눈을 씻고 봐도 오천 원이었다. 두 번 접혀 반듯하게, 마치 일부러 그렇게 해 둔 것처럼 들어 있었다. 오랫동안 옷장 구석에 걸려 있던 패딩이라 세탁소에 맡겨야 하나 싶었는데. 두툼하게 내려앉은 먼지를 털어내며 양쪽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가 발굴했다. 생각보다 빳빳한 지폐였다.
요즘의 나는 매일 비슷한 하루를 반복한다. 여덟 시에 울리는 알람에 맞춰 일어나 샤워를 하고, 옷을 갈아입은 뒤 점심으로 먹을 도시락과 가방을 챙겨 도서관으로 향한다. 잠시 쉬고 있는 시기라 여유라는 이름의 잔고가 허락한 일상이다. 휴가라고 하기엔 지나치게 단출한 일정이지만, 그래서인지 가끔씩 일어나는 이벤트가 더욱 크게 다가온다. 기대 없이 들어간 카페에서 마신 황홀한 커피 한 잔, 발길 닿는 대로 걷다가 발견한 끝내주는 산책로, 크리스마스까지 기다렸다가 먹는 오뎅과 소세지를 추가한 엽기 떡볶이 같은 것들. 그런 장면을 떠올리기만 해도 모든 것이 아름답게 보여서 세상이 내 것처럼 느껴졌다.
오늘의 주인공은 율곡 이이의 얼굴이 새겨진 오천 원짜리 한 장. 얇실한 겉옷 안주머니가 자꾸 신경 쓰여 무심코 손이 갔다. 이런 돈은 빨리 써야 한다던데, 이 돈으로 무엇을 하면 좋을까. 텀블러에 물을 받으면서도, 키보드를 두드리면서도, 휴게실에 앉아 도시락을 꺼내는 순간에도 온통 그 생각뿐이었다. 내 고민을 잠자코 듣고 있던 t는 헤이즐넛 시럽을 넣은 뜨거운 커피나 한잔 마시는 게 어떻겠냐고 물었다. 하지만, 이 귀한 돈을 온전히 나에게 쓰자니 왠지 마음이 불편했다. 무엇을 선택해도 어딘가 애매하고 아쉬울 것 같았다.
나는 결국 노릇노릇하게 구워진 붕어빵 사천 원어치를 포장했다. 팥과 슈크림 상관없이 세 마리에 단돈 이천 원. 두툼한 종이봉투를 한 손에 들고 있으니 제법 그럴듯한 손난로가 되었다. 벅찬 마음으로 팥이 꽉 찬 붕어빵 하나를 집어, 바삭하고 달큰한 행복을 꼭꼭 씹어 삼켰다. 남은 다섯 마리는 t와 그의 직장 동료들에게 건네어 소소한 즐거움을 나눴다. 거스름으로 받은 천원은 두 번 접어서 미래의 내가 또다시 찾아내기를 바라며 겉옷 안주머니에 넣어두었다. 이 멋진 우연, 잊지 않을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