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만한 제목이지만 겸손한 내용입니다
채널톡에서 늘상 벌어지는(?) 싱크와 리포팅에 대해서는 이전에도 한 페이지 문서를 언급한 적이 있다.
https://brunch.co.kr/@littlechamber/219
다시 요약하자면, 한 페이지 문서는 짧은 싱크를 훨씬 효과적으로 운영할 수 있게 해준다. 그리고 이를 작성하는 딱 2가지 원칙이 있다. 내가 만들어 낸 것이 아니라 나보다 탁월하고 앞선 동료들로부터 열심히 배워 재해석한 것임을 미리 밝힌다.
1. 상단 요약 필수: 현황 요약이 아니라 배경-실행-결과 및 다음 단계, 이렇게 기승전결에 맞게 정리해야 한다. 정말 바쁠 때 요약만 읽고도 맥락을 파악하여 의사 결정에 참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 핵심이다.
2. 모든 디테일 포함: 요약보다 자세한 내용이 궁금하다면 문서의 나머지 부분을 읽어 이해할 수 있도록 한다. 추가 질문이나 추가 검색이 필요 없도록 알아보기 쉽게 모든 자료와 연결점을 문서 안에 담는 것이 핵심이다.
(사실 읽어보면 다들 아는 내용일 것 같은데... 다른 조직도 다들 이렇게 하고 있나요?)
예를 들어, 분기에 한 번 진행하는 설문 조사 결과 분석을 끝내고 이를 내부 관련 부서와 리더십에게 공유하는 자리가 있다고 가정해 보자.
과거의 나는 리포팅 문서를 이렇게 구성했다:
설문조사 제목과 담당 부서를 문서의 타이틀로 하여
- 가장 처음에 우선 설문 조사 배경과 목적을 언급하고
- 누구를 대상으로 어떤 내용의 설문 조사를 무슨 도구로 진행했으며
- 각 질문은 왜 무엇을 파악하기 위해 구성했는지 설명한 후
- 자세한 결과 분석 도표 혹은 정성적 해석을 정리한 뒤에
- 이에 따라 각 관련 부서에서 기획하거나 개선해야 할 사항을 전달하고
- 대략적인 다음 설문 조사 실행 예상 시기에 대한 옵션을 제안하며
문서를 끝맺었을 것이다.
한 때 엄격한 정부 기관에 근무하며 익힌 스킬 덕분에 이 많은 내용도 워드 문서 2페이지 안에 충분히 담아낼 수 있다. 별첨 문서가 좀 따라 붙었겠지만.
그리고 회의에 들어가
- 리더 혹은 동료들이 문서를 부지런히 눈으로 읽어내리는 동안
- 나는 문서에 들어있는 내용을 구두로 다시 한번 설명하며
필요한 질문에 열심히 답변을 했을 것이다.
하지만 채널톡에서 (서당개도 풍월을 읊는다는) 3년이 지난 지금의 나라면
리포팅 문서를 이렇게 구성할 것이다:
문서 가장 상단에 불렛 포인트로 3줄 요약을 먼저 기재하되
- 어떤 가설을 가지고 무슨 설문조사를 누구에게 진행했는지 (경과)
- 나온 결과 중 무엇을 핵심이라 판단했고 왜 그랬는지 (결과 및 검증)
- 이에 따라 추가 진행 혹은 내부에서 해야 할 일이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관점과 의견)
를 먼저 작성하고 (해본 사람은 알겠지만 이 3줄을 적는 데 가아아아아장 오랜 시간이 들어감, 진짜 미친듯이 계속 수정하게 됨)
그 아래에
- 각각의 상세 내용을 불렛으로 정리하면서
- 불렛마다 아웃 링크로 관련 문서나 상세 자료를 연결하고
- 연결된 자료의 핵심 부분만 스크린샷으로 본문에 삽입하여 굳이 클릭하지 않아도 이해하도록 하고
- 추가 진행 혹은 내부 과제에 대한 담당자 혹은 담당 부서와 기대 액션을 언급한 후
이에 대한 리더십 혹은 타 팀의 의견을 싱크에서 듣고자 할 것이다. (피드백 받기)
싱크를 하는 이유는 '현황을 자세하게 공유하기' 위해서가 아니다. 현황 공유는 사실 문서와 메시지로, 실시간으로 충분하게 그 전달력을 가져야 한다. 그래서 채널톡은 말과 글로 무엇인가를 잘 전달하는 능력을 아주 아주 아주 중요하게 여긴다. (우리 모두 부단히 노력, 연습 중이기도 하다)
상크의 목적은 고민을 해결하거나 필요한 의사 결정을 내리기 위해서이다. 따라서 싱크에 들어갈 때에는, 특히 싱크를 진행하는 담당자의 입장에서는 이 싱크를 해서 '무엇을 얻어내야 하는지' 날카롭게 생각하고 준비해서 무언가 결과물을 가지고 싱크를 마무리 해야 하는 책임이 있다.
과업을 끌어가다 보면 필연적으로 생기는 (1) 해결하고 싶은 고민이나 결정해야 할 논점을 들고 가면서 (2) 효율적으로 배경 지식을 공유할 수 있는 문서로 뒷받침해야만, 여러 사람의 금 같은 시간과 집중력을 한꺼번에 쏟는 싱크가 팀의 성과에 가치 있게 기여할 수 있는 거다.
...... 그런데, 위와 같은 얘기를 나누다 보면 간혹 동료들이 묻는다. 매주 혹은 매일 하는 싱크, 루틴하게 반복되는 자리에 때론 당장의 결정이 필요하지 않은 때도 있는데, 해결이나 결정을 매번 할 수는 없지 않나요?
그런 루틴한 싱크의 목적은 나의 배움을 나누어 타인의 학습 시간을 줄여주고 궁극적으로 팀의 성취를 더 빠르게 만드는 데 있다. 개개인에게만 누적되는 정보를 끊임없이 흐르게 해야 한다. 잘 생각해보면 우리의 반복되는 날들 중 단 하루라도 시행착오 혹은 작은 성공이 없는 날은 없다. 그러므로 매일 싱크를 하더라도 우리는 매일 나눌 것이 있는 게 맞다.
오늘 나는 팀에 어떤 배움을 나누고 다른 이들에게 어떤 도움을 구할 것인지 데일리 혹은 위클리 싱크 전 잠깐 고민을 하는 것만으로도 저절로 회고가 되고 다음 액션에 개선이 이루어진다는 순기능은 덤이다. 현황은 문서로 메시지로 나누고, 얼굴 보며 목소리 들으면서는 글 속에 담기 어려운 배움과 질문을 공유하는 게 좋다.
지난 3년 +@ 내가 채널톡에서 더디지만 계속 성장할 수 있었던 가장 큰 요소 중 하나는 바로 이 싱크 준비와 리포팅 문서 작성에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