃 이름과 아이 이름의 팻말도 꽂아 놓고, 오색의 바람개비도 돌아간다. 아이들은 조막손으로 물도 주고, 잡초도 한가닥 뽑아보며 뿌듯함을 느끼는데 정서적으로 참 좋은 것 같다. 비 오는 날엔 달팽이도 잡고, 개미 구경에 반나절을 쓰고, 잠자리채를 들고 텃밭 여기저기를 우르르 뛰어다닌다.


어르신이 계신 집은 주로 쌈채소가 많다. 종류별로 줄줄이 가지런히 심겨있고, 식재료로 많이 쓰는 고추, 대파, 쑥갓, 깻잎, 가지, 호박, 양파.. 실속 있는 밭에선 야채가게 갈 일이 없다.


길어 난 줄기들을 손 쓰지 못해 우거진 밭도 있고, 이미 여름작물을 수확하고 밭갈이를 해 처음처럼 깨끗한 집도 있다. 어느 집은 잡초도 뽑지 않고 노지에서 키우는 듯 자연적이고, 어느 집은 지지대와 망으로 작은 밭의 경계를 나눠 위층, 아래층 작물의 분류를 깔끔하게도 해 두었다.


뭐든 그렇지만, 텃밭에도 집집마다의 개성이 느껴져서 참 보는 재미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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