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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Mar 13. 2023

지속 가능한 remote work

17시간 시차 극복하고 에너지 있게 일하기

캐나다에 온지 80일이 막 지났습니다. 크리스마스와 새해동안 잠시 멈췄던 기간을 제외하면 업무에 복귀한지도 2개월 가까이 되었네요. 오버 커뮤니케이션(over communication)이 필요한 조직에서 시차를 두고 일하는 방법에 대한 작은 배움 4가지를 공유해 봅니다. 이렇게 일하는 방법도 있구나,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




1. 눈에서 멀어져도 마음이 멀어지지 않으려면

서로에 대한 단단한 신뢰가 기본입니다. 


팀(회사, 조직)이 멤버(개인 구성원)를 믿고 멤버가 팀을 믿어야 해요. 말로 하면 너무 당연한 이 조건이 현실에서는 서로를 위한 각별하고 끔찍(!)한 노력에서 비롯된다는 사실, 특히 일방향이 아닌 쌍방향이어야 한다는 걸 절실하게 배우고 있습니다.


저와 채널톡은 일찍부터 물리적 거리에 대한 대비를 시작했습니다. 캐나다 이주를 결정하자마자 친구들보다도 회사에 먼저 공유를 했는데, 채널톡은 이를 적극적인 기회로 받아들였어요. 이주 이후 지속해볼 일들을 함께 계획하여 3개월의 남은 시간동안 차근차근 테스트를 했습니다. 


실제로 떨어져 있게 되어서는 불확실성에 대처하기 위해 더 많은 조정도 망설이지 않았습니다. 사소하게는 몇 개월 째 고정된 싱크 시간을 시차에 맞춰 전격적으로 변경한다던가 (그 때문에 전부 스케줄을 바꿔야 함에도 불구하고) 하라는 사람 없어도 아주 작은 태스크 현황까지 모두 공개한다던가 하는 일들이죠. 


어쩌면 약간의 '무리' 가 되는 자발적 노력들이, 자칫 벌어질 수 있는 빈틈을 잘 메꿔주고 이어줍니다. 랜선 너머로도 그 마음은 느껴지거든요. 관계 속 신뢰라는 건 연애나 조직이나 마찬가지인 것 같습니다. 장거리 연애(X) 근무 초반의 이러한 애씀이 서로에게 잘 전해질수록 롱런의 기반이 되어주리라 믿어요.


사실 저의 편견 때문에 이와 같은 '애정 표현'은 주로 멤버에게 요구된다고 생각했었는데, 채널톡은 회사의 애정을 구성원에게 아낌없이 드러냅니다. 그러다 보니 저 역시 저만이 기여할 수 있는 일을 꼭 찾고 달성하고 싶어져요. 6개월이나 1년 쯤 후 '롱런하는 remote work의 비밀' 이런 글 쓰고싶다...



2. 마음만 지키는 게 아니라 에너지를 지키려면

수면 시간 확보가 핵심입니다. 


잠을 잘 자야 밥맛도 좋고 움직일 힘도 나고 머리도 팍팍 돌아가요. 다만 아기 때처럼 아무 때나 실컷 잘 수는 없으니, 신체리듬을 최상으로 올려주는 수면 시간대를 발견해야죠. 5시간 수면이라도 내 몸에 필요한 시간대라면 아침이 상쾌하고, 그렇지 않다면 더 길게 자도 몸이 천근만근이에요.


북미와 채널톡 시차가 함께하기 쉽지 않은 이유는, 우리 팀의 업무 열기가 가장 핫한 시간(한국의 늦은 오후)이 북미 시간으로 새벽이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북미에서 에너지가 높아지는 시간은 서울의 모두가 꿀잠 자고 있을 시간이죠. 


처음에는 나름 밤에 싱크를, 오전에는 실무를 할 생각으로 약간의 수면 시간을 싱크에 양보했어요(동료들과 얼굴 보고 얘기하는 것도 그리웠거든요). 그런데 이 패턴이 반복될수록 오전을 업무 대신 모자란 잠 보충에 쓰게 되고 계속 리소스 부족에 시달렸습니다. 일상을 영위할 체력은 급속도로 떨어지고요.


지금은 오래 반복할 수 있는 시간표로 최적화 중입니다. 제게 도움되는 몇 가지를 예로 들어보면, 일단 밤 10시부터 한 시간 단위 알람이 울려요. 자정에 울리는 알람은 "그만하고 자라"라고 뜨죠(크크) 망설임 없이 하던 일 멈추고 사내 메신저와 노트북을 OFF 하기까지 연습이 꽤 필요했습니다.


참석 못하는 싱크는 주로 문서로 팔로업을 했었는데요, 지금은 팀챗에서 최대한 미리 내용을 전하고 동료들이 남긴 싱크 레코딩을 꼭 들어봅니다. (싱크 녹화는 콜라보가 짱) 뒤늦은 코멘트라 생각하지 않고 반드시 의견도 남깁니다. 다른 사람의 메시지에 읽음 표시도 잊지 않고요.


시차가 다른 지역에 흩어져 있는 덕분에 우리 팀(채널톡 안에서도 특히 북미팀)은 누구보다 일상과 업무의 균형, 그리고 빠르고 수월한 커뮤니케이션을 서로 챙깁니다. 사무실에서 통로 건너 있을 때는 아무것도 아니던 작은 행동들이 바다 건너에서는 신뢰와 건강의 지킴이가 되어주네요. 



3.  에너지를 지속 가능하게 유지하려면

스스로를 매니징하고 스스로를 회복시키는 요령이 필요합니다. 


어떤 약, 어떤 행동, 어떤 조치가 나를 빠르게 회복시키는지, 혹은 바닥까지 떨어뜨리지 않고 지켜주는지 알고 있나요? 체력이 어느 정도 버텨주는 것과 멘탈이 제 자리를 잘 지키고 있는 것이 항상 세트로 보장되지는 않아요. 각각 따로 챙겨야 하는데, 이럴 때 자기 자신을 잘 이해하고 있을수록 유리합니다. 


막상 관찰이나 보호의 대상이 나 자신이 되면 오히려 현황 파악을 못하거나 대처 방법이 막연한 경우를 종종 봅니다. 오랫동안 흔들림 없이 운영해야 하는 '프로젝트'가 나 자신임에도 불구하고 말이죠. 인생에서 우선순위가 가장 높은 태스크를 총괄하고 있다고 생각한다면, 허투루 할 수 없습니다.


저의 경우, 사소하지만 새로운 사실을 하나 발견했어요. 창문을 활짝 열고 일하는 환경이라면 웬만한 일에도 별로 지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캐나다 오자마자 머물던 에어비앤비가 산 중턱의 반지하 주택이었는데, 도로보다 마당이 높아 지하 문을 아예 열어놓아도 프라이버시가 보장되었어요. 집중도 휴식도 훨씬 잘 되는 걸 경험해서 이사한 집 업무 공간도 비슷하게 만들고 있습니다. 


누군가에게는 산책이, 차 한 잔이, 넷플릭스 정주행이, 게임하는 시간이, 맛있는 밥 한끼가, 친구와 전화 한 통이 회복제가 될 수 있습니다. 이 때 들이 추천하는 방법들보다 정말 나에게 효과 있는 방법을 찾는 것이 중요하고, 회복제가 필요한 타이밍을 정확하고 빠르게 포착해서 제대로 주는 것이 더 중요합니다.


스스로를 잘 관리하다 보면 자기 주도성의 감각이 높아져요. 잠시 길을 잃었다가도 자신의 힘으로 본 궤도로 돌아왔을 때, 인생의 고삐를 내가 꽉 쥐고 있다는 감각은 무엇으로도 대체할 수 없는 에너지를 충전해줍니다. 저는 이 에너지야말로 삶의 전 영역에 걸쳐 자신있게 나아갈 수 있는 연료인 것 같아요. 



4. 자꾸 혼자 하려다 길을 잃지 않으려면

(거의) 모든 것을 수시로 공유하고 (생각보다 훨씬) 미리 기대치를 조율하는 것이 좋습니다.


3번과 상충하는 이야기 같지만, 스스로 챙기는 영역과 팀에서 함께 다룰 영역을 헷갈리지 말자는 얘기를 하고 싶습니다. 물리적 거리가 생기면서 가장 함정에 빠지기 쉬운 생각이 '내가 혼자 잘 해내고 걱정 끼치지 않으면 신뢰를 얻을 거야' 인 것 같습니다. 사실은 그와 정 반대예요.


1번 2번에서 계속 언급한 자발적 노력 중에 개인적인 사정도 모두 공개하여 알리기가 있습니다. 이건 채널톡 입사 초기에 배운 원칙이고 한국에서 같이 일하는 내내 여러 상황들을 통해 크게 체득했어요. 기억할 것은 딱 한 가지 뿐입니다, 업무에 영향을 조금이라도 미칠 수 있는 아주 작은 것까지도 모두 공유하자.


예를 들면, 아이가 2주간 봄방학을 보내는 동안 1) 아무도 모를 정도로 제가 티를 내지 않고 육아와 일을 병행해서 채워 넣는 것과 2) 스케줄을 알자마자 이를 팀에 공유하고 리소스 변화를 예측하여 업무 결과물의 기대치를 조율하고 가시성을 높이는 것 - 채널톡이 추구하는 팀으로 일하는 방법은 두번째 입니다. 


다른 예로, 100% 온라인으로 싱크를 참여하다 보면 회의실 분위기 변화 등은 캐치하기 어렵습니다. 그럴 때 추가 싱크를 요청하거나 팀챗에서 2차 3차로 확인하고 동료들에게 SOS를 해서라도, 내가 제대로 결을 맞추고 있는지 짚어보며 태스크를 진행하면 큰 실패나 간극 발생이 확실하게 줄어들어요. 


채널톡의 놀라운 점 하나는 아무도 이걸 귀찮아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저는 합류 초기에 꽤나 시행착오를 많이 겪은 멤버 중 하나였는데요, 어느 순간부터 수없이 동료들에게 도움을 청하고 상황을 공유하고 기대치에 대한 얘기를 나눴습니다. 단 한 명도 이를 번거로워 하거나 불편해하지 않고 아낌없이 자신들의 관점과 경험을 쏟아주며 저의 성장을 응원해줬어요. (여기까지 쓰고 나니 다들 두 배로 보고싶네요...)



* 네줄요약 : 오래 가는 리모트 근무를 위해
1. 신뢰를 쌓아두기 위한 시도는 미리 시작하자
2. 시차 업무 중에도 수면 시간은 반드시 사수하자
3. (특히 초반에는) 셀프 매니징을 최우선순위에 두자
4. 업무에 있어서는 공유, 공유, 공유하자



제가 아직 해결하지 못한 문제는 육아의 병행과 관련이 있습니다. 여기 일상의 특성상 회사 출근한 것처럼 7-8시간을 지속해서 업무에 집중하기 어려워요. 조각 시간을 모두 합치면 총량은 더 많을지 모르지만 업무 안에 쭉 머무를 때에 비해 (물리적으로 정신적으로) 완전히 다른 장소에 다녀오는 것은 많은 shift cost 가 필요하네요. 봄방학 이후 남은 상반기 최대의 숙제가 될 듯 합니다.


"일이 그렇게 좋냐?" 라고 하면 사실 제게 일, 가정, 개인 시간이 공존하는 것은 너무나 당연한 삶이 되었습니다. 이 균형점을 만들어내기 위해서, 혹은 되찾기 위해서, 그리고 지키기 위해서 말로 다 설명할 수 없는 고군분투의 시간들이 있었는데요, 다시 균형을 잃을까 걱정하기 보다는 어떻게 더 효율적이고 효과적인 아웃풋을 낼 것인가로 점차 초점이 옮겨가는 것 같습니다.


굳이 덧붙이자면 아이는 이제 초등 5학년이라, 불을 직접 써서 요리하거나 처음 가는 길을 대중교통으로 혼자 찾아야 하는 것이 아니라면 대부분의 많은 일들을 스스로 할 수 있습니다. 아이와 보호자의 관계라던지 아이가 세상으로 나아가는 방식에 있어서도 이런 저런 조언들이 주변에 떠돌고 있으나, 저라는 엄마의 고유한 속도가 분명히 있으니 저와 아이의 페이스에 맞게 하나씩 헤쳐나가려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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