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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마음씨 Mar 31. 2020

용기와 회고에 대한 짧은 생각

아이 생일 그리고 나의 짧은 휴직 20일 전.

살면서 언제나 어려움을 만날 수 있다. 좌절하고 실망하고 분노할 수도 있다. 상처가 아물지 않을 수도 있고 자기도 모르는 후유증이 오래 남을 수도 있다. 그러다가 결국 어느 순간 이 모든 것을 털고 다음 단계로 넘어가는 것을 성장이라 부를 수 있는 것 같다.


그렇다면 그렇게 '다음으로' 넘어가기 위해 꼭 필요한 것은 무엇일까? 꽤 긴 시간동안 나는 그것이 '용기'라고 믿어왔다. 다만 그 용기를 구체적으로 실행할 수 있는 방법이 무엇인지 알기가 좀 막막했는데, 최근 상당히 큰 난관에 부딪힌 지인을 가까이에서 지켜보며 문득 깨달았다. 용기를 내기 위해 꼭 있어야 하는 실행의 과정은 바로 '회고'이구나. 내 감정에 취해버리는 회상이 아니라, 과정을 되돌아보고 잘된 것과 개선할 것을 짚어보고 다음으로 나아가도록 하는 회고가 꼭 있어야 하는구나.


비극적 감상에 젖어 주저앉아 버리면 무한 반복 하소연으로 철통같은 방어막을 치고 자기연민에 빠져있는 '멈춘 사람'이 될 수 있다. 반면에 '몰라몰라, 다음엔 잘하면 되지!' 하고 덮고 넘어가면 중요한 웅덩이들을 하나도 제대로 막아놓지 않았기 때문에 결국 그 길을 다시 지나며 다시 접질리고 넘어지고 빠지게 되고 만다. 회고는 여러 사람이 함께 웅덩이의 위치와 깊이를 확인하고 뭘로 메꿀지 상의한 다음 같이 메꾸는 작업을 하고 그 자리를 건너가는 과정이라 생각한다.


앞서 말한 내 지인은 지금 '덮고 넘어가기'를 선택했다. 누가 봐도 어려울 상황에 아무것도 제대로 오픈하지 않고 괜찮다 괜찮다 하며 어영부영 넘어가려는데, 같이 일하는 사람들이 신뢰받지 못했다고 느끼고 있어 분위기가 심상치 않다. 그러고보니 회고를 함께하는 사이는 상당히 서로 믿는 사이가 아닐까? 그렇다면, 내가 나의 지난 시간들을 놓고 회고하지 않는다면... 나는 나 자신조차 신뢰하지 않는다는 뜻이 되는 걸까. 아프더라도 되짚어보기가 많이 아쉬웠던 오늘, 막연하고 씁쓸한 입맛으로 하루가 결국 지나가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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