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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곽그루 Jan 03. 2023

좋아하는 일로 먹고 살고 싶어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글을 짓습니다.

새해가 밝았습니다.


지난 2022년은 어땠나 돌아보면 아쉬운 일도 많았지만, 스스로 뿌듯한 적도 참 많았습니다. 지난 세월보다 앞으로가 중요하기에, 새해의 목표를 세워보자면 1번도 2번도 모두 글쓰기와 관련된 것입니다.


1. 진도농부의 사례를 담은 브랜딩 책을 만드는 것

2. 일기가 있는 쇼핑몰을 만드는 것

3. 원고료로 100만원을 만드는 것


최근 몇 년간 가장 많이 칭찬받은 분야가 글쓰기였고, 상을 받은 대부분도 글쓰기였고, 학창시절 내내 장래희망란을 채우던 것도 '작가'였습니다. 그래, 나는 여전히 농부겠지만 작가이기도 하다! 스스로 소박하게 다짐해봅니다.


앞으로는 해야 할 일들보다 하고 싶은 일들을 더 많이 하며 살고 싶으니까요.




1. 진도농부의 사례를 담은 브랜딩 책을 만드는 것


스물다섯부터 시작한 '진도농부'는 한동안 저의 전부였습니다. 눈을 뜨고 감기 전까지 모든 일상이 진도농부와 관련된 것들이었습니다. 맛집에 가도, 여행을 가도, 사람들을 만나도 모든 인풋input들을 진도농부와 연결지으려했습니다.


다시 말하면, 진도농부로 성과를 내지 못한 나는 쓸모 없는 사람이라고 여겨왔습니다. 진도농부와 '나'는 별개라는 것을 최근에서야 받아들였습니다. 나는 나 자체로도 충분히 가치있는 사람이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것은 역시 진도농부이기에 우리 사이의 끈끈한 연결고리를 공유하고 싶었습니다. 진도농부의 이야기는 곧 나의 자서전이기도 하니까요.


거대한 자본으로 시작한 것도 아니고, 4차산업의 기술을 적용한 최첨단 농법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우리는 20년 가까이 살아남았습니다. 그리고 살아가고 있습니다.


한 때 전국적으로 '작지만 강한 농가, 강소농'이 유행을 한 적이 있습니다. 그때는 그저 말장난 정도라고 생각했는데, 돌아보니 진도농부야말로 작지만 강한, 우리만의 매력을 가진 강소농이었습니다.


진도농부의 강소농 비법이란 결국 '브랜딩'입니다. 제가 감히 브랜딩을 말할 자격이 있는 사람인가 걱정도 되었지만, 모든 사람들이 아닌 '딱 진도농부 만큼만 했으면 좋겠다'는 농가들을 생각하니 용기가 생겼습니다.


그래서 새해의 첫 번째 목표는 책을 만드는 것입니다. 책을 만들기 위해서 게으르게 방치했던 브런치에 차곡차곡 우리의 이야기들을 쌓아갈 것입니다. 




2. 일기가 있는 쇼핑몰을 만드는 것


글을 쓰는 사람이 되어야겠다고 마음먹은 것은 작년(2022년)에 만난 스승님 덕분인데, 얼마 전 마음속에 품고 나갈 좋은 목표를 만들어주셨습니다.


그루씨의 일기가 있는 쇼핑몰. 스승님이 말해주신 저의 강점은 진솔함과 따뜻함이 담긴 '글'이었습니다. 이 강점을 살려 일기가 있는 쇼핑몰을 만들어보기로 했습니다.


진도농부의 주 판매채널은 스마트스토어와 카카오톡 채널입니다. 워낙 작은 농가이다보니, 스마트스토어에 올라가기도 전에 대부분의 농산물은 카카오톡 채널을 통해 품절되고는 했습니다. 문제는 카카오톡 채널을 통한 주문이나 문의, 후기까지 모두 '1대1 시스템'이다 보니,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진도농부를 선택했고, 또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만족했는지 저 혼자만 알 수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또한, 진도농부의 가장 큰 특징인 '제철판매'는 아는 사람만 아는, 진도농부와 처음 만나신 분들은 모르는 이야기입니다. 누가 찾아오시더라도 '여름에는 고춧가루를, 겨울에는 절임배추를, 다른 계절에는 …, "를 쉽게 알 수 있도록 해야 합니다.


후기도 남기고, 품절된 지난 상품들까지 남기고 싶으면 스마트스토어에 힘을 주면 되는 것 아니야?


스마트스토어는 저와 같은 소상공인에게 너무나 감사한 공간이지만, 결국에는 남의 땅입니다. 농부들도 처음에는 남의 땅에서 임대료를 내면서 크고 작은 제약을 받으며 농사를 짓다가, 나중에는 진짜 내 땅에서 농사를 짓고 싶어합니다.


나와 진도농부를 닮은 자사몰, 진짜 내 땅에 내 공간을 만들고 싶습니다. 이 상품이 얼마나 맛있는지, 얼마나 싼지보다 이 생산자는 어떤 삶을 살아왔고, 어떤 꿈을 꾸며 이 농사를 지었는지, 농사를 대하는 업의 태도와 철학, 이 상품이 탄생한 배경 등의 스토리를 담은 제철편집샵, 곽그루의 큐레이션 쇼핑몰을 만들고 싶습니다.


농산물을 재배하는 농부의 마음으로, 이 쇼핑몰을 운영하는 솔직한 마음을 일기로 적어나갑니다. 그렇게 모인 일기들은 '나가오카 겐메이'의 '디자인 하지 않는 디자이너'와 같은 또 다른 책으로 태어날 수도 있겠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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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 원고료로 100만원을 만드는 것


스스로를 '낮에는 농사를 짓고 밤에는 글을 짓는' 농부작가로 정의하고 나니, 한 가지 의구심이 생겼습니다. 정말 내가 글로 밥벌이를 할 정도의 능력이 될까? 지금까지 진도농부의 이름으로 돈을 벌었다면, 진도농부가 아닌, 작가 곽그루의 능력으로 돈을 벌고 싶었습니다.


그리 마음을 먹고 인스타그램을 정비한 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대기업의 브랜드에서 제안이 왔습니다. 블로그를 하며 숱하게 다가오는 '블로그 파세요, 임대하세요, 한 건당 얼마 드립니다'가 아닌, 저와 결이 맞는 제안이기에 기쁜 마음으로 수락했습니다.


그렇게 받은 12만원은 너무나 아담한 금액이지만, 진도농부가 아닌 작가 곽그루로 벌게 된 처음이었기에 제게는 돈보다 더 값진 의미였습니다.


새해에는 이런 금액을 100만원까지 채워보는 것이 또 다른 목표입니다. 누군가에게는 코웃음 칠 만큼 적은 금액이겠지만, 이 100만원은 1,000만원, 5,000만원, 1억, 어쩌면 그 이상으로 나아갈 신호탄이 될 것입니다.




꾸준한 실행력과 꺼지지 않는 열정으로 내년 이맘때 쯤이면 더 큰 체크리스트를 만들어보기를.


인스타그램(https://www.instagram.com/jindomiss/)에 올린 2023년 작가 목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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