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ustomer interview: where to start
최근 유저 인터뷰를 고민하는 팀을 만나 얘기나눌 기회가 있었다. 여느 다른 팀들과 비슷하게 '이제 막 우리 고객에 대해 좀 더 알고 싶어요' 상태이셨는데, 누구나 쉽게 실수할 수 있는 부분을 똑같이 고민하고 계셨다. 그래서 나의 시행착오와 직간접 경험으로부터 얻은 배움 3가지를 공유해드렸다.
구매 고객이라고 다 같은 구매 고객이 아니다. 이제 시작이니까 일단 구매 고객과 단순 방문 고객을 나누고... 에서부터 시작하는 팀이 얼마나 많은지 모른다. 그러면 나는 "구매 고객은 어떻게 나누실 건가요?" 라고 여쭤본다. 절반 이상의 팀은 요 단계는 잘 넘으신다. 장기 구독자와 신규 구독자, 10만원 이상 구매 고객, 특정 상품 반복구매 고객 등등... 그 다음 질문은 이거다. "왜 10만원 이상 구매 고객이 중요한가요?" "장기의 기간은 얼마나 되나요? 왜 그 기간으로 나누시나요?"
이 단계를 넘으실 수 있어야 한다. 팀 내부에서 정의내리지 않은 상태로 뭉뚱그린 다수의 고객으로부터 받는 피드백은 의미가 없다. 그 피드백이 우리의 제품 혹은 비즈니스에 얼마나 임팩트가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가끔 이런 반응도 받게 된다. "구매자들이 있긴 한데 진성 고객, 찐팬은 없는 것 같아요" 그렇지 않다. 의미 있다 생각하는 몇 가지 조건을 중첩하여 뾰족하게 좁히면 소수일지언정 탑티어 고객들을 발견할 수 있다. 우리도 몰랐는데 이렇게 잘 쓰고 계신 분들이 있다고?
만에 하나 정말로 팀에서 함께 고민하고 논의할 만한 데이터를 현재 갖추고 있지 못하다면... 데이터 쌓을 방법부터 찾아야겠지. 하지만 구매 금액과 횟수, 가입 정보가 없는 플랫폼은 거의 없으니, 다들 하실 수 있다. A, B, C 그리고 D 조건을 갖춘 고객이 우리의 찐팬일 거라는 가설을 세우자, 그리고 그들을 만나 가설이 맞는지 검증하자.
퍼널, 피드백, 이런 단어를 듣는 순간부터 이탈 고객 먼저 잡고 싶겠지만, 잘 쓰는 고객부터 인터뷰해야 한다. 이제 시작이니까 구매 고객과 단순 방문 고객들을 나누고, 단순 방문 고객들의 행동을 추적해서, 이탈하는 지점을 발견하고 이를 개선하기 위해 피드백을 받고 싶어요. 정말 많이 들어본 말이다. 나도 하고 싶다 그거. 하지만 그 전에 먼저 해야할 일이 있다. '대체 왜 안 사고 나가지' 이전에 반드시 필요한 것, '대체 왜 항상 우리 제품을 사용하지?' 지금 우리의 핵심 고객들이 어떤 가치 때문에 우리 제품을 얼마나 잘 쓰고 있는지 정확하게 아시는 분?
흔들리는 눈빛으로 열성 고객 이해도 중요하지만 결국 이탈을 막아야 하지 않냐는 분들께 늘 반문한다. "우리 제품 왜 쓰는지도 모르는데 왜 안 쓰는지를 어떻게 제대로 질문할 수 있을까요?"
고객과 그동안 충분한 교류가 없었다면 지금 구매 고객들에게 전달되는 가치는 전부 팀의 가설인 셈이다. 데이터로 확인한다고? 데이터는 결과다. 이유는 숫자 뒤의 사람 마음 속에 있다. 우리가 전달하는 가치를 우리의 찐팬들과 대화하며 확신을 가지게 되었을 때, 그 때 이탈 고객들과 얘기할 준비가 된다. 이탈 고객들로부터 오만가지 불만 피드백을 모아오더라도 찐팬과의 대화가 없다면 개선의 임팩트를 가늠하기 조차 어렵다. 전부 추측에 불과하니까.
최근 읽은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 아티클에 공감되는 내용이 있었다. 어떻게 증발하는지 모르겠는 광고비를 절약하는 대안이 퍼포먼스 마케팅이라는 선입견으로부터 브랜드를 지켜내는(!) 게 정말 쉽지 않다고. 꽤 오랫동안 고객 유입의 역삼각형 퍼널이 우리를 들뜨게 했고, 애쓰게 했고, 허탈하게 했다. 그리고 팬데믹을 지나며 어떤 온라인 브랜드들은 그 해답을 장수하는 오프라인 가게들에서 찾았다. 탄탄한 단골을 먼저 확보한 브랜드들은 날개를 달고 성장했다.
반면 아직도 역삼각형의 유혹에서 벗어나지 못하는 비즈니스도 정말 많다. 얼마 전 만난 팀에서도 똑같은 말씀을 하셨다. 찐팬 하나 하나 늘려가는 건 속도가 더디지 않을까요? 신규 유입 늘리는 것도 해야 하지 않을까요? 이럴 때 되묻고 싶은 질문은 하나다. "찐팬 늘리는 게 왜 성장 속도를 더디게 한다고 생각하시나요?" 팀이 작고 가진 게 제한적일수록 리소스는 정말 필요한 곳에 써야한다. (팀이 크고 자금이 넉넉하다고 밑빠진 독에 물 붓기 하시라는 건 아님) 이틀 전 링크드인에 짧게 남긴 포스팅이 https://lnkd.in/guCq3ryz 바로 이 얘기이다.
열성 고객 전환을 제대로 성공하기 시작하면 우리 브랜드를 사랑할 만한 잠재 고객을 찾는 것도, 먹히는 메시지를 정확하게 전하는 것도 속도가 빨라진다. 신규 유입은 이렇게 땡겨와야 한다. 건강한 정삼각형을 기억하자.
사실 어려움은 이제부터다. 그 팀이 만약 나와의 대화 이후 치열하게 논쟁하고 잘 내재화해서 정말 중요한 고객을 정의하고 그들로부터 제품과 가치의 핵심을 잘 얻어낸다면 스케일업은 자연스럽게 다음 액션으로 이어질 것이다. 하지만 불안함을 못 이기고 유입 쏟아부으면서 이탈 잡아보자 하는 흔한 방향을 결국 따라간다면... 시간이 지날수록 이 악순환의 고리를 끊고 올바른 방향으로 돌아서기 더 힘들어지겠지.
안타까운 마음이 한켠에 남았지만 이만큼 사람 많이 만나고 n년차 살아보니 이제는 알고 있다, 아무리 좋은 얘기 필요한 내용도 결국은 본인들의 선택이어야 한다는 것을.
링크드인에 먼저 포스팅했던 글입니다 https://www.linkedin.com/feed/update/urn:li:activity:714025597986607923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