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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Jan 14. 2020

2020 버킷리스트 100 해본 후기 2.

올 한해, 하고싶은 일 100개 줄세워보자

그렇게 기나긴 기다림 끝에 드디어 2020년 버킷리스트 100 워크숍에 참여하게 되었다. 리더 호진 님의 참여자 모집 공고가 올라오자마자 신청부터 하고, 입금은 뒤로 미룬 채(?) 개인 노션 페이지에 신나게 올 한해 당장 '하고 싶은 일'을 적어내리기 시작했다. 평소 호기심이 있는 편이라, 허황되다 할지언정 도전 근처라도 가보고 싶은 일들이 줄줄이 떠올랐다. '생각보다 100개 별 거 아니겠는데?' 하며 훗, 혼자 웃음도 났다.


https://www.notion.so/littlechamber/2020-100-59baec1aa16c49f0ba3bc2f098e4d3db


그런데 대략 40개를 넘어갈 즈음부터 속도가 느려지더니 50개 쯤 되자 더 이상 떠오르는 것이 없었다. 혹시 잊고 있었던 '해야할 일'은 없는지 나의 과거 기록들도 뒤적여봤지만 꼭 올해가 아니어도 되는 일들이나 해도 그만 안해도 그만인 아이디어 몇 개만 떠올랐을 뿐, '올해 꼭 하고싶은 일' 목록에 더 이상 써넣을 것이 없었다. 이를 어쩌나, 조금 막막하기도 한 상태로, 한편으로는 워크숍을 가면 웬지 100개를 다 완성할 수 있는 '묘수'를 만날 것만 같은 희망을 가지고 일단 50개까지의 목록을 저장했다.


쌀쌀하고 화창한 새해의 토요일 오후, 대중교통과 주차난 사이에서 고민하다가 차를 운전하고 출발했는데 길도 막히지 않아 워크숍 장소에는 내가 1등으로 도착하고야 말았다. 워크숍의 창시자이자 리더이신 호진 님의 환대를 받으며 스크린을 마주보는 모범생 자리에 앉아 이런 저런 일상의 이야기들을 나누고 있자니 하나 둘 다른 참여자 분들이 도착하셨다. 낯선 분도 계시고 반가운 분도 계셨는데, 요즘 흔해진 업무나 직군 중심의, 커리어나 학습 스터디 중심의 모임과 달리 어쩐지 개인적인 비밀을 서로 공유하려고 만난 자리 같아 새로운 설렘이 워크숍 공간에 점점 차오르는 느낌이었다.


시작은 버킷리스트 100 만들기 3년차이신 호진 님의 프로젝트 히스토리와 올해 새로운 버킷리스트 소개로 출발하여 (1) 최대한 구체적이고 (2) 달성 목표가 측정 가능하며 (3) 꼭 현실적이지 않아도 된다는, 100개의 목록을 작성하기 위한 팁도 공유되었다. 나중을 위해 흔한 자기소개도 생략했다. 참여자 분들은 나처럼 각자의 리스트를 좀 만들어 오신 경우도 그 자리에서 생각해내기 시작한 경우도 있으셨는데, 아무튼 호진 님이 이제 써볼까요, 하자마자 다들 손에 모터를 달고 '올해 하고싶은 일'들을 마구 적었다. 나도 노션 페이지를 열어 하나씩 포스트잇에 옮겨적기 시작했다. 정말 신기하게도 웹페이지 안에 한 줄의 메모로 남아있던 목표들이 포스트잇에 옮겨지면서 생명력을 가지기 시작했다고 해야할까? 


물론 노션에 줄세운 것도 100개를 채운 후 비슷한 것들끼리 모아 정리할 계획이었고 워크숍에 참석하면 각자의 목록들을 그룹지어보게 될 것도 예상하고 있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손으로 각각의 바램이자 목표를 하나의 블럭처럼 네모난 포스트잇에 적어 직접 모아서 붙여보았더니, 내가 인생에서, 그러니까 먼 미래의 인생 말고 당장 현실을 살아가는 지금의 인생에서 어떤 부분에 무게 중심을 두고 있는지 금방 드러났다. 잠시 다른 분들의 버킷리스트도 훔쳐보면서 (분명히 다 털어 써냈다고 생각했는데) 새삼스럽게 기억나는 목표들이 있어 그 자리에서 스물 다섯 개 정도를 더 채운 75개의 버킷리스트가 완성되었다. 


호진님은 시작하기 전에 우리에게 목록과 내용들이 비슷할 것 같지만 각자 하고자 하는 일들도 많이 다르고 그렇게 수없이 나열한 일들을 그룹짓는 기준도 각자 다를 거라고 했다. 과연 옆자리 뒷자리 건너자리에서 자신의 목록을 각자 만들고 있는 분들을 보니 상식적이면서도(?) 나와는 조금씩 다른 기준으로 자신의 할 일과 하고싶은 일들을 줄세우고 각자의 영역에서 각자의 꿈을 가꾸고 있었다. 벽돌(목표)들을 모아 일년치 모습으로 쌓아놓은(그룹핑) 방법도 서로 다 달랐다. 나는 75개 정도의 목표를 일곱 개로 구분했는데, '나의활동' '가족의활동' '일터에서의활동' '건강관리하기' '집안관리하기' '계속배우기' '밀린일하기'가 되었다. 나 자신에 대해 집중하고 알아보는 버킷리스트 100 워크숍의 전반부는 그렇게 슬며시 후반부로 접어들었다.


(글이 덜 끝난 것은 마감시간 때문이지 내가 짧게 쓰고 싶어서가 결코 아니라는 사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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