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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Jan 14. 2024

내가 무너질 것 같을 때

서로 질문해줘야 하는 이유

중요한 프로젝트를 맡은 동료들의 얼굴빛이 하얗게 파랗게 질리는 걸 종종 본다. 리더와 직접 대면하여 논쟁하고 여러사람 조율하고 기술에 더 깊이 개입해야 하는 일이 신나기도 하지만 아주 어려운 일인 것도 맞기에, 그 마음이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래서 오다가다 문득 그런 동료가 눈에 띄면 붙들고 질문한다.


"뭐가 그렇게 무서운데요? 생각하는 최악의 상황이 뭐예요?"


신기하게도, 어떤 포지션이든 어떤 레벨이든 대답이 거의 유사했다. 실수라도 하면 크게 실망하지 않을까요, 부족한 사람으로 보일 것 같아요, 나를 쓸모 없다고 생각하면 어떻게 하죠. 그 대상이 때론 팀이기도 하고 때론 리더이기도 했지만 대부분 상대와 자신을 대치점에 놓고 기대를 채워야 한다는 부담에 시달렸다.


더 신기하게도, 그 와중에 '망치면 짤릴까봐서요' 라고 하는 분은 거의 못 봤음. 물론 우리 팀에서만 유효한 얘기일 수도 있음 주의.


맞다. 고작 그거다. 지금 부담에 몸부림치며 내딛는 발걸음 중 어느 한 스텝이 확 꼬이더라도 그래봤자 누군가의 실망이 전부다. 가끔은 '제일 안 좋은 상황이래봤자 퇴사 아닌가요' 라고 내가 대답하며 웃기도 하지만 그거야말로 정말 드문 일이다. 그냥, 내가 만든 감정의 소용돌이가 목표를 가리고 자꾸 초점을 흐린다.


불안이 잔뜩 높아진 동료 곁에 있다 보면 오래 전 코칭의 기초를 배우던 시절이 생각난다. 당시 내게 가장 크게 남았던 배움은 제대로 된 방향을 바라보도록 질문하는 것이었다. 코치인 내가 과녁처럼 정답을 맞춰주는 것은 불가능했다. 다만, 매몰된 당사자에게 보이지 않는 본질적인 질문을 건네 본인 스스로 관점을 바로잡도록 돕는 것이 코치의 역할 중 하나였다.


내가 누군가에게 질문할 때에도, 그리고 가끔은 내 코치님이 나에게 질문할 때 가장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질문은 의외로 간단하다. 어쩌면 모두가 다 한번씩은 해봤음직한 생각, 그럼에도 그게 자신의 일이 되었을 때는 힘을 잃기 때문에 누군가 제3자가 해주는 게 꼭 필요한 질문.


"이 과정이 다 지난 후 내 자신이 어떤 모습이었으면 좋겠어요?"


 많은 다양한 기법들이 존재하지만 코칭의 뼈대는 결국 동일하다. 현재를 진단하고, 기대하는 끝그림을 그리고, 간극을 파악하고, 이를 헤쳐나갈 계획을 작은 단위로 세워, 꾸준히 실행하도록 페이스 메이커가 되어주는 것. 


생각해보면 나는 동료들에게 네번째나 다섯번째까지 서포트하지는 못하는 것 같다. 현생이 있다 보니. 반대로 나 또한 그 부분을 도와줄 누군가를 늘 찾는다. 가끔 코치님들께 부탁도 하고. 쉬울 것 같지만 지인들간 서로 코치가 되어주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 코칭은 댓가를 지불하고 전문적으로 받아야 하는 중요한 도움인 게 확실함(강조!)


어쨌든 사람은 혼자 살아가기 참 어려운 존재다. 스스로의 생각을 옮기는 것마저 다른 이의 도움을 받아야 하다니. 그런데 그래서 사실 나는 한편으로는 안심이 되고 좋다. 같이 고민하고 들어주고 나눌 수 있으니까. 나도 신세지고 언젠가 신세를 갚기도 하면 되니까. 온통 혼자 짊어져야 한다면 얼마나 힘들까. 


여러분, 저 신세지고 싶어요, 그리고 신세 갚게 해주세요. (그냥 마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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