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 집이니까, 나답게 인테리어 하기
가족과 함께한 오랜만의 나들이였다.
팬데믹으로 인한 사회적 거리두기는 여전히 계속되고 있고...
올해 대학을 졸업하고 취업준비를 하느라 얼마간 백수로 있었던 딸,
생각해보니, 한 달 정도의 백수기간이었는데 학기 중에도 온라인 강의로 근 1년간을 집에서 지내고 있었던지라 백수생활이 왠지 길게 느껴진 것 같다.
옆에서 지켜보는 나도 그러했지만 본인도 그렇게 느꼈던 것 같다.
지금은 보름 정도 직장을 다니고 있다.
"아, 날씨가 왜 이렇게 좋지.
꽃구경하고 싶다..."
"아파트 단지에 꽃 활짝 폈던데, 너 매일 나가면서 못 봤어?"
내 성격상 어떠한 뉘앙스를 담고 있는 말은 아니다.
정말 그 당시 순수하게 나온 팩트였다.
이것이 내가 주변 사람들로부터 받는 가장 큰 오해의 부분임을 알고 있었던지라...
내가 한 말이 딸의 말에 핵심 포인트를 전혀 찾지 못한 무의미한 말임을 금세 알아챘다.
그래서... 이내 분위기를 바꿔보려 했다.
"우리 딸, 그동안 집콕을 오래 해서 어디 놀러 가고 싶구나.
우리 어디 갈까?"
그렇게 해서 우리는 사람이 많은 주말을 피해 가기 위해 남편이 월요일에 휴가를 내어 가기로했다.
딸은 월요일을 뺀 화수목금 주 4일 근무이다.
비가 한차례 내린 후라서 벚꽃은 많이 졌을 테고... 전부터 '한번 가보자'했던, 요즘 뜨는 핫플레이스 중 생각해보았다.
취향이 서로 닮은 우리 가족은 레트로 거리를 생각했고, 그중 안 가본 성수동 거리를 선택했다.
성수동 거리 투어.
골목골목을 걸어 다니기 시작했다.
그동안 집콕만 해서 부실할 것 같았던 내 다리는 고맙게도 잘 버텨주었다.
낡은 건물들이 눈에 띄었고, 유난히 빨간 벽돌과 낡고 금이 간 시멘트 벽들이 많았다.
어릴 적 많이 보았던 건물들, 상가들, 그리고 빌라...
촌스러운듯하지만 정감 가는 모습들이었다.
왜 전에는 몰랐던 이러한 낡은 것들에서 매력을 느끼는 걸까...
아마도 '그리움'이고, '추억'이다.
급변해가고 발전해가는 세상 속에서 조금이라도 뒤쳐져 보이고 촌스러워 보이는 것 같으면 움츠려 든다.
하지만 성수동 거리는 낡고 오래되어 보이는 것들이 디자인을 뽐내듯 자리하고 있었다.
거리를 걷는 내내 기계 돌아가는 소리, 작업하는 소리들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꼭 '성수동 거리'라는 전시회에서 나는 커다란 전시장을 돌아다니며 구경하고 있고, 그에 맞는 라디오 주파수를 맞춰놓은 듯 작업 소리는 소음이 아닌 효과음으로 들려왔다.
'성수동 거리 전시회'는 너무 넓어 다 돌아보지 못하고 집으로 돌아왔다.
우리 집은, 또 그렇게 그려져 갔다.
성수동 거리처럼 낡고 촌스러운 것들이 당당하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