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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명혜 Jul 06. 2023

'리틀 포레스트' 아니고 ‘리틀 콘크리트’입니다.

  

나의 작업실 이름은 '리틀콘크리트'다. 왜 이름이 리틀콘크리트예요,라는 질문을 자주 받는다.    


  대학 졸업 후 10여 년 남짓 사회생활을 하며 마음이 고단한 날에는  '카모메 식당', '빵과 스프, 고양이와 함께 하기 좋은 날', '리틀 포레스트'처럼 맛있는 음식과 잔잔한 일상이 곁들여진 영화를 보며 힘을 얻곤 했다. 뒤죽박죽이 된 집안을 정돈하며 내 마음도 단정해졌다. 산책을 하며 먼지가 쌓인 몸과 마음을 환기시켰다. 사부작사부작 음식을 해 먹는 동안은 눈앞의 식재료와 감각에 집중하며 머리와 마음이 단순해졌다. 


  나도 '리틀 포레스트'의 주인공 이치코처럼 한적한 자연에서 일상을 꼭꼭 씹어먹고 싶었다. 그러나 소는 누가 키우나. 대학 입학과 동시에 시작된 나 홀로 서울 생활은 원룸, 오피스텔(그야말로 리틀 콘크리트) 등을 떠돌며 매달 꼬박꼬박 지불해야 하는 월세와 각종 청구서를 책임지느라 꿈을 좇는 일은 사치로 다가왔다. 내가 행복하지 못한 건 리틀 포레스트가 아닌 리틀 콘크리트에 있기 때문이라 생각했다. 나와 맞지 않는 옷을 입고서 리틀 포레스트가 아닌 리틀 콘크리트에서 다람쥐 쳇바퀴 돌듯 내달리는 일상을 이대로 계속 살아야 하나 고민하곤 했다.


  우리는 늘 '언젠가'로 행복을 유보하는데 익숙하다. 오늘을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지 못한다면 미래에도 많은 핑계를 대며 행복을 미루고 있지 않을까. 행복은 준비하는 것이 아닌 용기를 갖고 지금 여기에서 실천하는 것이란 생각이 들었다. 그렇게 오늘 하루를 내가 원하는 모습으로 살아보자고. 이미 흘러간 과거와 아직 오지 않은 미래는 내가 어찌할 수 없지만 오늘 이 하루만큼은 내 뜻대로 움직일 수 있는 손에 잡히는 것이니까.


  행복은 또한 조건을 필요로 하지 않는다. 내가 행복하지 못한 건 리틀 포레스트에 있지 않아서가 아니었다. 리틀 포레스트 생활을 한다한들 그곳에는 그곳 나름의 힘들고 불편한 점들이 있을 것이다. 빛이 있으면 어둠이 있듯 모든 일에는 장점과 단점이 존재한다. 행복은 밝은 쪽을 바라보려는 태도의 문제인 것이다. 내가 어디에 있건 무슨 일을 하건 어떤 상황에서건 행복을 위해 필요한 것들은 이미 모두 갖추어져 있다. 나의 마음만 준비되면 되는 것이다.


  그렇게 리틀 포레스트가 아닌 리틀 콘크리트에서 내가 원하는 일상을 살아 보기로 다짐했다. 이러한 생각을 많은 이들과 나누고 싶어 스튜디오의 이름도 '리틀콘크리트'로 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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