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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Oct 16. 2023

회사에 기여하고 싶다는 동료에게

노는 곳에서는 잘 놀고, 일하는 곳에서는 일을 잘 하자

인생을 사는 데 있어 가장 멀리해야 할 감정 중 하나는 불안, 그리고 그 불안이 행동으로 드러나는 조급함인 것 같다. 살면서 저지르는 많은 실수들이 대부분 불안과 조급함에서부터 비롯된다. 애초에 야생의 시대에 나 자신을 보호하기 위한 감각에서 비롯되었을 거라 안전하게 장수만세 하기 위해서는 꼭 필요하겠지만, 관계에서 업무에서 일상에서 불안과 조급함만큼 스스로를 (그리고 타인을) 힘들게 만드는 것이 또 있을까 싶다.


이런 저런 기회로 정말 많은 분들과 이야기를 한다. 우리 팀내의 동료들일 때도 있고 회사 밖 지인의 소개의 소개, 콜드 메시지로 연결되는 티타임도 있다. 이렇게 만나지는 분들의 공통점은 성장 혹은 성공에 대한 분명한 목표다. 그래서인지 비슷한 불안, 비슷한 조급함을 드러낸다. 나도 그 과정을 거쳤고 지금도 때때로 그러한 유혹에 흔들린다. 빨리 1인분을 해내고 싶어하는 것과 거의 막상막하 쌍벽이다.


얼마 전 우연의 일치로 연달아 두세 분에게서 같은 말을 들었다.


아직 업무는 제가 배워야할 것이 많으니 다른 것으로라도 기여하고 싶어서요


공통적으로, 좋은 에너지가 있고 사람에 관심이 많은 분들이었다. 그리고 자기 객관화도 되어 스스로가 아직 업무에 설익은 상태라는 사실을 잘 자각하고 있었으며, 그럼에도 팀에 필요한 존재가 되고 싶다는 마음에 뭔가 팀 내에서 다양한 활동을 하고 싶어했다.


불과 3-4년 전의 나였다면 타인과 팀을 돕고자 하는 그 마음을 칭찬하고, 심지어 응원하고 지지했겠지. 지금은 관점이 많이 바뀌었다. 내가 스스로 저질러 온 많은 시행착오들 그리고 좋은 리더들과의 대화가 차곡 차곡 쌓여 꽤 명료하게 새로운 동료가 빠지고 있는 함정이 눈에 보였다.  


그래서 매번 두 가지 말씀을 드렸다.


1. 회사는 동아리가 아니다. 뭔가 엠티 뒷정리 도맡아 하는 예산 담당 총무가 환영받는 곳이 아니다. 나의 존재는 내게 맡겨진 업무, 주어진 기대치와 결과로 증명하는 것이다. 그 외의 노력은 모두 리소스의 분산을 초래할 뿐이다. 영끌해서... 태스크와 퍼포먼스로 증명해야 한다.


2. 조직문화는 시간 남는 사람이 하는 게 아니다. 사람 좋아하고 이벤트 운영해 본 사람이 쉽게 쥐어도 좋은 역할이 아니다. 팀의 코어 밸류를 본인이 체화한 상태라고 자신있게 말할 수 있을까? 그렇지 않다면 지금은 조직문화을 잘 일구기 위해 기여할 때가 아니라, 조직문화를 잘 배우기 위해 노력할 때다.


그리고 이렇게 덧붙이기도 했다. 주어진 일을 해내기 위해 그렇게 집중하는 사이에 두 가지가 명확해질 것이다. 내가 정말 잘하고 싶지만 못하는 게 무엇인지, 그리고 내가 별다른 노력을 기울이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잘 되는 것이 무엇인지. 그제서야 비로소 팀의 일원으로 해야 할 역할, 가장 크게 기여할 수 있는 일을 알게 될 거라고.




사람의 에너지에 발산과 수렴이 있다면, 새로운 팀에 합류했을 때가 어쩌면 가장 발산이 강화되는 시기가 아닌가 싶다. 하지만 그럴 때일수록 들뜨고 떨리는 마음을 꾹 부여잡고 연습실로 들어가야 한다. 오로지 악보와 악기와 나만 존재하는 그 방 안에서 더더욱 집중하고 갈고 닦는 거다. (업무를 폐쇄적으로 하자는 얘기 아님 주의) 


안테나를 제일 멀리 넓게 펼치고 싶은 바로 그 때, 온 우주의 에너지를 모아 나와 내 앞에 놓인 일, 새로운 조직의 핵심 가치에 몰두하면서 한땀 한땀 내 성장의 디딤돌을 놓는 거다. 그러다 보면 어느새 자신감 있는 해석, 확신에 찬 소리, 전달력 높은 연주가 연습실 밖으로까지 번져 나가게 될 것이다. 이제 무대에 올라도 좋은 때가 온 것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조직 온보딩 초기의 집중력에 대해서 이보다 나은 비유가 떠오르지 않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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