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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Jan 15. 2020

2020 버킷리스트 100 해본 후기 3.

올 한해, 하고싶은 일 100개 줄세워보자

(결국 하나의 글인데 이렇게 쪼개어 쓰다니)

https://brunch.co.kr/@littlechamber/38

https://brunch.co.kr/@littlechamber/39


후반부에는 서로 다른 사람들의 버킷리스트를 살펴보고, 영감을 얻어 나의 것을 보충하는 시간을 지나, 각자의 버킷리스트를 정리해본 다음, (하이라이트) 다른 분들의 버킷리스트를 보고 그 사람이 어떤 사람인지 상상해보는 시간을 가졌다. 한해 전 워크숍을 진행할 때도 이 순서를 많은 분들이 가장 좋아하셨다고 하는데, 한 바퀴 돌고 나니 왜 그랬는지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각각의 고민과 바램과 감정이 담긴 수없이 많은 포스트잇 조각들을 들여다보고 있자니 그 버킷리스트 주인공의 마음을 살짝 엿본 것 같은 느낌이었다. 자기소개도 없이 눈인사로 워크숍을 시작했던 이유는 모두 이 시간을 위한 것이었다! 성함도 직업도 제대로 알지 못하는 어떤 분의 '올 한해 이루고 싶은 일 100가지'를 읽으니, 마치 그 분이 과거의 자신과 현재의 모습, 그리고 앞으로 가고자 하는 방향을 차곡 차곡 설명해주시는 것만 같았다. 침묵 속에 서로의 버킷리스트를 읽으며 우리는 서로의 옛날과 다가올 날을 그려보았다.


가슴에 남았던 순간은 각자 읽은 '다른 분'에 대하여 이야기 나누고, 당사자는 그 이야기에 화답하면서 자신의 현재와 지난 이야기 그리고 다가올 미래를 생각해보는 단계였는데, 이 때 대부분 (나 포함) 타인이 나를 읽어주고 말해주는 사실 그 자체에 조금씩은 감동하거나 감격했던 것 같다. (최소한 저는 그랬습니다!) 고작 두어 시간의 워크숍이었고 우리가 서로를 알기 위해 깊은 대화를 나눴던 것이 아니었지만, 서로의 버킷리스트를 보면서 그 사람이 그동안 가슴 속에 품어온 꿈들, 좌절하는 것과 도전하는 것, 하고싶은 일과 해야하는 일들을 어떻게 펼쳐놓을 것인지 알게 되고 이해하게 되고 응원하게 되는, 마법같은 일이 일어났다.


옆자리의 J님이 읽어낸 나의 모습에는 극명하게 나의 양가 감정이 다 들어있었다. 타인에게까지 그토록 뚜렷하게 드러나는 내 상태를 조금 더 객관적으로 바라보면서 나는 여러가지 결심에 대하여 약간 더 용기를 낼 수 있게 되었다. 막연하게 '그래야 하는데' '그러고 싶은데' 하던 일들에 모두 '왜 그런가' 하는 근거가 생겼다. 모르던 일들은 분명 아닌데 신기하게도, 100개 (보다 조금 모자란 70여 개) 포스트잇을 하나 하나 정리하면서 그렇게 되었다. 표정이나 후기 소감을 들어보니 참여하신 모든 분들이 개인적으로 무언가 다 얻어가는 듯 했다.


시간을 좀 더 들여서 반드시 100개의 목록을 완성하고, 처음에 마음먹었던 대로 이를 몇 개의 그룹으로 분류한 다음에 매일 매일 무엇을 위해 어떤 일을 했는지 기록해볼 예정이다. Year in Pixel 이랑 비슷한 방식을 생각해보고 있는데, 머릿속으로만 상상한 구조라서 과연 가능할지는 잘 모르겠다. 일단 한번 해보는거지, 뭐. 사실 호진 님의 버킷리스트 100 워크숍이 은은하면서도 임팩트가 있어서, 이 워크숍을 여기 저기 다른 모임들에서 해보고 싶은 욕심이 생긴다. 몇 시간, 혹은 며칠을 고민해서 누군가의 올해와 미래가 보다 또렷해진다면 얼마나 뿌듯할지! ...일단은 내 모자란 열 다섯개를 먼저 채워야겠다.


(이 보잘 것 없는 후기 일기 드디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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